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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우환, 경찰 압수품서 '고유의 호흡' 식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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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출석한 이우환 압수품 13점 진위 판정 '유보'…29일 재감정 통해 의견 밝힐 계획]

머니투데이

이후환 화백(80)이 27일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경찰이 위작으로 발표한 13점을 직접 감정했지만 결론을 유보했다. 이 화백은 29일 경찰에 재출석해 재 감정을 할 예정이다. /사진=김지훈 기자


“내(이우환) 고유의 호흡으로 그리기에 모방하기 어렵다.”(이우환 화백)

압수 그림 13점은 그만큼 정교한 것일까, 아니면 이우환 자신의 그림일까.

이우환 화백(80)이 경찰이 위작으로 판정한 본인 작품 13점을 실물로 확인했지만, 진위 판정은 유보했다. 이 화백은 29일 재감정에 나설 예정으로 이 화백이 그간 본인 작품에 실어 왔다고 말해 온 ‘고유의 호흡’ 등을 식별하느냐가 작가 감정에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이 화백은 27일 오전 10시경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감정했다. 민간 전문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해당 13점의 작품에 대해 각각 ‘안목 감정’과 ‘과학 감정’을 통해 이 화백의 위작으로 판정했다.

이 화백 법률 대리인인 최순용 변호사(법률사무소 행복마루)에 따르면 이 화백은 이날 경찰에 출석해 압수품에 어떤 물감이 사용되었는지 등 정보를 접했으며, 이와 관련한 기억을 더듬어 보는 과정 등을 거쳤다. 이 자리에서 진위 여부는 확실하게 결론짓지 않았다.

앞서 이 화백은 본인 작품들에 대해 “내 고유의 호흡으로 그리기에 모방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혀 왔다. 압수 그림들은 이 화백이 작가 감정에서 자신만의 호흡을 쉽게 간파하기 힘들 만큼 정교하게 제작됐거나 혹은 모두 진품, 최소한 진품이 섞였을 가능성 모두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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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이우환 화백(80) 작품의 위작이라고 발표한 K옥션의 2015년 12월 15일 출품작, ‘점으로부터 No .780217’.


이 화백 작품은 화면에 점 또는 선을 단색조로 반복해 표현하는 단순한 기법을 통해 사색적이며 명상적인 작품을 선보여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미술계 일각에서는 이 화백 작품이 지닌 형식적 측면의 단순성 때문에 위작 제작이 쉽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 화백 작품을 취급하던 갤러리 대표 A씨는 “이 화백 진작을 봤을 때 그리 고난도의 기법이 사용된 것인지 모르겠다”며 “이 화백이 본인만의 ‘호흡’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 호흡을 실현하는 것은 ‘손’이며, 그 손의 기법을 위조범이 개발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경한 평론가는 “이 화백 작품이 형식적 단순성을 지니고 있지만, 위조가 쉬운가 쉽지 않은가의 문제는 별개”라며 “그 ‘호흡’이라는 것도 작가만이 알고 있는 것으로, 이를 실현하는 문제나 이를 식별하는 것도 작가가 아닌 한 난이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화백은 1936년 경남 함안 출생으로 일본의 미술운동인 ‘모노하’를 주도하며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은 추상화 작가로 국내 평단에서 ‘단색화’(Dansaekhwa)로 명명된 단색조(모노크롬) 사조의 주요 작가다. 2012~2013년 쯤부터 이 화백 작품 위작이 시중에 떠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번 작가 감정은 이 화백이 경찰에 감정 참여 의지를 타진한 지 8개월이 지나 성사됐다. ‘작가 감정’은 생존 작가가 본인 작품으로 제시된 그림에 대해 직접 진위를 판정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미술계의 감정 방식 가운데 가장 우선시되는 감정 방식이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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