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환 화백(80)이 27일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경찰이 위작으로 발표한 13점을 직접 감정했지만 결론을 유보했다. 이 화백은 29일 경찰에 재출석해 재 감정을 할 예정이다. /사진=김지훈 기자 |
“내(이우환) 고유의 호흡으로 그리기에 모방하기 어렵다.”(이우환 화백)
압수 그림 13점은 그만큼 정교한 것일까, 아니면 이우환 자신의 그림일까.
이우환 화백(80)이 경찰이 위작으로 판정한 본인 작품 13점을 실물로 확인했지만, 진위 판정은 유보했다. 이 화백은 29일 재감정에 나설 예정으로 이 화백이 그간 본인 작품에 실어 왔다고 말해 온 ‘고유의 호흡’ 등을 식별하느냐가 작가 감정에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이 화백은 27일 오전 10시경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감정했다. 민간 전문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해당 13점의 작품에 대해 각각 ‘안목 감정’과 ‘과학 감정’을 통해 이 화백의 위작으로 판정했다.
이 화백 법률 대리인인 최순용 변호사(법률사무소 행복마루)에 따르면 이 화백은 이날 경찰에 출석해 압수품에 어떤 물감이 사용되었는지 등 정보를 접했으며, 이와 관련한 기억을 더듬어 보는 과정 등을 거쳤다. 이 자리에서 진위 여부는 확실하게 결론짓지 않았다.
앞서 이 화백은 본인 작품들에 대해 “내 고유의 호흡으로 그리기에 모방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혀 왔다. 압수 그림들은 이 화백이 작가 감정에서 자신만의 호흡을 쉽게 간파하기 힘들 만큼 정교하게 제작됐거나 혹은 모두 진품, 최소한 진품이 섞였을 가능성 모두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이 이우환 화백(80) 작품의 위작이라고 발표한 K옥션의 2015년 12월 15일 출품작, ‘점으로부터 No .780217’. |
이 화백 작품은 화면에 점 또는 선을 단색조로 반복해 표현하는 단순한 기법을 통해 사색적이며 명상적인 작품을 선보여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미술계 일각에서는 이 화백 작품이 지닌 형식적 측면의 단순성 때문에 위작 제작이 쉽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 화백 작품을 취급하던 갤러리 대표 A씨는 “이 화백 진작을 봤을 때 그리 고난도의 기법이 사용된 것인지 모르겠다”며 “이 화백이 본인만의 ‘호흡’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 호흡을 실현하는 것은 ‘손’이며, 그 손의 기법을 위조범이 개발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경한 평론가는 “이 화백 작품이 형식적 단순성을 지니고 있지만, 위조가 쉬운가 쉽지 않은가의 문제는 별개”라며 “그 ‘호흡’이라는 것도 작가만이 알고 있는 것으로, 이를 실현하는 문제나 이를 식별하는 것도 작가가 아닌 한 난이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화백은 1936년 경남 함안 출생으로 일본의 미술운동인 ‘모노하’를 주도하며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은 추상화 작가로 국내 평단에서 ‘단색화’(Dansaekhwa)로 명명된 단색조(모노크롬) 사조의 주요 작가다. 2012~2013년 쯤부터 이 화백 작품 위작이 시중에 떠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번 작가 감정은 이 화백이 경찰에 감정 참여 의지를 타진한 지 8개월이 지나 성사됐다. ‘작가 감정’은 생존 작가가 본인 작품으로 제시된 그림에 대해 직접 진위를 판정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미술계의 감정 방식 가운데 가장 우선시되는 감정 방식이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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