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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5년 여정끝…목성 탐사선 주노 ‘그대 비밀 캐러 왔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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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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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 탐사선 '주노'의 항해*클릭하면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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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왜 여기에 있는지, 목성의 두꺼운 구름은 답을 줄 것인가?

2011년 8월5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로켓이 발사됐다. 이날 세계는 미국의 금융불안에 증시가 일제히 폭락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 전주에 우면산 산사태를 겪은 우리나라는 태풍이 북상한다는 소식에 긴장감을 더하고 있던 중이었다. 이날 발사된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로켓에는 목성 탐사선 ‘주노’가 실려 있었다. 소란스럽던 지구를 뒤로하고 떠난 주노는 다음주 7월4일(태평양 표준시)이면 목성에 도착할 예정이다. 총거리 28억㎞, 5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목성의 영어 이름은 ‘주피터’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번개를 다루는 최고신에서 따왔는데, 우리에게 더 익숙한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가 전신이다. 최고신의 이름은 목성에 걸맞다. 태양계의 모든 것(태양 제외)을 다 몰아넣어도 자리가 남을 정도로 목성은 가장 거대한 행성으로, 60개 넘는 위성을 거느리고 있다. ‘주노’는 주피터의 아내로, 그를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여신이었다. 주피터가 자신의 부정한 행각을 감추려 구름의 장막을 쳤을 때, 이를 뚫고 볼 수 있는 신은 오직 주노뿐이었다. 탐사선 주노가 그의 이름을 딴 이유는 이런 상징이 주노의 임무를 정확히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노의 큰 목적은 50㎞ 두께의 외부 구름층을 뚫고 목성 내부의 구성을 알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1조2천억원짜리 고가 프로젝트
주노의 외로운 5년의 항해
다음주 목성 궤도 진입 앞뒀다

탐사선 망가뜨릴 방사능 피해
극지방 스치며 타원형 공전
태양계 초창기의 물질 분석


익히 알려져 있듯이 우리 태양계는 ‘수금지화목토천해’(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순의 행성들로 구성돼 있다. 태양부터 지구까지 거리를 1천문단위(AU·약 1억5천만㎞)라고 하는데, 목성은 태양으로부터 5천문단위 넘게 떨어져 있다. 태양을 아래, 지구를 중간, 목성을 위에 놓고 보면, 주노 프로젝트란 지구를 딛고 선 인류가 있는 힘껏 우주선을 위로 던져 5배 멀리 떨어진 목성까지 보내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온갖 힘을 짜내기 위해 나사는 특별한 방법을 고안해냈는데, 이를 ‘중력 도움’ 또는 ‘스윙바이’라고 한다. 우주 공간의 별과 행성들은 모두 물체를 자신 쪽으로 끌어들이는 중력을 발휘한다. 스윙바이란 지구의 중력을 이용해 우주선을 가속하는 요령을 말한다. 지구에서 목성까지 바로 탐사선을 보내려면 태양의 중력을 이기기 위해 큰 추진력이 필요하다. 작은 추진력으로도 이런 속도를 얻기 위해 일단 탐사선이 타원형 궤도를 그려서 다시 지구로 돌아오게 발사한다. 그리고 다시 지구에 돌아올 때 적절한 각도로 스쳐 지나가게 하면 지구가 끌어당기는 중력을 목성으로 향하는 최종 여행의 추진력으로 쓸 수 있는 것이다. 영화 <마션>에서도 등장하는 기술이다. 주노가 지구를 다시 스쳐 지나간 것은 2013년 10월9일로, 가장 가까울 때는 불과 500㎞ 거리였다. 그래도 여행에 쓰인 주 에너지원은 인류와 마찬가지인 태양광으로, 지름 20m로 펼친 날개 부분이 여정 내내 태양빛을 흡수했다.

목성에 도착하게 되면 주노는 옆으로 길게 늘어진 타원형 궤도를 돌며 관측 임무를 시작하게 된다. 이런 이유는 목성이 내뿜는 고도의 방사능 때문이다. 최선의 데이터를 얻기 위해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야 하지만 이 방사능은 탐사선을 급속하게 망가뜨릴 것이다. 이 때문에 방사능이 거의 없는 목성의 극 쪽으로 접근해 날개처럼 뻗은 방사능 영역을 최대한 피하는 궤도로 주노는 경로를 잡게 된다. 연구진은 37회, 20개월 이상 주노가 버텨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초로 목성을 관측한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이름을 딴 탐사선 ‘갈릴레오’를 비롯해 지금까지 4대의 탐사선이 목성계를 탐사했지만 이렇게 근거리 장시간 관측을 하는 탐사선은 주노가 처음이다.

우리 지구만 해도 온갖 문제들이 차고 넘치는데, 6억㎞도 넘게 떨어져 있는 다른 행성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에 11억달러(1조2천억원)가 넘는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일까? 주노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스콧 볼턴 선임연구원은 “목성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왜 여기에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대부분은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진 이 구름 행성의 핵심에는 우리 태양계가 처음 구성되던 방식을 설명해줄 데이터가 숨어 있다고 믿는다. 목성의 거대한 중력이라면 핵심에 초창기의 물질들을 붙잡아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밝혀낸다면 우리는 태양계, 지구, 그리고 생명의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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