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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롯데 경영권 방어한 신동빈, 웃을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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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표 대결 3번째 승리했지만 검찰, 그룹 전반 대대적 수사 중

경향신문

롯데그룹 경영권을 놓고 벌어진 세번째 표대결에서도 신동빈 회장(61·사진)이 승리했다. 그러나 마음 편히 웃을 수 없는 처지다. 그룹 전반에 걸쳐 수사가 진행 중인 데다 형 신동주 회장(62·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무한주총’ 공언으로 경영권 분쟁도 장기화하고 있다.

한·일롯데의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는 지난 25일 일본 도쿄 신주쿠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신동주 회장이 요구한 현 경영진 해임안과 자신의 이사 선임안 등을 주주 과반의 의결로 부결했다.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 임시주총에 이은 세번째 부결이다.

이번 주총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신동주 회장 측은 롯데그룹이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들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롯데홀딩스 지분 27.8%를 보유한 종업원지주회를 포섭하려 했지만, 이들은 사실상 경영진 영향력 아래 있기 때문에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신동빈 회장의 확고한 그룹 지배력만 재확인한 셈이다.

하지만 신동주 회장은 이번 주총을 통해 신동빈 회장 우호세력의 이탈 현상을 엿봤다고 주장했다. 기대를 거는 것은 역시 종업원지주회다.

신동주 회장은 주총 직후 자료를 내고 “신동빈 회장의 불법적인 경영권 찬탈 과정, 한국에서의 비리 등 사실을 깨달은 종업원지주회 회원들이 속속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밝혔다.

경영진이 대리하는 종업원지주회 의결권 행사 구조를 바꾸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롯데그룹 경영정상화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신동빈 회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번 주말 귀국한 후에는 검찰 수사가 예정돼 있다. 그룹 주요 임원을 모두 출국금지했을 만큼 검찰이 고강도 수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에 신동빈 회장의 소환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자칫 각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신동빈 회장의 도덕성과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된다.

경영 정상화도 숙제다. 롯데그룹은 검찰 수사 이후 호텔롯데 상장 무산, 롯데케미칼의 미국 액시올 인수 철회, 해외 면세점 인수 계획 포기 등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올스톱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더 확대되고 신동주 회장이 끊임없이 역전을 시도할 경우 경영권 향방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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