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항공 승무원 500여명은 24일 타이베이 중화항공 본사 앞에서 야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시위현장에서 중국어로 번안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수차례 불렀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중화항공 노조는 휴일 보장, 근무시간 산정방식 변경, 국경일·공휴일 근무에 대한 추가 임금 지급 등을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 사회학과 정근식 교수가 지난달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 홍콩에서 처음 불린 이래로 34년간 10여 개국에서 애창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홍콩, 대만, 중국, 캄보디아,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7개국은 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를 자기 나라에 맞게 바꿔 부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에서는 1988년 한국에서 열렸던 아시아노동자대회에 참석한 노동자 왕리샤(汪立峽) 등이 이 노래를 듣고 '노동자전가(勞動者戰歌)'라는 노래로 만들어 지금까지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첸하오 BBC 중국어판 객원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1980년대 말 대만 운동권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듣고 귀국해 중국어판 가사를 만들고 부르기 시작했다"며 "가사 내용은 한국어판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화항공 파업 현장에서 흘러나온 '임을 위한 행진곡'은 한국의 것과 비슷하면서도 멜로디 일부가 달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서 옛 전남도청을 지키다가 진압군의 의해 사살된 윤상원씨와 1979년 노동 현장에서 숨진 박기순씨의 영혼결혼식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1982년 4월 말 소설가 황석영(73)씨의 광주 자택에 모인 김종률(58)씨 등이 함께 만들었다. 김종률씨가 노래를 만들고 황석영씨가 백기완씨의 장편시 '묏비나리'의 일부를 빌려 가사를 붙였다.
[최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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