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유동주의 PPL] '정운호 게이트는 없고 롯데만 남나'…뒤에서 웃는 檢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편집자주] People Politics Law…'국민'이 원하는 건 좋은 '정치'와 바른 '법'일 겁니다. 정치권·법조계에 'PPL'처럼 스며들 이야기를 전합니다.

[[the L] '재벌 수사', 국민 눈 돌리기용 '포퓰리즘'이라면 역풍불 것…'특검·청문회' 명분만 쌓인단 걸 명심해야]

머니투데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그룹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와 첨단범죄수사1부는 이날 오전 검사와 수사관 등 200여명을 보내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6곳 등 17곳을 압수수색했다. /사진=뉴스1 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사법정의국민연대 회원들이 '제20대 국회 정운호게이트와 홍만표 게이트에 특별검사 임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촉발한 법조비리 게이트가 롯데 비자금 게이트로 전환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법조비리 수사가 계속되고는 있지만 이미 국민 시선은 롯데 쪽으로 돌아가고 있다. 검찰이 현직 고위 검찰인사는 연루되지 않았다는 수사결과를 내놓은 것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정운호 게이트는 최유정·홍만표라는 잘 나가던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 2명의 구속으로 큰 폭발력을 예고했다. 소위 '법피아'라고 하는 고위직 출신 기득권 법조인들 전체가 흔들릴 것이란 예상도 가능했다.

◇홍만표 로비 연루된 현직 검사는 없다는 검찰… 과연?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검찰은 홍만표 변호사의 현직 검사들에 대한 로비는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 수사관에 대한 혐의만 겨우 밝혀지고 있지만 정작 검사들은 무사히 이번 사태를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검찰을 비롯한 법조의 민낯이 발가벗겨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렇게 안 될 공산이 커졌다. 뜻밖에 재계 5위 롯데그룹이 검찰에 의해 발가벗겨지고 있다. 공교롭게 정운호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관련 뒷돈이 롯데그룹 전체 비자금 문제로 비화됐다.

롯데의 혐의가 구체화 될 수록 가장 이익을 보는 쪽은 수사주체인 검찰이란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고질병 법조비리를 뿌리 뽑을 절호의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롯데 때리기'로 대중 시선 쏠리게 하는 검찰 수사

이미 검찰 수사관련 주요 뉴스는 정운호 게이트보다는 롯데 비자금 관련 소식이 더 많아졌다. 검찰이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간에 대중은 이미 전관비리보다는 재벌비리에 더 공분(公憤)할 준비가 된 상태다. '검찰'도 밉지만 '재벌'은 더 밉다는 그런 서민적 감정이 있을 수 있다. 검찰은 대중의 그런 속성을 너무 잘 파악하고 있는 게 아닐까.

법조계와 언론계 종사자 등 관련 뉴스를 계속 챙겨 본 이들은 정운호 게이트에서 롯데 비자금 수사가 파생됐다는 사실을 알고 그 수사 확대배경에 의구심을 품는다. 그런데 바쁜 일과 중 잠깐 뉴스를 접하는 일반 국민들은 "형제끼리 싸우더니 꼴 좋다"는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방산 브로커에 대한 군납비리 수사가 정운호로 연결됐고, 다시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로비와 신격호 총괄회장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까지 이어졌다. 검찰은 방산비리 수사가 정운호로 다시 롯데로 이어졌을 때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지 모른다.

그때는 이미 검사장 출신으로 검찰내 신임이 높았던 홍만표 변호사가 정운호 게이트로 1순위 수사대상이 돼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어 검찰도 부담을 느낄 때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신영자측 증거인멸을 이유로 롯데를 탈탈 털었다. 면세점 로비와 관련된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 이사장 자택 등으로 시작된 압수수색은 결국 신동빈 회장 자택,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을 포함해 그룹 핵심은 물론이고 계열사 상당수까지 포함됐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수 백명을 동원했고 회장 개인 금고를 둘러싼 갈등까지 언론에 흘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롯데 탈탈 털어 성과 올리면 전관 비리 의혹은 사라지나

검찰은 롯데 수사가 올 초부터 진행된 내사의 연장선 상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이 주장을 믿어야 할까. 면세점 로비관련 증거인멸 때문에 그룹 전체를 턴 것은 이례적이다. 검찰이 이렇게 '적극성'을 보여준 사례가 근래에 또 있었나 싶다.

이때다 싶어 그룹 전체를 털어 총수를 사법처리하는 성과를 올리고 법조비리 의혹으로 커진 검찰에 대한 불신을 떨궈내자는 전략적 행보로 읽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재벌 내사는 검찰 담당 부서의 '상시적' 임무나 마찬가지다. 재벌 기업이 약점이 많다는 건 상식이다. 언제든 검찰은 '의지'만 있다면 불법을 잡아낼 수 있다. 그 '의지'가 발현되는 데 '동기'와 '명분'이 필요할 뿐이다.

이제 스포트라이트는 '롯데'를 비추고 있다. 검찰은 수사 상황을 중계하고 언론은 확대 재생산해 대중의 눈을 사로 잡고 있다. 최근 만난 롯데그룹 한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 결과를 실시간 중계한다는 느낌이 너무 강하다"며 "매일 하나씩 결과를 알려주는 수사가 어딨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실제로 이젠 신동빈 회장이 언제 귀국해 조사받고 기소돼 재판을 받고 구속수감될지 여부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안도하고 있을 '법피아'…그대로 둬야 하나

법조비리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롯데라는 재벌로 옮겨가는 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관비리 등 고질병에 메스를 댈 기회를 또 다시 놓치고 말 것이라는 한탄이다.

법조비리는 법원·검찰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조계 전체가 엮여 있다. 전관을 가장 잘 활용하는 대형로펌도 원죄에서 자유롭지 않다. '법피아'가 장악한 법률시장은 일반 국민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없는 게 우리 사법체계 현실이다.

법원·검찰의 현직 판검사들이 전관에 혜택을 주지 않는다면 전관비리는 발생할 수 없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는 전관인 홍만표 변호사가 로비를 시도했지만 현관에겐 먹히지 않았다는 '로비 미수'라는 결론이다. 과연 이 말을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까.

대법원은 전관 비리 대책 중 하나로 판사 사무실로 걸려온 외부 전화는 녹음하겠다고 한다. 과연 전관 변호사나 브로커들이 사무실로 전화를 할까. 대법원의 노력은 알겠지만 현실성 없는 대책은 전관 비리 방지에 대한 법원의 '의지'마저 의심하게 한다.

24일 현재, 법원·검찰 현직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치 혐오'만큼이나 널리 퍼진 '부자 혐오'를 교묘히 이용해 재벌에 대한 '망신주기', 포퓰리즘 수사로 국민의 눈을 돌리는 건 아닌지 지켜 볼 일이다.

◇법조비리 척결 미룰 일 아냐…국민 얕 봐서 안 돼

만약 검찰 수뇌부 혹은 그 윗선에서 법조비리를 이 정도에서 덮고, 재벌비리에 집중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면 국민을 너무 얕본 것이다. 국면전환용 수사를 너무 많이 겪었기 때문에 대중은 더 이상 속아 줄 여유가 없다.

법조비리 척결은 다음으로 미룰 일도 아니다. 수십년 간 불신만 쌓아 온 법조계 전체가 거듭 날 절호의 기회다. 망국병 법조비리를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다면 '특검', '청문회', '국정조사'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외부에서 칼질 해야 한다.

법원·검찰이 이대로 홍만표·최유정 사건을 마무리해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려고만 한다면 역풍이 불 것이다. 미진한 수사·재판 결과는 특검·청문회 등 외부 통제를 불러 올 명분을 준다. 그런 의미에선 차라리 검찰이 지금처럼 미진한 수사로 끝내는 것도 역설적으로 의미 있을 수 있다. 부실한 수사·재판은 국민 공분과 불신을 일으킬 것이고 정치권을 움직이게 할 것이다.

머니투데이

영화 '내부자들' 스틸 사진


◇정의, 그 달달한 것을 다시 세울 때

"정의?! 그 달달한 게 대한민국에 있긴 한가"라고 자조하던 영화 '내부자들' 안상구(이병헌 분)의 대사에 왜 국민들이 크게 공감했는지 검찰과 법피아 일원인 법조인들은 되새길 때다. '정의', 대한민국이 그런 달달한 것을 맛보려면 법조 특유의 폐쇄적 '연줄 문화'를 끊어야 한다.

법조 엘리트들의 '공적(公的)'관계를 일탈한 '사적(私的)' 호형호제와 끈끈한 정쌓기는 그대로 국민에게 피눈물로 돌아간다.

다른 분야도 '전관예우'가 실존하는 데 '왜 법조계만 들볶냐'는 불평을 하는 법조인도 있다.

우리 사회가 타 직업군보다 법조인을 특별히 우대하는 것은 '법치 사회' 구축이라는 그들의 역할에 권위를 부여하고 기대감을 갖기 때문이다. '법'은 사회의 마지막 해결책이다.

법조에서의 '전관비리'가 다른 분야에서의 부작용보다 심각한 이유는 거기에 있다. 경제·정치·교육·문화를 비롯한 모든 사회 현상의 마찰에서 오는 분쟁을 해결하러 가는 법원·검찰에서조차 다시 한번 '연줄'과 '전관비리'를 신경써야 하는 국민의 처량한 심정을 법조인들은 되새겨야 한다.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이 기사는 더엘(the L)에 표출된 기사로 the L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 머니투데이 더엘(the L) 웹페이지 바로가기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