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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리스트업] 상반기 당신이 놓치면 안되는 영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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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의 반환점이 눈앞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올해 개봉한 영화가 600편이었다. 6월 개봉작을 포함하면 700편을 넘을 전망이다. ‘검사외전’(970만6,695명)이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867만5,939명)처럼 국민 5명 중 1명꼴로 본 흥행작도 있으나 1만 관객이 신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영화들도 적지 않다. 영화의 홍수 속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작품이었으나 시장의 외면을 받은, 안타까운 영화도 허다하다. 상반기 당신이 놓쳤으나 늦게라도 챙겨봐야 할 영화들이 꽤 많다. 국적이 낯설고 한국 관객들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배우가 나와서, 아니면 무명 감독의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강한 빛을 못 본 수작들의 면면을 소개한다.

클랜

한국일보

아르헨티나 영화 '클랜'. 더블앤조이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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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는 중남미 영화 강국이다. 멕시코 브라질 칠레와 함께 질 높은 영화를 양산해낸다. 5월 12일 개봉한 ‘클랜’은 아르헨티나 영화의 저력을 상징한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만난 관객은 6,550명. 대형 상업영화의 흥행 성적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이나 영화는 어느 흥행 영화 못지않게 흥미롭고 완성도가 높다. 정치적이고 사회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나 폭탄 같은 서스펜스를 화면 곳곳에 감춰둔 작품이다.

1980년대 군정이 종식될 무렵의 아르헨티나가 배경이다. 중년의 푸치오는 모범적인 면모를 지녔다. 자녀들에게는 다정하고, 아내에게 다감하다. 아침마다 가게와 집으로 사용하는 건물 앞을 빗자루로 쓸며 하루를 시작한다. 사회의 존중을 받을 만한 푸치오는 알고 보면 납치와 살인으로 부를 쌓고 있다. 비밀스럽게 함께 움직이는 몇몇 동료가 있고, 가족들의 손도 활용한다. 집 지하에 피해자들을 가둬두는 공간을 마련해 놓고 고문까지 한다. 가족들이 푸치오의 범죄 행각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푸치오의 연쇄 범죄는 발각되지 않는다. 영화는 푸치오의 범죄 사업이 별 무리 없이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를 군정에서 찾는다. 감독 파블로 트라페로.

백엔의 사랑

한국일보

일본 영화 '백엔의 사랑'. 미디어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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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에서 밀려난 모든 사회적 패배자들에게 바치는 영화다. 주인공 이치코는 한심한 삶을 살아간다. 대학 졸업 뒤 집에 들러붙어 게임을 하며 삶을 소진한다. 돈도 애인도 능력도 희망도 없는 그는 부록 같은 인생을 살아가다 100엔 숍에 취직하며 새로운 삶을 맞는다. 무엇이든 100엔이면 살 수 있는 양판점에 100엔짜리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들과 만나며 정글 같은 세계와 맞닥뜨린다. 퇴물복서와 만나 사랑을 키우고 복싱으로 활기를 되찾기도 하나 인생은 만만치 않다. 남자는 여자를 버리고 직장 동료는 그녀의 성을 갈취한다. 한번도 이겨본 적 없고, 제대로 희망을 품어본 적 없는 이치코는 링에서 인생 최초의 승리를 갈망한다. 이치코가 피를 토하면서도 승리하기 위해 애쓰는 영화 결말부가 모든 이의 마음을 울린다. 24일까지 3,925명이 봤다. 감독 다케 마사하루.

산이 울다

한국일보

중국영화 '산이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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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을 장식한 중국영화다. 1984년 한 산골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순정한 사랑과 가슴 아픈 비극을 그렸다. 마을의 청년 한총은 오소리를 잡기 위해 숲에 덫과 폭약을 설치했는데 얼마 전 마을에 이주한 라홍이 이를 잘못 밟아 목숨을 잃는다.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하는 게 싫은 마을 어른들은 배상금을 대신해 한총이 라홍의 아내인 벙어리 홍시아를 돌보도록 한다. 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고 자주 마주치게 된 한총과 홍시아 사이에는 사랑이 싹트고, 한총의 연인이었던 과부 친화의 불만은 커져만 간다. 얼마 뒤 마을에는 라홍이 수배범이고 공안이 곧 마을을 찾아 라홍의 행방을 뒤질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당황한 마을 어른들은 자신들의 범죄 은폐를 감추기 위해 홍시아를 내쫓으려 하나, 연정에 휩싸인 한총은 자신이 자수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며 반기를 든다. 이후 라홍과 홍시아 사이에 감춰졌던 비밀이 조금씩 드러난다.

순박한 사람들의 사랑이 아름다운 산세에 새겨진다. 사랑 영화이면서도 스릴러의 장르적 규칙을 따르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1만2,710명 관람. 감독 래리 양.

우리들

한국일보

한국 영화 '우리들'. 필라멘트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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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라고 어른과 다를까. 친구를 사귀고 따돌리고 그리워하다 상처 받는 과정은 어른과 별반 다르지 않다. 독립영화 ‘아이들’은 11세 아이들의 세계에 초점을 맞추며 상처 입은 자들의 관계를 비추고 약자들의 연대 가능성을 모색한다.

영화는 어느 여름 한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외톨이인 선은 여름방학을 맞을 무렵 집 근처로 이사온 지아와 곧 친구가 된다.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던 선은 지아가 귀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지아는 경제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선에게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선을 미워하는 보라가 둘 사이에 끼면서 선과 지아는 서로 멀어지게 된다. 패거리에 끼고 싶은 충동, 진정으로 마음을 나누었던 친구에 대한 미안함, 누군가에게 밀리고 싶지 않은 치기 등 여러 감정이 뒤섞이며 이야기는 앞으로 나간다. 선과 지아는 과연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이들은 서로를 존중하며 평화롭게 살아갈 수 없을까라는 영화의 질문은 어른들 세계로도 확장된다.

아이들의 세세한 감정 변화를 따라가는 섬세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생기를 잃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도 눈을 잡는다. 24일까지 1만2,202명이 봤다. 감독 윤가은.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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