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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취재파일] 맹위 떨치는 한반도 마른 장마…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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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차례 장맛비가 지나갔다. 이번에도 중부 지방보다는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렸다. 어제(24일) 전남 구례에 83.5mm의 비가 내린 것을 비롯해 남부 지방에는 20~80mm가량의 비가 내렸다. 하지만 서울에는 비가 오는 듯 마는 듯 지나갔다. 3.5mm의 비가 내리는데 그쳤다.

중국에서는 우리나라 장마와 같은 날씨를 ‘메이위(梅雨)’, 일본에서는 ‘바이우(梅雨)’라고 부른다. 모두 매실이 익을 무렵 내리는 비라서 붙은 이름이다. 장마와 메이위, 바이우,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가 여름철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와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으로 확장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언제 어느 쪽으로, 얼마나 강하게 확장하느냐에 따라 장마와 메이위, 바이우의 시기와 강도가 달라진다.

제주도와 남해안 지방에 장마가 시작된 것은 지난 18일이다. 제주도는 평년보다 하루 일찍, 남해안 지방은 평년보다 닷새 정도 일찍 장마가 시작됐다. 당초 예상보다는 하루 정도 뒤로 밀렸지만 서울에도 평년(24일)보다 이틀 정도 이른 22일 공식적으로 장마가 시작됐다.

기상청은 1개월 전망에서 올여름 장마는 장마 초기인 6월 하순과 7월 초순 전반까지 평년보다 비가 많이 내릴 것으로 전망했었다. 장마 전선이 초기에 강하게 북상하면서 비가 많이 내릴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2014년, 2015년과 달리 초반부터 비가 많이 내리면서 올여름은 비가 적은 마른 장마가 아니라 비가 많은 장마다운 진짜(?)장마가 올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하지만 장마가 시작되면서 당초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장마가 평년보다 일찍 시작되기는 했지만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이어지고 있을 뿐 장마 전선이 중부 지방까지 강하게 치고 올라오지는 못하고 있다. 당연히 평년에 비해 강수량이 적다. 어떤 면에서 보면 중부 지방 장마 시작일인 지난 22일 서울과 경기, 강원도에 내린 비는 장맛비가 아니다. 남해상에 위치했던 장마 전선이 서울까지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 장마 전선과는 별개로 북한 지방을 지나는 기압골이 서울, 경기와 강원 지방에 영향을 준 것이다. 한반도 남쪽과 북쪽이 서로 다른 시스템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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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4일) 비를 뿌린 장마 전선은 다시 제주도 남쪽 해상으로 내려갔다. 당분간 제주도 남쪽에 머물다가 화요일과 수요일쯤 제주도 부근까지 다시 북상할 전망이다. 장마 전선이 크게 북상하지 못하는 만큼 화요일과 수요일에도 남부 지방에만 비가 예상될 뿐 중부 지방에는 비 소식이 없다.

다음 주 수요일 이후에는 장마 전선이 다시 제주도 남쪽 해상으로 내려갔다가 토요일인 7월 2일 쯤 다시 북상해 전국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장마 기간이지만 중부 지방에는 당분간 비 소식이 없는 것이다. 비가 많이 내릴 것으로 예상했던 장마 초반에 비가 아주 적은 것이다. 장마 초반에 비가 적게 내리면서 올해 6월 1일~24일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은 60mm 정도로 평년(105.5mm)의 57%에 불과하다. 올해도 한반도에는 마른 장마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예상과 달리 장마 전선이 중부 지방까지 강하게 치고 올라오지 못하는 것은 장마 전선을 밀어 올리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가 있는 북쪽으로 크게 확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북태평양 고기압의 형태를 보면 일본 남쪽에서 중국 남부에 이르기까지 동서 방향으로 길쭉하게 발달해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인 한반도 지역보다 서쪽인 중국 남부 지역으로 확장하면서 장마 전선이 위치한 중국 남부와 일본 지역에 폭우가 이어지고 있다. 올여름은 장마가 아니라 중국의 메이위와 일본의 바이우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중남부 지역을 강타한 폭우로 22일 현재까지 67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1천 만 명에 달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23일 중국 장쑤성에는 우박에 토네이도까지 발생했다. 지난 4월 대지진이 발생했던 일본 구마모토에서도 최근 시간당 최고 150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6명이 숨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모두가 예년과 달리 동서로 길게 치우쳐 발달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이 크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서로 길쭉하게 발달한 지금과 같은 상태가 이어질 경우 한반도 지역의 장마철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서로 길쭉하게 발달했던 지난 2014년과 2015년 장마철 강수량은 평년보다 크게 적었다. 그래서 마른 장마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보통 장마 기간에 전국적으로 평균 356.1mm의 비가 내리는데 2014년에는 평년의 40% 정도인 145.6mm의 비가 내리는데 그쳤고 2015년에도 평년보다 100mm 이상 적은 240.1mm의 비가 내리는데 그쳤다. 마른 장마가 이어진 것이다.

최근 이어진 마른 장마의 가장 큰 원인은 적도 태평양의 바닷물이 뜨거워지는 엘니뇨다. 엘니뇨가 발달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쪽인 북쪽이 아니라 중국 쪽인 서쪽으로 크게 확장했기 때문이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서태평양에서 대류 활동이 평년보다 약해지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해진 것도 한반도 장마철 강수량이 적었던 원인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인도양에서 원인을 찾는 경우도 있다. 부산대 서경환 교수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도양의 해수면 온도와 한반도 지역의 장마철 강수량 사이에는 음의 상관 관계가 있다. 인도 몬순과 동아시아 몬순(장마)에 영향을 미치는 인도양의 바닷물이 평년보다 뜨거워지면 마른 장마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문제는 아직 장마 초기지만 한반도 장마철 강수량과 관계가 있다는 여러 요소들이 지난해와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엘니뇨는 소멸했지만 서태평양의 대류 활동은 여전히 평년보다 약하고 북태평양 고기압은 남북 방향보다는 동서 방향으로 길쭉하게 발달해 있다. 심지어 인도양의 해수면 온도도 평년보다 높은 상태다. 한반도에 마른 장마를 초래했던 여름철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올 장마철에도 평년보다 비가 적지 않을까, 마른 장마가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기상청의 장기 전망에서도 올 7월에는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마 초반에 비가 적은데 남은 장마 기간에도 평년보다 비가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가 많은 장마다운 진짜 장마가 오는 것이 아니라 작년과 재작년에 이어 3년 연속 마른 장마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보통 한 달 정도인 장마 기간에 내리는 비는 평균 356.1mm다.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이 1,307.7mm인 점을 고려하면 1년 강수량의 26%가 장마철에 내린다. 때문에 장마철에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을 경우 이어지는 가을과 겨울, 그리고 다음 해 봄까지도 가뭄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현재 동서 방향으로 길쭉하게 발달한 북태평양 고기압, 태평양이나 인도양 상황, 그리고 기상청의 전망을 종합해 보면 장마 중반이나 후반에 비가 평년보다 많이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강한 ‘메이위’와 ‘바이우’와는 달리 올여름 장마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비 피해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장마 중반이나 후반에는 올해도 마른 장마라는 말 대신 올해는 진짜 장마라는 말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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