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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한수진의 SBS 전망대] 부동산 시장 과열에 등장한 '1천만 원 로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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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차병준 SBS 논설위원

▷ 한수진/사회자:

뉴스인사이드, 차병준 SBS 논설위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네.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안녕하세요. 어떤 얘기 가져오셨습니까.

▶ 차병준 SBS 논설위원:

오늘(25일)은 부동산 시장 얘기입니다. 요즘 재건축 시장이 말 그대로 펄펄 끓고 있죠. 소형 상가빌딩, 그리고 수익성 토지에도 돈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초저금리의 효과가 실물 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부동산으로만 몰리는 탓입니다. 그렇다고 부동산 시장이 살아났느냐. 그것은 또 아닙니다. 돈이 몰리는 특정 지역, 특정 부동산만 호황인 것입니다.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과 저금리가 몰고 온 비정상적인 부동산 시장 상황 짚어보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그러면 펄펄 끓는다는 부동산 시장의 상황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이번에도 서울 강남이 진원지인 거죠?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네. 그렇습니다. 이번 부동산 열풍을 주도한 것.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일반 분양이었습니다. 잠원동의 한 재건축 아파트, 3.3m⊃2;당 분양가가 4,299만 원. 4천만 원이 넘었습니다. 개포동의 한 재건축 아파트는 3,760만 원이었습니다. 조금 낮았기는 했지만요. 그래도 너무 비싼 것 아니냐, 당시에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죠.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까 각각 청약률이 30%, 40%를 넘었습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분양 열풍이 불면서 이게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찾는 수요로 이어졌고. 그 아파트 값도 끌어올렸습니다. 최근 한두 달 새 1억 원에서 2억 원까지 값이 뛰어오른 아파트도 있습니다. 분양 예정인 재건축 아파트들의 주택조합과 시행사들, 앞 다투어 분양가 인상에 나섰죠. 다음 달 분양되는 강남 개포주공 재건축 아파트는 3.3m⊃2;당 분양가가 평균 4,500만 원. 그리고 올해 하반기에 분양이 잡혀있는 잠원동 재건축 아파트도 이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아질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만 보면 지난 2007년 전후한 당시 부동산 과열기와 비슷한 상황이 됐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그렇습니다. 당시 부동산 버블이라는 말이 나왔죠. 결국 부동산 규제를 불러왔던 때와 비슷한 수준이 됐습니다. 서울 강남만큼은 아니어도 재건축 열풍은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을 보면 지난 3월부터 15주 연속 오름세입니다. 지난주죠. 6월 셋째 주 아파트 값 동향을 볼까요? 재건축 아파트 값은 한 주 새 0.45% 올랐습니다. 일반 아파트 값 0.09% 올랐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펄펄 끓는, 돈이 몰리는 부동산 시장. 재건축만은 또 아닌 것 같습니다. 토지 분양에도 엄청난 자금이 몰린다고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우리가 보통 상가주택용지라고 하죠. 1층에는 상가, 2, 3층에 주택을 동시에 지을 수 있는 땅인데요. 이 점포 겸용 단독주택의 용지 인기도 치솟고 있습니다. 지난 15일에 인천 경제자유구역 내 영종하늘도시에서 177 필지를 공급했는데. 여기에 6만 4천여 명의 신청자가 몰렸습니다. 이 가운데 입지가 좋은 필지의 경쟁률은 무려 9,204:1이 됐습니다. 올해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한 상가주택용지 대부분이 이렇게 수백 대 일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합니다. 천만 원 보증금 내고 분양 일단 받으면 수천만 원의 웃돈이 바로 그 자리에서 붙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명 천만 원 로또라고까지 불린다고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천만 원. 부동산에 돈이 몰리는 이런 상황. 결국 저금리가 배경인 것으로 봐야 되겠죠?

▶ 차병준 SBS 논설위원:

예. 이번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가 1.25%가 됐는데. 사실 1%대의 저금리가 된 지는 이미 꽤 됐죠. 웬만한 금융상품에 가입해봤자 세금 떼고 물가상승률 감안하면 사실은 마이너스 금리라는 말이 맞는 겁니다. 그래서 아예 이자 포기하고 금융권에 임시 정박, 이것을 파킹이라고 표현합니다만. 잠시 걸쳐놓고 있는 뭉칫돈이 단기부동자금입니다. 돈이 벌리는 대상이 있다 싶으면 바로 움직이는 돈이죠.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945조 원 정도로 추산됐는데, 이달 금리 인하로 더 늘어나 규모가 천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동자금은 단기 수익을 좇아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요즘 수익률이 좋다는 공모주 청약에 보통 수조 원의 돈이 한꺼번에 몰리죠. 요즘 부동산 열풍에도 이런 뭉칫돈이 몰리는 겁니다. 재건축 아파트 신규 분양 경쟁률을 보통 30 대 1이 넘는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물론 실거주 목적으로 청약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많게는 억대의 웃돈을 얹어서 분양권을 팔아 단기투자수익을 노리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불법전매를 부추기는 이른바 떴다방이 다시 극성을 부리고 있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한 마디로 저금리발 부동산 열풍이라는 말씀이시네요.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재건축 시장이 이렇게 뜨거워진 데에는 정부 정책의 영향도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네. 앞서 이번 재건축 열풍의 시작에 재건축 분양 아파트 청약 열풍이 있다. 이렇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 물꼬를 터준 게 정부라는 지적입니다. 가계부채가 너무 늘어서 심각해지니까 정부가 지난 2월부터 주택담보대출의 상환 능력을 까다롭게 하고,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도록 규정을 강화했습니다. 그런데 신규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인 집단 대출에는 이 심사 강화를 빼준 겁니다. 실수요자들이 신규 분양으로 관심을 돌릴 수밖에 없던 거였죠. 대출 심사 강화가 지난 2월부터였고, 재건축 아파트의 본격적인 상승세가 3월부터였으니까 얼추 시기적 연관성을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 집단 대출 규모도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지난 한 해 집단 대출이 8조 7천억 원이었는데, 올 들어서 5달 동안 이미 1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정부도 뒤늦게 집단 대출을 일부 제한한다. 이런 방안을 내놓기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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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예. 그런데 아직은 시장에서 재건축 열풍이 계속되고 있는데. 또 한 편에서는 단기간에 너무 올랐다. 나중에 공급 과잉의 우려가 있다. 이런 경고도 나오고 있던데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네. 한두 달새 1, 2억 원이 올랐다면 많이 오른 것 맞죠. 그런데도 거래가 된 것입니다. 거래가 됐다면 이 가격에 산 사람이 있다는 거잖아요? 실수요자일 수도 있고, 여기서 단기차익을 노리고 산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웃돈이 과도하게 붙어있는데 이 재건축 투자의 막차를 탔다가는 폭탄 돌리기 희생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 재건축 완료 뒤에 입주 시기에 공급 과잉의 우려도 제기가 됩니다. 다만 대략 2020년 전후까지 재건축 단지의 입주 시기가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인데요. 7만 가구 가까이 될 텐데요. 그 때 경제 상황에 따라 변수는 있겠지만 공급 물량이 이렇게 한꺼번에 많아진 것은 아파트 값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리고 전세 들어올 사람을 찾지 못하는 이른바 역전세난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럴 수 있겠네요. 그래도 어쨌든 정부의 활성화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좀 살아났다. 이렇게 볼 수는 없는 건가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네. 규제 완화를 비롯한 정부의 각종 경제 대책이 주택 시장 회복에 기여했는가. 사실 지난해만 보면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주택 거래량도 많이 늘었고, 집값 상승세도 컸습니다. 그런데 그 대가가 아시다시피 가계부채의 급증 아니었습니까. 올 들어 미국 금리인상 같은 불안한 경제 여건에다 대출 심사 강화로 돈줄을 죄니까 한계가 바로 드러났습니다. 올 들어서는 4월까지 주택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 73% 수준 대에 머물렀습니다. 그런데도 재건축 열풍으로 집값이 오르고,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것 같은 착시가 있는 겁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결국 경제 활성화로 연결되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만 반짝하는 단기 효과에 그친 셈이 됐습니다. 건설 산업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굉장히 있습니다. 관련 산업들이 많아서 경기 부양을 이끄는 효과를 기대하고, 그래서 부동산 부양을 하는 것인데. 이게 과거에는 통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우리 경제 구조가 이렇게 단순하게 굴러가지 않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단기 효과에 연연하다가 결국 부동산 시장은 살리지 못한 채 늘어나기만 하는 가계부채가 지금 우리 경제에 굉장히 큰 부담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는 부동산 정책도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SBS 차병준 논설위원이었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 차병준 SBS 논설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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