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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김기자와 만납시다] 복날, 그리고 개고기의 딜레마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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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시(廣西)좡족 자치구 위린(玉林) 시가 지난 21일부터 개고기 축제를 열고 있다. 매년 논란에 휩싸인 축제를 두고 현지 동물보호단체와 개고기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면서 올해 방문객은 줄었다는 말이 들린다.

어려운 문제다. ‘개고기’ 세 글자에 사람들 반응은 엇갈린다. 누가 뭘 먹든 신경 쓰지 말라는 의견과 인간과 오래전부터 가깝게 지내온 개를 식용으로 삼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이 부딪친다. 약간 과장하면 세상에서 개가 없어지지 않는 한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복날이 다가오면 “개고기를 먹지 말자”고 주장하는 단체가 여기저기서 등장한다.

시위도 펼쳐진다. 국내 최대 개고기 시장으로 알려진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에는 최근 몇 년 사이 개고기 식용 반대 집회를 여는 단체가 보인다. 도축 반대 퍼포먼스를 벌이는 동안 상인들과의 마찰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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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린(玉林) 시의 개고기 축제를 보도한 대만의 한 매체 / 사진=대만 풍전매(風傳媒) 홈페이지 캡처


지난 24일 직접 모란시장을 찾았다. 때마침 장날이다. 가랑비가 쏟아지는데도 이른 아침부터 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많다.

개고기 판매점은 시장 입구를 시작으로 안쪽까지 오른편에 쭉 늘어섰다. 어림잡아 10곳이 넘어 보인다.

한 판매점의 상인은 “고기 사러 오셨냐”며 지나가는 기자에게 말을 걸었다.

오전 9시30분이 지났을 즈음 판매점을 나서는 중년 부부가 보였다. 양손 가득 비닐봉지를 든 채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부부는 경기도 수원에서 왔다고 했다. 이들은 “(개고기는) 옛날부터 먹어온 음식 아니냐”며 “집안 가족들도 대부분 먹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자의 판단이 다른 것”이라며 “생각의 차이 아니겠느냐”고 되묻고는 자리를 떠났다.

여러 판매점을 살펴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띄었다.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우리 앞에 붙었다. 촬영 시 법적 조치를 취하며, 메모리카드를 압수하겠다는 강한 어조다.

사진을 찍을 수 없는 탓에 성남시에 비슷한 내용의 사진을 구할 수 없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워낙 예민한 사항이라 시에서도 사진을 찍지 못했다는 관계자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항공촬영 사진만 보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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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개고기 시장으로 알려진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 사진 속 오른편에 늘어선 곳이 개고기 판매점이다. / 사진=성남시 제공


잠시 후, 어느 보양식 판매점에 들렀다. 주인은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했다.

어렵사리 설득한 끝에 “개고기를 먹으러 오는 손님 연령층이라도 알 수 없느냐”고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주인은 “젊은 사람은 없다”며 “나이가 든 사람들인데, 아무래도 옛날부터 (개고기를) 먹어왔으니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걸음을 돌려 다른 개고기 판매점으로 향했다. 진열대 앞에 선 직원에게 “사장님이시냐”고 물었더니 손을 저으며 “저쪽으로 가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자라는 것을 안듯한 말투였다. 몇 발자국 떨어진 다른 판매점에서는 한 할머니 앞에서 “오늘 잡은 거다”라며 고기를 반으로 자르는 직원이 보였다.

개고기 판매점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만난 어느 상인은 “아무래도 키우는 것과 먹는(식용) 건 다르지 않겠냐”며 “(내가) 뭐라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중립적 입장을 취했다. 옆에 있던 상인은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손을 내저었다.

‘복날, 그리고 개고기의 딜레마 (下)’ 편에서 계속됩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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