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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강아지공장 불법행위 단속실적 4년간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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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과태료 조항 있지만 당국 손 놓고 방치

“구제역ㆍAI 대응하느라 인력 없어” 핑계만

생산업체 수천 곳 있음에도 신고업소 ‘187곳’ 불과

한국일보

강아지공장이라 불리는 동물생산업체의 내부 모습. 동물생산업체 대부분이 바닥이 철망으로 된 케이지에 동물을 사육한다. SBS TV동물농장 캡처


동물생산업체(강아지공장)의 불법영업 및 동물학대 실태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지난 4년간 정부가 동물생산업체의 법 위반 행태를 단속한 실적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응하느라 여력이 없었다”고 해명하지만, 모든 걸 업체 자율에만 맡겨두고 전혀 관리ㆍ감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강아지농장 동물학대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정부가 동물생산업체의 법 위반 행위에 내린 행정처분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동물보호법은 동물 학대 행위에 벌금 등 형사처벌을 규정하는 동시에, ▦동물유기 ▦동물운송과정 부상 야기 ▦동물배송방법 위반 ▦영업 양수도 미신고 등에 과태료를 매기도록 하고 있는데 당국은 이런 위반 행위를 그 동안 전혀 적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행정처분이 없었던 것은 동물생산업체들이 규정을 제대로 지켜서가 아니라, 정책을 총괄하는 중앙정부와 실제 단속현장에 나서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대부분 지자체에서 공무원 한 사람이 소, 돼지, 개, 닭 등을 다 떠맡다 보니 행정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구제역이라도 발생하면 10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는 여기에만 매달려야 하는 등, 개는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제도개선 취지를 살리지 못한 것도 당국의 실책이다. 정부는 2012년 동물생산업을 등록제에서 신고제로 문턱을 낮춰줬는데, 당시 “음지에 있는 개 생산업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내기 위해 규제를 완화해 준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규제만 풀어줬을 뿐 이후 관리ㆍ감독을 전혀 하지 않았다. 동물생산업체에 대한 단속을 하지 않은 이유와 관련, 한 당국자는 “신고제로 바꾼 것은 단속보다는 계도 차원에서 하겠다는 목적”이라며 “그래서 별도로 단속활동을 벌이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렇게 손을 놓고 있다 보니 지금까지 동물생산업체가 정확히 몇 곳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정부에 신고된 개 생산업소는 187곳인데, 농식품부가 2013년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지자체 등을 통해 조사한 결과에서는 731곳이다. 지난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파악한 결과에 따르면 개 생산업체는 전국에 1만7,059곳으로 집계됐는데, 식용 개 사육농장이 포함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부 신고업체 숫자(187곳)는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최소 수천 곳의 미신고업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농식품부와 지자체가 실태를 알면서도 방치해, 동물 학대가 더 심해졌다고 주장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이번에 여론에 떠밀려 전수조사를 하긴 하는데, 보다 근본적으로는 불법업체들을 어떻게 뿌리 뽑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물생산업소를 허가제로 바꿔 정부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소연 케어 대표는 “개 생산업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미국 일본 독일처럼 허가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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