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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언제든 ‘제2 박유천 쇼크’ 온다… 기획사 인성교육 프로그램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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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생들 나이 점점 어려지며

기획사의 교육 책임도 도마에

일부 외부강사 성교육 등 실시

중ㆍ소 기획사는 여전히 등한시

한국일보

공익요원 신분에 성폭행 혐의로 최근 네 차례 피소 당한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은 국내 연예계에 큰 숙제를 던졌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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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사이 병역 복무 중에 성폭행 혐의로 피소 당하거나 군 복무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으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가수 겸 배우 박유천(30)과 비(본명 정지훈·34), 가수 세븐(본명 최동욱·32)은 대형 가요기획사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세 가수는 14~16세에 각각 SM엔터테인먼트(박유천)와 JYP엔터테인먼트(비), YG엔터테인먼트(세븐)에 연습생 신분으로 들어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데뷔했다.

셋 다 학교보다 연예 기획사에서 더 많은 청소년 시절을 보낸 뒤 기획사의 그늘 아래 연예 생활을 해왔고, 병역을 계기로 연예계 밖 사회에 첫 발을 내딛다 ‘사고’를 쳤다. 셋은 누구나 알아 볼만한 한류스타인 데도 병역 기간에 넘지 말아야 할 상식의 선을 넘었다. 박유천과 비, 세븐이 연습생 생활을 하던 1995~2002년에는 인성 교육 시스템을 갖춘 연예기획사가 전무 하다시피 했다.

박유천 사건을 계기로 연예기획사의 아이돌 육성 방식이 새삼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연예기획사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연예인 개인의 도덕적 불감증이 일차적인 문제지만, 기획사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연예기획사 연습생들은 인성의 토대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시기인 청소년기를 기획사에 가장 많이 의존한다. 하지만 연예기획사는 연습생들을 상대로 춤과 노래, 연기 등을 가르치는 데만 힘을 쏟고, 성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사회적 분별력이나 인성 함양 교육을 등한시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연예인의 사회적 위상이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스타를 꿈꾸며 연예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가는 이들의 나이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반면 연습생에 대한 연예기획사의 인성 교육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성 교육에 대한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제2의 ‘박유천 쇼크’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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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군 복무 중이던 세븐은 복무지를 이탈한 뒤 안마시술소를 출입해 영창 10일 처분을 받았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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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들어 대형 연예 기획사를 중심으로 연습생 인성 교육 프로그램이 속속 도입되고 있기는 하다. 아이돌그룹 비스트 등이 속한 큐브엔터테인먼트는 2010년 이후부터 분기 별로 외부 강사를 불러 원활한 대인 접촉 및 관계 유지 등에 대한 인성 교육과 성교육을 실시한다. 연습생들에게 일기를 쓰게 해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매달 말에 진행되는 평가에는 노래와 춤 외에 인성 평가 점수도 넣어 연습생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 연예기획사는 여전히 인성 교육의 ‘사각지대’다. 아이돌 인성 교육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거나, 교육도 하지 않은 채 연습생을 방치하고 있다.

두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A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전문가가 아닌 소속사 직원이 팬들 대하는 법 등을 가르치는 수준에서 아이돌 인성 교육을 한다”고 말했다. 2010년대 데뷔한 한 인기 걸그룹이 속한 B엔터테인먼트는 데뷔가 확정되지 않은 연습생에게는 인성 교육을 아예 실시하지 않는다. B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인성 교육 프로그램도 비용이고, 연습생이 언제 기획사를 떠날지 몰라 모든 연습생을 대상으로 인성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경제적 비용 등을 이유로 청소년 연습생들이 연예기획사 내에서 기본적인 인성 교육 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학업을 포기하고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 연습생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며 “연예기획사에 인성 교육 프로그램 등의 의무화가 가능한지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손석한 박사는 “어린 나이부터 주목 받은 아이돌은 주변에서 다들 떠 받들어줘 자기검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위험이 높다”며 “연예기획사가 연습생 시절부터 다양한 인성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화에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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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신분이던 가수 비는 외박 중 영내를 벗어나 일주일 근신 처분을 받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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