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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정운호 도박자금 중 13억은 회삿돈…작년엔 왜 못 밝혔을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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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도박수사 때는 횡령 미포함…당시 수사팀 "공소유지 어렵다고 판단"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검찰이 24일 정운호(51) 전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를 다시 구속기소하면서 지난해 원정도박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회사자금 횡령이 추가됐다.

특히 정 전 대표가 빼돌린 돈 일부가 도박 자금 변제에 사용된 정황이 확인되면서 검찰이 지난해 자금 관련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이날 정 전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과 위증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횡령 혐의에는 지난해 1∼2월 네이처리퍼블릭 법인 자금 18억원과 자회사 에스케이월드의 법인 자금 90억원 등 회삿돈 108억원을 빼돌린 내용이 포함됐다.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임대차계약에 관한 보증금을 지급한 것으로 회계처리하고, 허위 장부를 작성하는 방법 등이 주로 동원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빼돌려진 자금 중 13억원 정도가 마카오, 필리핀 등 원정도박에 사용된 정황이 이번 수사에서 새롭게 확인됐다.

네이처리퍼블릭과 관계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한 뒤 회계장부 조작 사실을 확인하고 숨겨진 자금 흐름을 쫓아 밝혀낸 금액이다.

정 전 대표도 이번 수사에 이르러 13억원이 회삿돈이라는 점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원정도박 혐의를 수사할 당시 횡령 혐의는 없었다고 결론 낸 것과 어긋나는 대목이다.

검찰 관계자는 "횡령은 지난해 수사에서는 규명이 되지 않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수사 때 개인 재산으로 대부분 도박 자금을 변제하고 나머지도 네이처리퍼블릭 설립에 본인 자금 200억원 정도를 가수금 형태로 투입한 부분이 있어 그걸 사용한 것이라는 정 전 대표의 해명을 받아들였다.

회사자금에 대한 수사는 별도로 이뤄지지 않았고, 정 전 대표에게는 상습도박 혐의만 적용됐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당시 회삿돈으로 도박자금을 변제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정씨가 전면 부인했다"면서 "그 상태로는 기소해도 공소유지가 어려울 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회삿돈을 도박에 썼을 수 있다는 의심스러운 정황은 법원 제출 기록에 첨부했고 1심 재판부도 이런 점을 양형 사유로 언급하며 (정 전 대표에게) 실형을 선고했던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 수사팀 관계자도 "작년 수사는 이른바 '별건 수사'의 부작용을 우려해 회사 쪽을 압수수색하지 않고 도박 혐의 규명에 초점을 맞췄던 것"이라며 사안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새로 드러난 횡령 혐의는 압수수색과 정밀한 장부 대조를 통해 회계조작을 밝혀냈기 때문에 적발 가능했다"며 "네이처리퍼블릭이 목표물이 아니었던 작년 수사에서는 현실적으로 규명하기 어려웠던 사안"이라고 부연했다.

지난해 검찰은 정 대표를 비롯해 원정도박으로 재판에 넘겨진 기업인 12명을 기소했는데, 이들 중 자백을 한 해운업체 대표 문모씨와 폐기물업체 대표 임모씨에게만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해당 업체도 횡령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별도로 압수수색하지는 않았고 자백 내용을 증거 삼아 기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대표가 지난해 마카오, 필리핀 등지에서 도박한 금액은 약 101억원으로, 문씨(169억원) 다음으로 액수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정 전 대표의 횡령 혐의가 추가로 드러난 만큼 지난해 상습도박 사건 수사는 '부실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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