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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스스로 성매매해놓고 지금은 왜 반대운동 하느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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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로 걸어 들어갔지만, 나오는 건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성매매 여성 네트워크 뭉치 토크콘서트…"우리 소리에 귀 기울여 주길"

연합뉴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전=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제 발로 성매매 하러 들어가 놓고서 지금은 왜 성매매 반대운동을 하고 있냐고요?"

"성매매 여성에게 자발적이냐 자발적이지 않느냐의 구분이 애매합니다. 자발적으로 시작해도, 업소에 들어가는 순간 제 의지로 나올 수 없는, 비자발이 되거든요."

23일 밤 대전 중구에 있는 소극장 고도에서 열린 '성매매 경험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의 토크콘서트에 나선 여성 4명은 과거 성매매에 종사했지만 현재는 '반성매매'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집창촌, 룸살롱, 다방 등 업소에서 길게는 20년 가까이 성매매를 하다가 도망치거나 빠져나온 당사자들이다.

성매매할 때부터 그만둔 지금까지 세상 사람들에게 들었던 여러 편견과 모욕들을 나열하고, 여기에 직접 답했다.

A씨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자기 발로 업소에 들어가, 자발적으로 성매매했으면서 인제 와서 왜 피해자인 척하느냐고 묻는다"고 운을 뗐다.

이들은 성매매 여성들에게 자발과 비자발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을 시작하는 조건으로 선불금을 받는데, 이 돈을 갚지 않으면 빠져나갈 수 없다. 실제 여성 의지와 상관없이 업소에 넘겨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돈을 쉽게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실제 일을 하면 할수록 빚만 쌓여 어쩔 수 없이 일을 계속해야하는 구조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A씨는 "스스로 성매매를 하러 간 것 맞다. 그러나 내 의지로 나올 수 있는 곳이 아니더라. 업소에 들어간 순간부터 비자발이다. 자기 의지대로 나올 수 있어야 진짜 자발적인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20년 성매매에 종사했던 한 여성은 '이 일로 돈을 벌어 이 바닥에서 나가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빠져나가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일하는 동안은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본명과 업소에서 쓰는 예명이 있었지만, 구매남들은 항상 나를 XX년으로 불렀다"고 A씨는 전했다.

이들은 일각의 성매매 합법화 주장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성매매 자체가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탈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지원도 지금보다 더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B씨는 과거 대전에서 성매매를 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는 "20살 때 소개소를 통해 대전 룸살롱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제는 성매매를 반대한다고 외치며 대전 땅을 다시 밟았다. 옛날 생각이 나서 어젯밤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며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그렇게 돈을 잘 벌고, 즐거운 직업이라면 왜 내가 얼굴 다 팔면서 여기 나왔겠느냐"며 "지겹더라도 당사자,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우리의 이야기가 모두 다 맞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느꼈던 감정을 받아들여 달라"며 "다른 사람들이 나처럼 살지 않기를, 여성들이 성매매에 빠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대중 앞에 섰다"고 끝을 맺었다.

so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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