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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전재산 3600만원 기부하고 눈 감은 쪽방촌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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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고 강천일 할아버지가 조성삼 용산구 복지정책과장에게 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용산구 제공


지난 4월 서울 용산구 후암동 쪽방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해온 일흔 둘의 강천일 할아버지는 전재산 3600만원을 구에 기부하고 닷새 만에 요양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강 할아버지가 빌딩 청소노동자로, 가락시장 짐꾼으로, 구두닦이로 한 푼 한 푼 모은 돈이었다. 강 할아버지는 “평생 힘들게 살아와서 누구보다 어려운 사람의 마음을 잘 안다”며 “내가 줄 수 있는 이 작은 것이 형편이 어려운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서울 용산구는 강 할아버지의 기부금이 용산복지재단에서 복지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구는 지난달 용산복지재단 설립을 마무리하고 오는 9일 출범식을 연다. 구는 지난해 복지재단 설립 방침을 수립하고 조례를 제정했다. 구는 현재까지 용산복지재단의 기본재산은 43억원으로, 구 출연금 10억원 이외에 민간기부 33억원(38건)이 모였다고 밝혔다. 강 할아버지를 비롯해 배우 견미리씨, 아모레퍼시픽, HDC신라면세점, 서부T&D, 현대산업개발 등 지역 인사들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부에 참여했다고 구는 설명했다. 구는 2020년까지 100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구는 “용산은 삼성 이건희 회장, 현대 정몽구 회장, GS 허창수 회장을 비롯해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가들이 다수 거주하는 부촌 이미지가 강하지만 동자동 쪽방촌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약자들도 많아 양극화가 두드러진다”면서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을 위해 복지재단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재단에서는 위기가정 발굴 및 지원사업, 저소득층 1:1 결연사업,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 지원사업 등을 준비하고 있다. 사무실은 지난달 준공한 한남동 공영주차장·복합문화센터 2층에 들어섰다. 자세한 내용은 용산복지재단(☎ 2074-9191)으로 문의하면 된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강천일 어르신을 비롯해 많은 분들의 정성이 모인 용산복지재단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구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며 “복지재단을 통해 100년이 흘러도 튼튼하게 유지되는 복지용산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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