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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TF인터뷰] 유인영 "주인공 아니라도 새로운 연기라면 보여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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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영, 악녀 딱지 뗀 성장기. 배우 유인영이 MBC '굿바이 미스터 블랙'을 마친 후 캐릭터에 대한 연구와 연기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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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대'와 '기황후'가 만든 유인영, '굿미블'을 만나다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악녀는 미워하되 배우 유인영(32)은 미워할 수 없었다. '악녀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악녀의 결말과는 정반대로 날이 갈수록 유인영을 향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지난달 19일 종영한 MBC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서는 고정적인 악녀 이미지를 벗어나 또 다른 캐릭터로 시청자의 마음에 남았다.

"제작 발표회 때 두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는데 그 시간이 너무 짧았죠(웃음). 그래도 사랑받았으니까 그걸로 만족하고 있어요. 잘못된 사랑이었을지언정 그만큼 사랑해주는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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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영의 '굿미블' 고민. 유인영은 '굿미블'의 마리 역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다.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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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유인영은 '굿바이 미스터 블랙'의 숨 막히던 삼각 러브 라인 중심에 있던 윤마리와는 달리 홀가분한 미소를 지었다. 윤마리는 전작에서처럼 일방적으로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고 악행을 저지르는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살아 돌아온 옛사랑 차지원(이진욱 분)과 남편 민선재(김강우 분) 사이 흔들리는 감정을 보여주며 본의 아니게 '나쁜 아내'가 되기도 했다.

"작가도 마리의 감정선 기복이 원체 심하니까 (연기하기)어렵고 힘들 거라고 말했어요. 고려하고 있었죠. 지원이와 선재 사이 미묘하고 소소한 감정들을 표현하는 게 힘들었어요.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고요. 마리가 지원이에 대한 감정을 어느 정도로 표현해야 나쁜 여자가 되지 않을까 정하는 게 힘들었어요. 헤어진 남자 친구가 애인이 있는 상황에 갑자기 찾아왔을 때 감정이 어느 선까지 허용될지 마리가 아닌 여자 입장에서 한 발짝 빠져서 접근했어요.

남자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지만 사랑하던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심리가 있잖아요. 그래도 마리도 선재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가 저지른 행동들을 계속 묻어뒀던 거죠. 사랑했던,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죽었다면 끊임없이 옆에 있어 주고 위로해주는 사람한테 마음이 갈 수밖에 없죠. 드라마라는 게 한 인물의 감정선을 디테일하게 보여줄 순 없으니 아쉽긴 하지만 시청자들도 당연히 (마리를)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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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영의 일상. 유인영은 화려하고 도도한 악녀 캐릭터와는 달리 '집순이'에 가깝다.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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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영은 눈을 크게 치켜뜨고 도도하고 날카롭게 이야기하는 브라운관 속 그녀와는 전혀 달랐다. 화려하기보다는 수수했고, 조근조근한 말씨에 여성미가 물씬 풍겼다. 인터뷰 때마다 "이미지와는 다르다"는 말을 듣는 그가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재미없게 살았어요. FM 같은 사람이라고 할까요. 쉴 때도 집에 가만히 있고 나가야 할 일이 있으면 일정을 다 잡아놓죠. 젊음을 즐기지 못한다고 생각했을 때도 있었어요. '20대 초반에 신나게 놀아볼걸', '나중에 늦바람 들면 어떡하지' 했는데 그것도 할 수 있는 사람이나 하지, 전 소심해서(웃음).

A형인 줄 알고 살았는데 최근에 건강검진을 했는데 AB형이래요. 깜짝 놀랐어요. 내성적이고 소심한 A형처럼 살아왔는데 이제 AB형으로서 할 말은 하고 살려고요(웃음). 그동안 많이 참는 편이었거든요. 스스로 여러 번 다독였다가 도저히 안 될 때 말하는 스타일이라서요. 저를 좀 더 괴롭혔죠."

하지만 그에게 촬영 현장은 달랐다. 연예계 생활과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라고 고민할 때도 있었다. 대중 앞에 서는 부담감과 두려움도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성격까지 바꾸는 현장 때문에 비로소 배우의 길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하게 깨달았다.

"'내가 이 일을 어떻게 지금까지 하고 있지'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현장에 가면 성격이 바뀌어요. 원래 나서는 걸 싫어하고 질문받으면 대답도 잘 못 했는데 촬영장에서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말도 잘하고 누가 쳐다봐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아요. 배우란 직업을 좋아하고 잘 맞는다는 걸 알았어요. 물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들기도 하지만 누가 시켜서 하는 건 아니니까요. 한 번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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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영의 20대 후반 사춘기. 유인영은 20대 후반 배우로서 길이나 존재감에 대해 고민했다.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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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배우를 숙명처럼 받아들인 그에게도 힘든 시기는 있었다. 악녀 전문이라는 고정적인 이미지도, 주연과 조연을 줄타기하는 필모그래피도 고민으로 다가왔다. 그러던 중 여배우의 서른 살 찾아온 SBS '별에서 온 그대'와 MBC '기황후'는 그에게 전환점이 됐다.

"20대 후반에 뭔가 힘든 게 한꺼번에 오는 시기가 있었어요. 데뷔 때부터 항상 바쁘게 지냈고 제대로 쉬어본 적도 없고 일만 하고 지냈는데 그 타이밍에 휴식기가 있었어요. 매번 같은 캐릭터 들어오는 고민도 있었고 서른이 되니 미래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 주조연이나 두 번째 배역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싶은 고민들. 자신을 돌아보고 여러 생각을 하는 시점이었죠.

일을 하면서 늘 올해보다 내년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서른, 30은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었어요. 마침 '별에서 온 그대' '기황후'를 만났죠. 힘들었던 시기가 없었다면 이 작품들에 출연하지 않았을 거에요. 비중이 적은 특별출연에 사극은 큰 용기가 필요했어요. 치고 올라가야 하는 상황인데 다시 도태해야 하나 고민도 들었지만 이렇게 가만히 기다린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지 않겠더라고요. 보여줄 수 있다면 하는 게 맞았어요.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고 제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꾼 계기가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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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영이 생각하는 기회. 유인영은 주조연 분량을 떠나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면서 계단을 밟아나가려고 한다.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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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적인 이미지를 벗겠다는 조바심이나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불안감도 사라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욕심의 크기는 그대로지만 기회를 만날 때마다 차근차근 밟아나가면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으리란 믿음이 굳건해지니 불안하지 않다.

"운이 좋게도 신인 때부터 좋은 역을 했어요. 대신 내가 하고 싶은 배역이 있는데 다른 사람한테 주어질 때 속상한 건 있었죠. 그래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어요. 지금도 항상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에 대해 고민해요. 나이가 먹고 아는 게 많아질수록 어려워져요.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가니까 잘하기만 하면 되겠죠.

지금도 내 역의 무게가 커졌으면 좋겠다는 욕심은 나요. 저 뿐만 아니라 누구나 주인공을 하고 싶어 하죠. 그래도 쉬고 기다리기만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고 열심히 해야 운도 따라주는 거니까요.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기다린다고 무조건 주인공만 쫓는 건 아니에요. 주인공이 아니라도 새로운 연기를 할 수 있다면 계속 보여줘야 기회가 생기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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