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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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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안전망·시스템부재에 포스트잇 분노…희망조차 사치인 젊은세대 서글픈 현실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19살 청년이 왜 죽어야 합니까." "이윤보다 안전이, 돈보다 생명이 우선입니다."

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현장. 그곳에서 추모 포스트잇을 전하는 이들 중 유독 20~30대 청춘들이 많았다.

지난달 28일 스크린도어 작업 중 '사고사'를 당한 김모(19)씨 사연은 열악한 청춘의 현실을 보여준 '우리의 문제'라는 인식 때문이다.

김씨가 사고 당시 지녔던 물품에는 '사발면'과 '나무젓가락'도 있었다. 그 사연이 안타까웠는지 사고 현장 주변에는 누군가 가져다 놓은 햇반, 봉지김치, 생수 등이 놓여 있었다.

김씨 사건은 청춘의 마음을 울렸다. 김씨 사건에 대한 반응은 최근 발생한 충격적인 범죄와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지난달 29일 새벽 60대 여성 등산객이 김모(61)씨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회적인 충격을 안겼고, 수많은 언론이 관심을 보인 사건이다. 하지만 등산객 사건은 스크린도어 사고와 같은 포스트잇 추모열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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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지도부, 구의역 사고 현장 방문. 사진=연합뉴스


반면 지난달 17일 강남역 인근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살인사건은 스크린도어 사건과 마찬가지로 포스트잇 추모 열기로 이어졌다. 강남역 사건과 구의역 사건을 관통하는 공통분모가 있다는 의미다. 사회 안전망과 시스템 부재에 대한 청춘들의 분노와 잇닿아 있다.

강남역 10번 출구에 마련됐던 추모 공간에는 "여자도 안전할 수 있는 사회" "살아남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는 세상" "꿈 많은 어른이 되기 바로 직전 '여자'이기에 죽어버렸다" 등의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구의역 사고와 강남역 사건은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고단한 현실과 불안한 미래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성공의 문제를 떠나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팍팍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청춘들은 '불안한 미래'라는 우울한 그림자에 짓눌리며 또 하루를 맞이하고 있다. '흙수저' 논란은 2016년에도 현재진행형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포인트 오른 10.9%로 집계됐다. 1996년 6월 이후 4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단순한 실업률보다 '일자리의 질'을 고려한 현실은 더 열악하다.

오늘의 젊은이들은 번듯한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만 꿈꾸지는 않는다. 안정적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자리, 기성세대들이 경험한 '평범한 가정생활'을 꿈꿀 수만 있어도 만족이다. 하지만 현실은 연예,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를 넘어 인간의 기본적인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N포세대'를 벗어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강남역 사건'은 젊은이들에게 미래를 향한 꿈과 희망은 물론 안전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했다.

과거에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오늘의 청춘에게는 미래가 더 걱정스럽다. 사회 전체적으로 '희망'을 찾기 어려운 현실은 우울한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성, 아동, 장애인 등 사회 약자를 향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사회현실과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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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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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몇 년간 특정 성(性)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는 표현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돼 왔다"면서 "여성 혐오에 대한 논란 등 그 범위와 대상이 확대되면서 이로 인한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젊은이들은 불안한 미래와 걱정스러운 사회 현실을 마주하며 조금씩 자신의 목소리를 표출하고 있다. 강남역과 구의역에 붙어 있는 수많은 추모 포스트잇이 바로 그것이다. 젊은이들의 호소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면밀히 살펴봐서 사회가 직면한 문제점을 개선할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10~20대들이 돈을 벌기 위해 '임상시험' 등 위험한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찾게 된 원인을 되돌아봐야 한다"면서 "최저임금·비정규직·산업재해 위험 등 청춘들은 열악한 현실에 내몰리고 있고 세상을 향한 분노를 포스트잇에 담아 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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