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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우범지역 따로 없다…공공장소 강력범죄 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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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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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도심 한복판·유동인구 많은 곳 등에서 강력범죄 빈발

일반적인 '안전지대' 갈수록 사라져…시민들 "집 나서기 무섭다" 불안 고조
범행 대상 물색 쉬운 장소 찾거나 '사회적 파장' 만들어보려는 심리 깔려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이 우리사회를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공용화장실, 등산로, 도심 한복판에서 강력범죄에 희생되고 있다.

통상 범죄가 일어나는 장소라고 하면 인적이 드물거나 으슥한 곳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른바 '우범지대'다. 하지만 최근에 벌어진 잔혹범죄들은 의외로 시민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발생했다.

이제는 정말 집 나서기가 무섭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칼부림이 벌어졌다. 범행을 저지른 사람은 한모(31)씨.

그는 1년 정도 만났던 여자 친구가 헤어지자고 말한 데 화가 나 대낮 아파트 주차장에서 살인을 저질렀다.

지난 29일 서울 노원구 수락산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등산객이 많이 찾는 산길에서 일어났다. 김모(61)씨는 흉기를 들고 산에 올라 가장 처음 만나는 등산객을 해치기 위해 길 한 가운데 서 있었다.

김씨는 인적 드문 시간에 으슥한 곳에 따로 떨어져 있는 사람을 노렸던 게 아니라 일부러 등산객이 많이 오가는 길목을 찾았던 것이다.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 노원경찰서 관계자는 "김씨가 오후 10시께 산을 올라가 사람들이 언제 많이 다니는지 보고 살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며 "산에서 만나는 첫번째 사람을 상대로 살인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사람이 몰리는 곳을 일부러 찾아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는 다양하게 빈발하고 있다.

지난 25일 부산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일어난 무차별 폭행의 경우에는 도심 대로변이 범행 장소였다. 정신 장애가 있던 김모(52)씨는 도로에 있는 가로수를 뽑아 여성들을 마구 때렸다.

최근까지 서울시청에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도 지난 17일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서초구 인근 노래방의 공용화장실에서 발생했다.

시민들은 이제 안심하고 다닐만한 장소가 없다며 두려워하고 있다. 등산객이 많은 산길, 여러 사람이 오가는 대로에서까지 범죄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겠느냐고 토로한다.

서울 강남구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모(30)씨는 "이제 우리나라도 치안이 좋은 나라는 아닌 듯하다"며 "밤에 아무 걱정 없이 돌아다니고 이런 것들은 옛일 같다"고 우려했다.

일주일에 세차례 관악산으로 아침 등산을 다닌다는 주부 김모(56)씨는 "사람 많이 다니는 길에서도 이러니 무서워서 어떻게 등산이라도 다니겠냐"라며 "이상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 세상이 무서워졌다"고 몸서리를 쳤다.

전문가들은 범죄자들이 일부러 공공장소와 같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범행 장소로 고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특정인을 노려 인적이 드문 곳으로 끌고 가기보다는 범행 대상 자체를 물색하기 편한 곳을 찾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수락산 살인사건 피의자 김씨의 경우 자신의 과거 전력과 유사한 범행 대상을 찾기 위해 자신에게 익숙한 산을 찾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자신이 범행을 하고자 하는 대상에 속한 사람이 많은 장소를 찾았을 수 있다"며 "전력이 있는 경우 과거 자신이 했던 것과 비슷한 유형으로 돌아가려는 회귀성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가 제법 있다"고 말했다.

범죄자 개인의 특성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하지만 사람 많은 곳을 노려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범행의 목적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합리적인 목적이 있었다기 보다는 욕구를 사회에 터뜨리기 위해 범행을 했을 수 있다"며 "공공장소여야 하는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조용한 곳에서 범행을 하게 되면 사회적인 파장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심리"라며 "이런 사람들이 더 늘어날 수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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