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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내 아들, 30년 된 침낭에서 재우는 군대"...뒷돈 받은 '별'들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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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육군 모(某) 부대에 복무하는 김일병은 아침에 일어나면 늘 몸이 뻐근하다. 피부도 근질근질하다. 추측컨대 다 쓰러져 가는 침대와 30년 된 낡아빠진 침낭 때문이다”

국방부의 방위산업 비리가 또 드러났다. 이번엔 침낭 비리다. 얽히고설킨 이권다툼까지 벌어졌다. 이 비리로 인해 1986년 개발된 침낭은 현재도 보급 중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군용 침낭 교체가 요원하다는 점이다.

감사원이 1일 발표한 침낭, 배낭, 천막 획득비리 점검 관련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군은 군용 침낭보다 우수한 제품이 민간에서 이미 유통되고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신형 군용 침낭을 개발하는 방안을 택했다. 이런 판단 과정에 A침낭업체가 군 관계자에게 금품을 지급하는 등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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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용 제품의 보급은 자체 개발하는 방안, 민간 상용품 구매 방안 등 2가지 방안이 있다. 군은 이 중에서 민간 상용품을 구매하면 되는데도 굳이 자체 개발하는 방안을 택했다. 또 이 과정에서 군 관계자는 자체 개발 방안을 제시한 A침낭업체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3750만원)을 수수했다.

A업체가 제안한 개발 방안은 현 침낭을 ‘2.5㎏으로 경량화하고 영하 20도에서 6시간 취침 가능하도록 보온력을 개선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와 유사하거나 우수한 민간 상용품은 이미 유통되고 있지만 군은 민간 상용품 조사를 하지 않고 A업체의 개발 소요를 받아들였다.

국방부는 2010년 11월 A침낭업체가 제안한 연구개발 제안서를 제출받았다. 제안서는 37만개 군용 침낭(약 1017억원 규모)을 2015년까지 A침낭업체가 독점공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안은 2012년 4월 열린 과장급 획득관리 실무협의회에서 결정됐다.

그러나 이 결정은 B침낭업체와 친분이 있던 예비역의 청탁으로 국장급 심의회에서 다시 부결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난 2013년 6월 군 간부들의 민간 상용품 침낭 구매가 빈번해 야전 간부 3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13명(56%)이 민간 상용품 구매를 선호했다”며 “그러나 군은 A업체의 로비를 받고 자체 개발을 결정했고, 또 B업체의 로비를 받아 관련 결정을 부결하는 등의 행태를 보여 결국 장병들만 피해를 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방위사업청은 지난 2014년 4월 육군으로부터 관련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C업체에 대해 부정당업자 제재조치를 의뢰받고도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고 C업체와 110억원 상당의 천막과 배낭 양산 계약을 체결한 점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침낭, 배낭, 천막 납품권을 둘러싼 이권 다툼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하거나 제공하는 등 범죄혐의가 있는 고위 장성 등 관련자 12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요청하거나 수사참고자료로 관련 내용을 제공했다.

한편 정부가 지난 10년간 국군 병사 전원이 1인용 침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6조8000억원의 혈세를 투입했음에도 불구, 육군이 사업 미완료를 이유로 2조6000억원을 더 요구했다는 보도가 지난달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부는 앞서 2012년 이 사업이 완료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터넷을중심으로 “비리가 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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