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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정부-위안부재단 준비위, 출범 첫날부터 '메시지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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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10억엔 성격에 '사실상 배상' 방점 vs "배상금 아냐"

기념사업 관련 "日측과 협의" vs "日 관여할 수 없어"

연합뉴스

위안부 재단설립 준비위 첫 회의
위안부 재단설립 준비위 첫 회의 (서울=연합뉴스) 정하종 기자 =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일본군위안부 재단설립준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김태현 위원장(오른쪽)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chc@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민간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설립준비위원회와 정부가 31일 한일간 위안부 합의의 해석과 향후 기념사업 추진을 놓고 엇갈린 목소리를 내 혼선을 빚고 있다.

이날 공식 출범한 재단설립준비위의 김태현 위원장은 서울 세종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준비위 첫 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측이 재단에 출연하기로 한 10억엔의 성격에 대해 "치유금이지 배상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일본 정부가 그동안 (위안부 강제성의) 사실인정도 안 한 상황에서 일단 책임을 인정했고,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존중해주겠다고 하는 차원에서 10억엔이 출연되는 것이기 때문에 배상금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에 회견장은 잠시 술렁였다. 그동안 사실상 배상의 의미에 무게를 둔 정부 측 설명과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간담회 도중 외교부 당국자와 잠시 대화를 나눈 뒤 "배상금이 아니라는 부분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는 여지는 남기겠다"면서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배상금이 아니라는 김 위원장의 언급에 대해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출연하는 10억엔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지난해 12월 (합의 당시) 표명한 일본 정부의 책임, 사죄와 반성 입장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이행조치라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면서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10억엔이 무슨 의미인지 충분히 이해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이 10억엔의 성격에 대해 배상금인지 치유금인지 명확한 성격규정은 애써 피했지만, 배상금 쪽에 무게를 둔 설명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공개한 위안부 합의 설명자료에서도 "피해자 단체들은 과거 90년대 아시아여성기금의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금 지급에서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 회피를 위해 민간모금으로만 충당하고자 하였다는 이유로 기금 수령을 거부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중략) 일본으로부터 순수 정부예산 일괄 출연이라는 조치를 합의로 이끌어 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본 정부의 예산출연과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을 연계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이는 곧 배상과 연결될 수 있는 고리다.

준비위를 거쳐 다음 달 설립될 예정인 재단의 기념사업에 대해서도 이견을 노출했다.

향후 재단 이사장을 맡을 예정인 김 위원장은 "일본이 개입해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업을 해야 하는가는 완전히 주체적으로 우리가 결정해 나간다는 것"이라면서 "일본이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그러나 "필요한 사안에 대해 일본 측과 협력해 나가면서 사업이 실시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도 "합의에 (일본 측과) 협력한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일간 합의문에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 시행과 관련, "양국 정부가 협력하여"라고 돼 있다.

정부는 준비위 첫날부터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는 데 대해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10억엔에 대한 성격규정과 기념사업과 관련한 일본 측과의 협의 여부는 모두 일본이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재단설립준비위가 위안부 합의에 반발하는 피해자와 관련 단체, 야당 등의 설득에 앞서 내부 조율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 대변인은 "향후 재단에서 기념사업 방향을 정할 것"이라면서도 "재단은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으로 등록될 것이고, 정부는 그것을 관리·감독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정부와 (재단이) 긴밀한 조율 하에서 사업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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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재단설립준비위원회 위원장 기자회견
위안부 재단설립준비위원회 위원장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정하종 기자 = 김태현 일본군위안부 재단설립준비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첫 회의를 연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c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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