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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중국 금수저들 '관직 대물림'…부모 후광에 고속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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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논란 불거지자 강등되기도

연합뉴스

중국에서 '관얼다이'(官二代·고위 관리의 자녀를 일컫는 신조어)들이 관직을 대물림하는 현상이 뚜렷해져 논란을 빚고 있다. 관직 대물림을 풍자하는 카툰. (중국 바이두 캡처)


(선양=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최근 중국에서 '관얼다이'(官二代·고위 관리의 자녀를 일컫는 신조어)들이 관직을 대물림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판 금수저'인 관얼다이들이 일반 가정 출신과 달리 고속승진을 거듭하며 출세가도를 달리자 앞세대의 후광으로 특혜를 받는다는 비판과 함께 의혹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대표적인 관얼다이 인사로는 리펑(李鵬) 전 총리의 장남인 리샤오펑(李小鵬·57) 산시(山西)성 성장이 꼽힌다. 그는 국유 전력기업 회장을 거쳐 2008년 산시성 부성장으로 정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2012년 12월 전임 성장이 자리를 옮기면서 대리 성장을 맡았다가 한 달 뒤 정식 성장에 임명됐으며 3년 4개월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리 성장은 한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에서 가족이 반부패 사범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설이 나돌았지만, 작년 6월 산시성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하는 등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아들 후하이펑(胡海峰·46)은 정계에 입문한 지 3년 만에 지방 정부 고위직에 올랐다.

그는 2013년 5월 중국 공산혁명의 '성지'로 불리는 저장(浙江)성 자싱(嘉興)시의 부서기로 임명됐으며 정법위 서기를 거쳐 올해 3월 시장으로 승진했다.

후 시장은 아버지의 국가주석 재임 시절 국유기업을 맡아 각종 계약을 따내면서 '아버지 후광'을 봤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받았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의 권력 기반인 '공청단'(공산주의 청년단)이 개혁대상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시장직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혁·개방의 설계자'로 불리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유일한 손자인 덩줘디(鄧卓체<木+隷>·31) 광시(廣西)좡족자치구 바이써(百色)시 핑궈(平果)현 당위원회 부서기도 마찬가지다.

덩샤오디(鄧小弟)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그는 2013년 핑궈현 부현장으로 공직에 진출한 지 3년 만에 부서기로 임명돼 지방행정을 지도하는 고급간부가 됐다.

미국 듀크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 월스트리트 법률회사에서 일하다가 귀국한 그는 오는 7월 핑궈현의 인사에서 정처급(正處級·중앙부서 처장급)인 현(縣)당위원회 서기 승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이밖에 중국에서 '몽고왕(蒙古王)'으로 불린 우란푸(烏蘭夫) 전 국가부주석의 손녀 부샤오린(布小林·58)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당위원회 상무위원 겸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3월 신임 대리주석에 임명돼 이 가문이 3대째 네이멍구 주석을 맡는 진기록을 세웠다.

공산당 혁명원로 중 한 명인 예젠잉(葉劍英) 전 국가부주석의 증손자인 예중하오(葉仲豪·33)는 2012년 말 광둥(廣東)성 윈푸(雲浮)시의 공청단 서기를 맡은데 이어 2014년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윈푸시 첨단과학기술산업개발구 관리위원회 주임에 임명됐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는 2013년 6월 이같은 관직 대물림 현상을 비판해 눈길을 끈 바 있다.

학습시보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본인을 스스로 뽑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들과 손자, 친척, 친구 중에서 승계자를 고른다"며 공산당 통치의 합법성을 크게 해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관직 대물림'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당국이 논란의 당사자를 강등시키는 등 서둘러 여론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2014년 광둥(廣東)성 제양(揭陽)시 제둥(揭東)현의 장중융(江中詠·29) 부현장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자리를 물려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일반 사무원으로 강등됐다.,

중국에서는 2010년 10월 허베이(河北)성 바오딩(保定)시 공안분국의 고위간부 아들이 술에 취해 차를 몰다가 교통사고를 낸 뒤 '우리 아버지가 리강이야'라고 외친 사건 이후 줄곧 권력층 가족들의 부패와 안하무인 행태가 비판받고 있다.

reali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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