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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미인도’는 공개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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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25년만에 첫 일반 공개 검토

-유족들 반대…세부 입장은 다소 엇갈려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이 소장 중인 ‘미인도<사진>’는 공개될까. <5월 27일자 본지 단독 보도 ‘국립현대미술관 미인도 공개 추진’ 참고>

미인도는 지난 1991년 고(故) 천경자 화백이 생전에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한 이후 현재까지 25년동안 진위 논란이 이어져 오다 법정 소송까지 가게 된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미인도’의 첫 일반 공개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천 화백의 유족인 장녀 이혜선 씨와 차녀 김정희 씨가 각각 입장을 밝혔다.

이 씨와 김 씨는 이달 18일(미국 뉴욕 현지시간)과 13일,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으로부터 작가 이름없이 미인도 일반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며 유족들의 의사를 묻는 서신을 받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최근 언론에 공개했다.

먼저 차녀 김정희 씨는 마리 관장에게 보내는 영문 편지를 통해 “현재 곧 수사가 진행될 예정인 상황에서 미인도 공개는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며 검찰의 결정을 기다려 신중하게 결정하는 일이 옳은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장녀 이혜선 씨 역시 “미인도라는 그림은 이미 1991년도에 어머니가 절대로 본인이 그린 그림이 아니라고 했다”며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무 설명 없이 어머니의 가짜 사인이 있는 그림을 걸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 씨와 김 씨의 세부적인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려 눈길을 끈다.

김 씨는 배금자 변호사를 비롯한 법률대리인을 앞세워 지난달 27일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6명을 사자명예훼손, 저작권법 위반,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ㆍ고발하고, 미인도 진위 여부를 향후 수사기관을 통해 가리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이 씨는 “미술관을 상대로 이뤄진 소송에 대해 관심도 없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 천경자 화백 본인이 자기 그림이 아니라고 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김 씨가 제기한 법정 소송은 유족들 간 합의된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인도 폐기와 관련해서도 다른 입장을 내놨다.

김 씨는 “미인도와 관련 국립현대미술관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서 사과할 것과 미인도를 폐기할 것을 요구하는 기존 입장과 변함없다”는 쪽이지만, 이 씨는 “폐기되고 나서 훗날 위작이 진작으로 둔갑할 수도 있기 때문에 폐기하라 마라 왈가왈부 할 수 없다”는 쪽이다. 특히 이 씨는 “미인도 그림은 25년 전 작가가 본인의 그림이 아니라고 확인시켜 줬고, 그것으로 끝나야 했던 일”이라며 “관장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인도 공개 여부를 놓고 내부 논의 중이며, 이번 주 중 관계자 회의를 거쳐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다음은 이혜선 씨가 마리 관장에게 보낸 답변

2016년 5월 18일(미국 현지시간) 국립현대미술관으로부터 영문 1통, 한글 번역 1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어머니 작품이 아닌 미인도를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실에 대중의 공개적인 의견을 듣기 위해 전시하는 것을 고려하고 계신다는 이 편지를 보고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미인도라는 그 그림은 이미 1991년도에 우리 어머니가 절대로 본인이 그린 그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저는 故 천경자 화백의 딸로서 또한 일반인으로서 똑똑히 말씀드립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소장하고 계신 미인도는 故 천경자 화백의 그림이 아닙니다.

관장님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분으로서 우리나라에 초빙되시어 현재 대한민국 국립 미술관의 관장으로 계신 분이고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에 있어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인들이 모인 곳입니다.

그런 분들이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어 대한민국 국립미술관 벽에 아무 설명 없이 어머니의 가짜 사인이 있는 그림을 걸겠다는 것입니까?

국립현대미술관은 관장님과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의 판단 하에 옳은 그림들을 선택하여 일반인들을 위해 전시하는 공공기관입니다. 그런 곳에서 지금 책임 없이 일반 대중을 상대로 진위 투표를 하겠다는 것입니까?

관장님께서는 외국에서 오셔서 우리 어머니의 그림을 잘 모르실 수 있고 25년전 대한민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잘 모르실 것입니다.

어머니의 그림들은 서울시립미술관에 가서 보시고 그 당시 일들에 대해서는 제가 이 곳에서 관장님께 자세히 설명해드릴 형편이 되지 못하여 모든 자세한 자료나 정황들은 관장님께서 직접 알아보셔야 하겠으나 대한민국 사정이나 한글을 모르시는 상황에서 어려움이 있으실 테니 주변에 아주 믿을만하고 정직한 분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전달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 그림은 25년전 작가가 본인의 그림이 아니라고 확인시켜 주었고 그것으로 끝나야 했던 일입니다.

그리고 근래 미술관을 상대로 이뤄진 소송에 대해 저는 관심도 없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故 천경자 화백 본인이 자기 그림이 아니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위작을 그린 사람이 나왔다는 것도 저에겐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어머니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본인의 그림이 아니라고 하셨기 때문에 그 그림을 누가 그렸냐 하는 것은 저에겐 중요하지 않습니다.

또한 작품 안료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하셨는데 무슨 분석을 어떻게 하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25년 전과 달리 지금은 컴퓨터가 발달해있으니 세밀한 분석이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우선 서울시립미술관의 다른 그림들과 시각적으로 판단해보시면 아실 것입니다. 그림뿐 아니라 저희 어머니의 다른 그림들의 제목들도 비교해보십시오. “미인도”라구요? 저희 어머니는 그런 식의 작품명은 짓지 않으십니다.

관장님의 현명한 판단을 바랍니다. 건강하십시오.

헤럴드경제

▶다음은 김정희 씨가 마리 관장에게 보낸 영문 답변

In December of 2015, when I learned of your appointment – the first director of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recruited from outside of Korea – I had the great expectation that an international figure of such high caliber would bring a reasonable and rational resolution to the referenced painting scandal. I believed that you would have a keen interest in uncovering the truth beyond the long history of bureaucratic dishonesty and fact bending, and make a clear decision to put an end to this ridiculous scandal. I still hope that you will be able to take steps to regain the deeply damaged public trust, and more importantly, to establish international standards and integrity for the museum. There has been no change in my position that the museum should apologize for the past and recent wrongdoing (most critically, disseminating false information and submitting a false report to Congress) and destroy the declared fake painting.

You mentioned in your letter your intention to display “Meeindo” in the gallery. As the legal process has already begun, I believe you will likely have to open access to the painting sooner or later during the trial; that time, in my opinion, will be the most appropriate to show the piece. As you might know, my mother clearly and undeniably proclaimed the inauthenticity of this work, and her detailed testimony has been well-documented. Upon request, I will be happy to provide you with the broadcast tapes of her unequivocally pointing out the contrasts between this fake painting and her paintings of the same period as “Meeindo” was supposed to be made.

If the purpose of exhibiting “Meeindo” is to gather opinions on the painting from the public and so-called experts, I’m afraid that will be a perpetuation of this shameful history, and another insult and act of defamation toward an artist who devoted her entire life to art. She was respected for her character and integrity, and was greatly loved by the public.

In addition, you mentioned that some “tests are being done on the material conditions” of the painting. If you are referring to tests on the pigments of the painting as the Korean version of your letter indicates, the Kore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declared that sample pigment tests cannot establish the authenticity of a painting due to the fact that the same pigments can be used by any artists. There also exists documented testimony of a NMMCA official that the tests alone do not provide any meaningful proof, which is absolutely common sense.

In conclusion, I reiterate that the artist’s words should have been respected as the most valuable testimony in this case against the lies and distortions created by the commercial gallery

owners and the museum officials, who had a great stake financially and otherwise. I urge you to exercise your leadership, and rectify the past wrongdoing of the museum, offer a formal apology, and destroy the fake painting even if this is way overdue.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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