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반기문 '제왕 나무' 주목 심고 류성룡 마케팅…대망론 복선인가(종합)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류성룡 고택 찾아 "서애 선생, 조국사랑 기려나가자" 방명록 서명

'위기 극복 리더십' '충청+TK 연대론' 암시 등 다양한 해석

연합뉴스

하회마을 방문한 반기문
하회마을 방문한 반기문 (안동=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29일 오후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하고 있다.


(안동·서울=연합뉴스) 손대성 이귀원 기자 = 방한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9일 안동 하회마을 방문해 두 가지 의미 있는 행보를 선보였다.

임기왜란 당시 재상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한 서애(西厓) 류성룡 선생의 고택을 방문해 "서애 선생의 조국사랑과 투철한 사명감을 기리자"고 방명록에 서명하고, '나무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주목(朱木)을 기념식수했다.

류성룡 선생의 고택인 충효당을 찾은 반 총장은 경북도청과 하회마을 측에서 준비한 주목을 기념식수했다.

류왕근 하회마을 보존회 이사장은 "반기문 총장님의 건승을 기원하면서 하회마을 주민의 마음과 뜻을 모아 주목을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목은 나무 중의 제왕으로 4계절 내내 푸름을 유지하는 장수목이자 으뜸목"이라는 류 이사장의 설명처럼 반 총장의 주목 기념식수는 '반기문 대망론'과 맞물려 정치권 안팎의 관심을 끌었다.

반 총장의 방명록 글도 시선을 모았다.

반 총장은 "우리 민족이 살신성인의 귀감이 되신 서애 류성룡 선생님의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투철한 사명감을 우리 모두 기려나가기를 빈다"는 글을 남겼다.

반 총장은 취재진에게도 "서애 선생은 조선 중기 재상을 하시면서 아주 투철한 조국 사랑 마음을 가지시고, 어려운 국난을 헤쳐오신 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 총장이 서애 선생의 리더십을 강조함으로써 올해 말 유엔사무총장 종료 후 한국에서 선보일 '대권 행보'를 우회적으로 연상시킨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반 총장은 지난 25일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사실 국가(한국)가 너무 분열돼 있다"면서 "누군가 대통합을 선언하고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며 지도자상을 밝힌 바 있다.

물론 반 총장은 서애 선생에 대한 언급이 대권도전을 시사한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허 허" 헛웃음만 지은 채 답변을 피했다.

서애 선생은 임진왜란 6년 7개월 중 만 5년을 정무·군직 겸직의 전시수상(영의정)과 4도 도체찰사(都體察使)직을 역임한 명재상이다. 임진왜란 전에 이순신과 권율을 발탁해 전쟁에 대비하도록 했고, 전쟁 중에는 명나라 원군을 끌어들여 조선 '외교·안보' 아이콘으로 꼽힌다. 임진왜란을 기록한 징비록을 남겼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하회마을을 방문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행보를 볼 수 있지만 당장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해석이 나온다.

충청권 출신인 반 총장이 향후 대권 도전에 나설 때 대구·경북(TK) 세력과 연대를 염두에 두고 이번 방한 중 TK 지역을 찾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류왕근 이사장은 취재진에게 "풍산 류씨 1세조부터 6세조 할머니들이 반씨에서 (시집)왔다"면서 "풍산 류씨와 반씨는 고려시대부터 인연이 있었다"면서 풍산 류씨와 반 총장의 성(姓)인 반(潘)씨 가(家)의 인연을 강조했다.

반 총장이 하회마을에서 자신을 맞았던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함께 하회마을 방문 후 곧바로 경북도청 신청사를 찾은 점도 '충청+TK' 연대론과 관련한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반 총장은 경북도청을 찾아 방명록에 "역사와 문화의 전당 경북도청 개청을 축하드리며, 300만 도민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드린다"고 적었다.

또 꿋꿋한 기개와 의지를 상징한다는 금강송을 기념식수했다.

조선 숙종 때 금강송을 함부로 베어내지 못하도록 봉산(封山·나라에서 나무 베는 것을 금지한 산)으로 지정했고, 궁궐을 짓거나 임금의 관(棺)인 재궁(梓宮)을 만드는 등 국가 대사 때만 쓰였다.

안동 시민 이모(43)씨는 "반 총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라고 할 수 있는 주목과 금강송을 기념식수한 것은 정치적으로 여러가지 해석을 낳는다"고 말했다.

lkw777@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연합뉴스

반기문 기념식수
반기문 기념식수 (안동=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29일 오후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한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충효당에서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경북도와 하회마을이 준비한 주목(朱木)을 기념식수했다.



연합뉴스

충효당서 방명록 적는 반기문
충효당서 방명록 적는 반기문 (안동=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방한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9일 안동 하회마을 충효당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psykims@yna.co.kr



연합뉴스

반기문 방명록
반기문 방명록 (안동=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9일 안동 하회마을 성애 류성룡 고택 충효당에서 작성한 방명록. "유서 깊은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 忠孝堂을 찾아 우리 민족에 살신성인의 귀감이 되신 西厓 柳成龍 선생님의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투철한 사명감을 우리 모두 기려 나가기를 빕니다" 라고 썼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