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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IMF 이코노미스트의 반성…"신자유주의 과잉판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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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 내에서 그동안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를 맹신하며 채무국들에 이를 강요한 것에 대해 자성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공개된 IMF 분기 간행물 '재정&개발' 최신호에 '신자유주의 : 과잉 판매됐나(oversold)?'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실렸다.

조너선 오스트리 IMF 조사국 부국장 등 IMF 핵심 경제학자 3명이 공동 저술한 것이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신자유주의 정책들이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확대해 결국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고 신자유주의 맹신에 대해 반성했다.

이와 관련해 오스트리 부국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하면서 "신자유주의 논리 전체를 공격하는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우리의 연구가 IMF 주류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문화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은 맞는다. 신자유주의를 폭넓게 검증할 수 있는 장이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을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보고 국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는 한편 정부의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해 긴축 정책에 무게중심을 둔다. IMF는 신자유주의 기치 아래 IMF 자금 지원을 받은 채무국을 상대로 과도한 긴축을 요구해 거센 반발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IMF가 오랫동안 금과옥조로 삼아왔던 신자유주의를 보고서를 통해 반성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FT는 IMF가 보고서에서 신자유주의라는 표현을 쓴 것 자체부터가 파격이라고 진단했다. 주로 시장경제 시스템 확대를 반대하는 쪽이나 채무국가에서 부정적 시각을 담아 과도한 시장 방임을 주창하는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를 비판적으로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극좌정당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은 "IMF가 채무 관계를 무기 삼아 잔악한 신자유주의 개혁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확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IMF 내부에서 신자유주의 노선에 대한 재검토가 시작된 신호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IMF의 2인자인 데이비드 립턴 수석 부총재는 지난 24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연설에서 "자유무역과 세계화를 강요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부채 탕감과 관련해 IMF가 "현 조건에서는 그리스가 빚을 갚을 가능성이 없다"며 채무 탕감에 앞장서는 것도 과거와 상반된 모습이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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