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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스크린도어 또 人災…4년새 똑같은 사고 3번째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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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인재(人災)였다. 서울메트로는 ‘소 잃고도 외양간도 못고치는’ 안일한 의식을 버리지 못했다. 서울메트로의 부실한 안전 관리와 기본 매뉴얼조차 지키지 않은 ‘안전불감증’이 또 한 번 안타까운 인명 사고를 낳았다. 지난 2013년 1월 성수역 사고, 지난해 8월 강남역 사고 등 최근 4년 동안 똑같은 사고만 벌써 3차례다.

29일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5시 57분께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점검하던 김 모씨(19)가 갑자기 들이닥친 열차에 목숨을 잃었다. 김씨는 스크린도어 수리를 담당하는 용역업체 은성PSD 직원으로 고장신고를 받고 출동해 홀로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앞서 2차례 사고를 겪고 서울메트로가 내놓은 특별안전대책은 무용지물이었다. 열차 진입 등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규정한 ‘2인 1조’ 작업 수칙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강남역 사고 이후 2인 1조 근무를 확립하기 위해 용역업체 직원을 17명 늘렸지만 소용 없었다. 그밖에 ▲출동·도착 시 역무실·전자운영실 통보 ▲작업 전·후 역무실·전자운영실 신고 및 작업표지판 부착 ▲지하철 운행시간에는 승강장에서만 작업 등 다른 작업 절차도 무시됐다. 특히 보고 체계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수리에 따른 열차 운행 조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용역업체의 매뉴얼 준수 여부를 관리·감독해야 할 서울메트로는 사고 전 과정에 걸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사고 당일 구의역에 도착해 역무실에 들러 작업일지도 쓰지 않은 채 승강장 안전문 열쇠를 꺼내 작업을 하러 올라갔다. 역무실에 직원이 있었지만 “두 명이 왔다”는 말만 듣고 김씨를 제지하지 않았다. 김씨가 정확히 어떤 작업을 하러 왔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5시 52분께 승강장에 도착한 김씨가 혼자서 작업을 시작했지만 작업 수칙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역무원은 없었다. 서울메트로 측은 “지금까지 파악하기로는 김씨가 어떤 작업을 하겠다고 통보하지 않고 단순히 ‘점검하러 왔다’고 말하고 역무실을 나섰다”며 “현장 통제를 제대로 못했다는 자책감이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구의역 직원들은 사고 전까지 스크린도어 이상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스크린도어 오작동은 이날 오후 4시 58분께 구의역에 진입하던 열차 기관사가 발견해 관제사령에게 보고했다. 스크린도어가 스스로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1시간 가량 오작동이 발생하는 동안 구의역에 근무하던 직원 3명은 이 사실을 몰랐다. 기관사가 이상 현상을 보고하면 ‘관제사령→전자운영실→용역업체’ 순으로만 통보가 이뤄지는 관리시스템 때문이었다. 서울메트로 측은 “용역 직원이 역에 보고하지 않아 스크린도어 문제를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용역업체 직원의 통보에만 의존하는 부실한 관리·감독 체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부분이다.

서울메트로는 구의역 사고를 계기로 또 한 번 각종 안전대책을 내놨다. ▲8월부터 용역업체 대신 자회사가 안전문 유지·보수 ▲안전문 장애물검지센서를 기존 적외선에서 고성능 레이저 스캐너로 교체 ▲안전문 작업 절차 준수 특별대책 마련 등이다. 그러나 모두 기존에 시행되거나 추진되던 내용이라 새로울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대대적인 안전 대책을 발표하고도 이번 사고를 방치했다는 점에서 새 대책도 ‘공염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역무원 과실 여부 등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이날 서울 광진경찰서는 “구의역 역무원과 용역업체 직원 등을 전날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사망한 김씨의 사고 경위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도 함께 분석한 경찰은 30일부터 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합동으로 현장 조사 및 관련자 소환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합동 조사단은 서울메트로와 용역업체 등의 과실이 확인되면 업무상 과실 치사로 처벌할 방침이다.

[백상경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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