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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두바퀴 찬가] 7만원으로 만든 드림카 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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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퀴찬가 자전거 리모델링

녹슨 고철 헐값에 구입

번쩍이는 새 자전거로 개조

온라인서 화제 됐던 ‘1호 차’

10년 만에 묵은 때 벗고 부활

“쉽게 사고파는 세태 아쉬워”

한국일보

자전거 리모델링 마니아 배유민씨의 자전거 'ZONZAE'. 구로동 자전거포에서 썩어가던 고철을 직접 수리해 새 자전거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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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기는 새로운 골프다. 경제지 포춘은 2014년 미국 자전거시장에 부는 고급화 바람을 그렇게 보도했다. 기사에서 중년 직장인은 “페라리는 평생 살 수 없겠지만 이탈리아 수제 자전거는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는 ‘베블렌이 살아 돌아온다면 자전거시장에 비판적 시선을 던졌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 사정도 다르지 않다. KDB대우증권이 지난해 내놓은 특별보고서를 보자. 국내 자전거 매출액은 2009년부터 연 평균 7% 늘었는데 판매량 증가율은 연평균 2%에 그쳤다. 개당 판매가격이 올랐다는 이야기다. 통계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지난달 지인에게 입문용으로 40만원짜리 중고 자전거를 소개해줬더니 어젯밤 그가 문자를 보내왔다. 850만원짜리 최고급 선수용 자전거를 홍보하는 카탈로그. 아직 남산 한번 오르지 않았으니 기변은 미루자고 답했지만 그럴 기색이 아니다. 애호가 늘어난다고 좋아하기에는 어딘가 찜찜한 판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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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번째 리모델링을 마친 ZONZAE호를 타고 선 배유민씨. 그는 리모델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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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유민(37)씨는 요즘 세태와 동떨어진 사람이다. 온라인에선 닉네임 ‘존재’로 활동하는 그는 중고 자전거를 새것처럼 만드는 리모델링 마니아다. 10년 전 오래된 자전거포에서 썩어가던 고철을 사들여 부품 곳곳에 피어난 녹을 벗겨내고 ZONZAE(존재1호)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과정을 정리한 글이 포털 ‘대문’에 걸리는 바람에 잠시 유명해지기도 했다. 그가 4년 만에 새 작업기로 돌아왔다. 지난달 디시인사이드 자전거 갤러리에 ‘10년 만에 다시 만졌다’는 글을 올린 것. 조회수는 어느덧 5만을 바라본다. 그는 아직도 존재1호를 타고 있었다. 가게에서 처음 만났을 때만큼이나 늙어버린 존재1호를 또 다시 되살린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업은 간단치 않았다. 녹과 기름에 덮여 누렇게 바랜 자전거 몸체를 철수세미로 문질러 때를 벗긴다. 저렴한 자전거에 주로 쓰이는 무겁고 쉽게 부식하는 하이텐강. 대신 벅벅 문질러도 걱정이 없다. 페달이 매달린 부분인 바텀브라켓(BB)도 뜯어낸다. 움직이는 부분인 만큼 베어링이 손상되기 쉽다. 이때 등유로 먼지를 씻어낸다. 몸체는 스프레이페인트를 칠하고 투명한 마감용 스프레이를 뿌려 도료를 고정한다. 힘들고 냄새도 심하다. 유민씨는 “할 짓이 아니다 싶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엔 모르고 덤빈 거예요. 복도나 베란다처럼 좁은 데서 힘들게 작업했죠. 웬만큼 애정이 없으면 못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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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첫 리모델링 시기 제작해 포털에 소개된 작업기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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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유민씨는 이렇게 부품을 늘어놓고 어떻게 조립할지 고민하는 순간이 고통스러우면서도 즐거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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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모델링에 들어간 비용은 대략 7만~8만원선. 안장과 타이어를 바꾸고 물감도 새로 샀다. 10년 전 첫 리모델링에도 비슷한 돈이 들었단다. 변속기가 없는 자전거(싱글스피드)이고 연식이 오래된 만큼 특별히 저렴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지 물었다. “처음에는 도색만 할까 했죠. 그런데 분해해서 부품 기능을 알고 하면 (느낌이) 달라요. 완전히 분해해서 부품을 늘어놓고 보면서 각각의 구조와 역할을 이해하고, 조립하고 작동시키고, 타고. 그것에서 매력을 느꼈어요. 작업하면서 애정도 쌓이고요.”

그는 접이식 자전거도 리모델링 해서 탄다. 여행할 때 쓰는 유사MTB도 갖고 있다. 모두 타냐고 물어봤더니 그렇단다. “팔려고 만든 것은 아니에요. MTB는 장거리 여행, 존재1호는 한강 등 중장거리, 미니벨로는 동네 다닐 때 타요. 필요를 느껴서 만들었어요. 미니벨로는 아파트에 방치된 자전거를 주인을 설득해서 얻었죠. 1년 넘게 버려져 있던 건데 주인은 계속 타는 거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무턱대고 “좋은 자전거를 추천해달라”는 세태와 달리 유민씨는 어려서부터 원하는 자전거가 따로 있었다. 그의 드림카는 싱글스피드 자전거. “자전거 자체는 어려서부터 좋아했죠. 초등학교 때 4컷 만화 때문에 신문을 봤는데 그때 한강에 자전거도로가 처음 생긴다는 기사를 오려서 스크랩해 놨어요. 군에서 제대하고 수평탑에 싱글스피드 자전거를 타고 싶었는데 너무 비쌌죠. 당시는 유사MTB만 다니던 시절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중고를 찾아서 하나뿐인 자전거를 만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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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유민씨가 직접 개조한 미니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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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말미에 최근 자전거 열풍이 올드비(Oldbie) 눈에는 어떻게 비치는지 물어봤다. 그는 “이해한다”고 답했다. “어떤 마음인지 이해는 가요. 가는데, (그 자전거에 대해) 애정이 없고 좋은 것만 찾아 다니니까, 그건 안타깝죠. 길에 버리는 자전거를 볼 때랑 똑같아요. 자전거를 자주 바꾸는 사람들을 보면 처음엔 애정을 붙였을 텐데 너무 쉽게 바꾸는 것이, 결국 마음이 흔해진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죠.”

그도 고급 자전거 성능을 안다고 했다. 친구 로드바이크를 타 보고 가벼운 무게와 속도에 놀랐다고 털어놨다. 다만 자전거를 바꾸고 싶은 마음은 없단다. “와, 이래서 비싸구나 했죠. 그런데 지금은 싱글스피드가 좋아요. 심플한 모양에 반했죠. 아무래도 직접 만든 거고요. 복잡하지 않고 부품도 단순하고 오직 주행에만 신경 쓸 수 있으니까요. (지금이 좋은데) 굳이 비싼 자전거를 탈 필요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자전거도로가 없던 시절에도 국도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렸다는 유민씨. 그는 리모델링은 기술보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포털에 소개되고 나서 이메일과 쪽지를 수천 통 받았어요. 얼마나 어려운지 많이들 물어보시더라고요. 제가 처음 작업했을 때는 자료가 없던 시절이라 엄청 고생했어요. 그래도 하려고 하면 결국 언젠가 하게 되더라고요.”

김민호 기자 kimon8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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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리모델링한 ZONZAE호의 몸체. 과거의 모습을 일부 남겨뒀다. 추억은 쉽게 바꾸는 물건이 아니다. 김민호 기자  kimon8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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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n8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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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로주행 규칙이 궁금하다면 다음 링크를 누르세요 (▶ 글 보기). 이밖에 요즘 자전거는 왜 비싼지(글 보기), 초보자도 부담 없는 수도권 자전거코스는 어디인지(글 보기)도 한국일보 연재 [두바퀴 찬가]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 두바퀴찬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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