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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노령층 '소외' 실손보험②]"수입 끊겼는데 보험료만 20% 올라…어찌 감당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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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손보사들, 올초 대부분 실손보험료 20% 올려…최대 45%까지 인상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료 인상 불가피…지난해 상반기 손해율 124.2%
현 추세 지속될 경우 10년 뒤 보험료 2배 올라…"안정화 시스템 필요"

【서울=뉴시스】이근홍 기자 = #서울에 사는 66세 우모 씨는 최근 실손의료보험 계약을 해지했다. 은퇴한지 10년째가 된 그는 생활비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매달 4만4363원씩 빠져나가는 실손보험료가 더 없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우 씨는 "언제 일어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계속해서 보험료를 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당장 쓸 생활비도 부족한데 보험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보험료까지 크게 인상 돼 다음 갱신 때가 되면 매달 5만원도 넘게 내야 할 상황"이라며 "연금 혜택을 많이 받거나 고정수입이 있지 않는 이상 나같은 고령자가 보험을 유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호소했다.

최근 실손 보험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이 상승하며 보험료도 함께 급증하고 있다.

보험료가 오르면 모든 가입자가 더 많은 돈을 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보험료가 높은 고령층의 경우 이에 따르는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올해 초 보험사들은 실손보험료를 대폭 올렸다.

손해보험협회 보험료 인상률 공시에 따르면 손보업계 빅4인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해보험 등은 새해에 발생한 신규 계약분에 대한 실손 보험료를 18~27% 올렸다.

흥국화재의 경우 금융감독원의 무려 44.8%나 보험료를 인상했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동부생명, 농협생명 등 생명보험사들도 모두 보험료를 약 20% 올렸다.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대폭 올린 것은 그동안 누적된 손해율 때문이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1년 109.9%, 2012년 112.3%, 2013년 119.4%, 2014년 122.9%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24.2%까지 올랐다.

보험업계는 손해율 상승의 가장 큰 이유로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를 꼽고 있다.

특히 비급여인 도수치료 등을 필요 이상으로 유도해 고액의 보험료를 청구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전체 실손 보험료 인상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과잉진료에 따른 손해율 상승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또 있다. 보험료 인상에 따른 피해가 고령층에게 더 큰 충격으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현재 표준형 실손보험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40대는 1만~2만원 내외, 50대는 3만원, 60대는 4만원, 70대 이상은 6만원 수준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

대부분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20~50대는 보험료 인상에 따른 피해도 적고 감당할 능력도 충분하지만 은퇴기에 접어든 60대 이후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똑같이 보험료가 20% 오르더라도 60대 이후 가입자는 고정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갱신시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한다. 보험 유지가 어려워진다.

노후에 실손보험을 해지하는 사례가 늘다보니 실제 의료비가 꼭 필요할 때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보함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실손보험금으로 5000만원 이상을 수령한 사람은234명으로 이들 중 상당수는 40~50대다.

50~59세가 46.2%(108명)으로 가장 많고 40~49세가 29.1%(68명)로 뒤를 잇는다.

60~69세는 5000만원 이상 보험금을 지급받은 인원이 불과 16명(6.8%) 밖에 없다. 30~39세의 20명(8.5%) 보다 적다.

금융당국이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노령층의 실손보험 해지 현상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보험개발원이 현행 손해율 추이가 지속된다는 가정 하에 4인 가족(부 60세·모 60세·30세남·30세여) 단독실손보험 요율을 조정한 결과를 보면 약 10년 뒤 보험료는 현재의 2배로 증가한다.

현재 10만4017원인 4인가족 실손보험료는 2021년 17만5004원(손해율 168%), 2026년 21만5702원(손해율 207%)까지 치솟는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급격한 노령화에 따른 소비자의 의료보장 수요 증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민관협력을 통해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안정화하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손해율이 120%가 넘고 있는 실손보험의 지속적·안정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공급자 우위의 의료시장에 맡겨진 비급여 진료에 대한 제도적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선량한 보험 소비자들이 정작 서비스를 받고자 할 때 보험료가 너무 비싸서 보험을 계속 유지할 수 없는 문제를 바로 잡겠다"며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등과 함께 연말까지 실손보험 제도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lkh20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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