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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쌀국수·스시·피시앤드칩스…각국 정상들의 '음식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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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감 높이기·좋은 이미지 형성…음식 갈등 속 오찬 취소 사례도

연합뉴스

오바마 대통령, 베트남서 '쌀국수 외교'[앤서니 부르댕 트위터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각국 정상들이 펼치는 '음식 외교'는 밥 한 끼 먹는 것이 단순히 영양 섭취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정상이 방문한 나라의 대표적인 음식을 거리낌 없이 먹는 것은 친밀감을 보여주고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3일 베트남 방문 중에 '쌀국수 외교'를 펼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베트남 하노이의 유명한 서민식당 '분짜 흐엉 리엔'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그는 수행원을 물리치고 CNN 음식 프로그램 진행자인 셰프 앤서니 부르댕과 식당을 찾았다. 현지인들과 어울려 파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맥주를 곁들여 저녁을 먹은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은 '소박함' 그 자체였다.

밥값은 둘이 합쳐 6달러(약 7천원)가 나왔고 부르댕이 계산했다.

베트남에서의 '쌀국수 외교'는 오바마 대통령이 원조는 아니다.

2000년 11월 베트남을 공식 방문한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은 호찌민의 중심가에 있는 쌀국수 전문점 '포 2000'을 찾은 바 있다.

지난해 10월 영국을 국빈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저녁 '펍(영국 술집) 회동'을 가졌다.

시 주석과 캐머런 총리는 넥타이를 매지 않은 정장 차림으로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약 60km가량 떨어진 버킹엄셔의 조그만 펍에 들렀다.

양국 정상은 20분 동안 생선튀김에 감자튀김을 곁들인 영국의 대표 음식인 피시 앤드 칩스와 맥주 한 잔씩을 즐겼다.

모든 음식 외교가 성공적인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니었다.

일본은 2014년 4월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 중 '스시(초밥) 외교' 전략을 구사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을 도쿄 긴자의 작은 스시집으로 초대했다.

총리 관저나 영빈관의 딱딱한 만찬 대신 작은 식당에서 편안한 저녁을 하며 친밀감을 높이자는 의도였다.

당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미국 정부가 "실망했다"고 반발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교섭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양국 간 동맹이 건재하다는 사실을 과시하려는 연출이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아베 총리의 기대와는 달리 저녁 분위기는 꽤 딱딱했고 오바마 대통령이 스시를 절반만 먹고 젓가락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와 이란 간 정상 회동에선 와인을 놓고 티격태격하다 정상 간 오찬이 취소되기도 했다.

서방과 핵 협상을 타결한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유럽 순방 일정으로 프랑스를 찾았다.

프랑스가 정상 간 오찬에서 자랑거리인 와인을 식사 메뉴에 넣으려 하자 이란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주류를 빼고 무슬림이 먹을 수 있도록 허용된 할랄 음식을 제공할 것을 고집했다.

이에 프랑스가 술을 뺀 조찬 회동 방안을 제시했으나 이란은 '싸구려'라는 이유를 들어 거부해 결국 정상 회동은 식사 없이 이뤄졌다.

세계 정상들에게 '쓰레기 메뉴'가 제공된 적도 있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15년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의 오찬에는 흠이 있어 팔리지 못한 사과, 배 등으로 만든 샐러드와 야채즙 건더기를 활용한 버거, 사료용 옥수수로 만든 프라이가 나왔다.

현대인들의 식습관 등으로 버려지는 음식물이 많아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준다는 의미가 담긴 식사였다.

각국 음식에 관한 정상들의 발언으로 상당한 논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05년 자크 시라크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영국의 음식 문화를 혹평한 일이었다.

시라크 대통령은 2005년 7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회담하면서 "음식이 형편없는 나라 사람은 믿을 수 없다. 영국이 유럽 농업에 기여한 것은 광우병 뿐이다. 핀란드 다음으로 영국 음식이 형편없다"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과 슈뢰더 총리가 폭소하며 동조했고, 현장 기자들이 이 소식을 전하자 영국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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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캐머런, 깜짝 '펍 회동'[AP=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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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아베, 초밥집서 만찬[AP=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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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피시 앤드 칩스(AP =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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