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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단독] 사법부, 1세기만에 소록도 찾는다…특별 재판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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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낙태 한센인 국가소송, 소록도병원서 열어…'외국인 수녀' 증언 추진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서울에서 400여㎞ 떨어진 국립소록도병원에서 한센인들이 당한 단종(斷種)·낙태 실상을 듣는 '특별 재판'이 열린다. 법원이 한센인 관련 소송에서 사건 현장 소록도를 직접 찾아 실체 파악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피해 한센인 13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2심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30부(강영수 부장판사)는 올해 개원 100주년을 맡은 소록도병원에서 다음달 20일 특별재판을 열기로 했다. 판사들뿐 아니라 양측 변호사들과 법원 실무관, 법정 경위 등 모두 수십 명이 전라남도 고흥으로 내려간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 재판에서 재판부는 한센인 원고 2명과 소록도에 거주해온 한센인 1명으로부터 그들이 보고 겪은 단종(정관수술)·낙태 사실을 청취한다. 또 수술대, 인체해부대, 감금실, 사망 한센인을 불태운 화장터 등 소록도병원 시설도 현장검증한다.

한센인 측 대리인은 "소록도병원은 수술이 이뤄진 장소일 뿐 아니라 역사성과 상징성을 지닌 곳"이라며 "그간 한센인 원고를 법정으로 부른 사례는 있지만, 재판부가 거꾸로 한센인을 찾아간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히 소록도에서 40여년간 봉사하다 2005년 고국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마리안느 스퇴거(82) 수녀를 증인으로 부르는 방안을 추진한다. 마리안느 수녀는 소록도병원 100주년을 맞아 지난달 방한해 소록도에 머물고 있다. 그의 증언은 재판뿐 아니라 한센인 인권실태 전반을 보여주는 사료가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한센인 단종이 시작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35년 여수에서부터다. 한센병이 유전된다는 잘못된 믿음이 낳은 정책이었다. 소록도에서는 1936년 부부 동거의 조건으로 단종수술을 내걸었다. 거부할 경우 폭행과 협박, 감금 등이 뒤따랐다. 소록도뿐 아니라 인천, 익산, 칠곡, 안동 등 각 지역 국립 요양소·정착촌도 비슷했다.

피해 한센인 500여명은 2011년부터 수술을 강제한 국가를 상대로 1인당 5천만원을 배상하라는 5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한센인의 본질적 욕구와 천부적 권리를 침해했다"며 단종 피해자에 3천만원, 낙태 피해자에 4천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리고 있다. 이에 정부가 "일제시대 이후엔 단종·낙태가 강제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항소해 아직 확정 판결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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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한센병박물관 수장고
소록도 한센병박물관 수장고 (고흥=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17일 문을연 전남 고흥 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 수장고를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소록도병원은 개원 100주년을 맞아 병원 역사 유물과 한센인 유품·생활용품 등을 모아놓은 한센병 박물관을 개관했다. 2016.5.17 b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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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한센병박물관 개관
소록도 한센병박물관 개관 (고흥=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17일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는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소록도병원 역사유물과 한센인들의 유품·생활용품 등을 모아놓은 한센병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2016.5.17 b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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