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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조선업 구조조정, STX 후폭풍에 긴장…고강도 자구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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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고동욱 이지헌 박초롱 기자 = STX조선해양이 끝내 법정관리에 들어간 가운데 채권단이 '빅3'를 포함한 조선업 전체의 구조조정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속도를 붙이면서, 조선업계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중소형 조선사들의 경우 일부가 STX조선의 뒤를 이어 법정관리나 청산의 길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이미 천문학적 금액을 지원받은 대우조선해양[042660]에 대해서는 STX조선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바람이 조선업 전체에 불어닥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소 조선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38개월간 채권단의 지원으로 연명하던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성동·SPP·대선조선 등 다른 중소 조선사 중에서도 이 전철을 밟을 곳이 나오리라는 예상이 확산되고 있다.

성동·SPP·대선조선은 STX조선보다 이른 2010년부터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아왔지만, 지난해 적자를 면한 조선사는 SPP조선(영업이익 575억원) 한 곳뿐이다.

성동조선과 대선조선을 관리하고 있는 수출입은행은 수주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을 가정해 재무·경영상태를 재점검하고 이달 중 최종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지난 3월 SM(삼라마이더스)그룹이 인수하기로 해 정상화의 계기를 맞는 듯했던 SPP조선의 상황도 급변했다.

SM그룹은 26일 "SPP조선 정밀실사 결과 추가로 1천400억원의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으나 채권단이 추가 가격 협상에서 양보하지 않아 현 수준에서는 인수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SPP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000030]은 당장 유동성이 나쁘지 않으므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보다는 재매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미래는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빅3'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곳은 지난해 채권단으로부터 최대 4조2천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지원받은 대우조선이다.

채권단의 지원이 이뤄지던 당시에도 이미 4조원 넘는 자금을 지원받고도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STX조선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STX조선이 끝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 가능성에 대한 의혹의 눈길도 더 많아지게 됐다.

STX조선의 경우처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자금지원만 거듭해 연명하게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지난해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내놓은 것보다 훨씬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우조선은 총 1조8천5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이행하기로 하고, 장기적으로 3천명 이상의 인원을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작업장의 축소와 인력 감축, 임금 삭감 등 자구안의 규모가 지난해보다 커져야 할 것"이라며 "훨씬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른 대형 조선사인 현대중공업[009540]과 삼성중공업[010140]의 자구안도 예상보다 강도 높게 수립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17일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자구계획을 제출받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기대보다 자구계획의 수준이 미흡하다고 보고 회사와 '줄다리기'를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상황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들 두 조선사에 대해서도 예상보다 더 강도 높은 자구안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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