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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진짜 기뻤던 이승엽과 기분 좋은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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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다.” 지난 28일 밤 이승엽(삼성)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40세의 베테랑은 마치 19세의 신인 같았다.

올해 들어 가장 들떴다. 결승 홈런을 치고 결정적인 타점을 올리거나, 역대 2번째로 1200득점-1300타점-3600루타를 했을 때보다 그의 말투는 더욱 떨렸다. 입가의 미소도 더 환했다. 그 기쁨이 어느 때보다 정말 기뻤다는 듯.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다. 5월 들어 타격감이 떨어졌다. 찬스서 힘없이 물러나는 경우가 늘었다. ‘포항 효과’도 일시적이었다. 매년 한 차례 찾아오는 슬럼프가 때론 익숙할 법도 하나, 그는 스스로를 채찍질 했다. 빨리 이겨내야 한다고.

이승엽은 지명타자다. 그가 경기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건 타석에 서거나 출루했을 때다. 그 외의 시간에도 그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머릿속으로 상황을 그려보고, 배팅 밸런스를 잡으려 노력한다.

매일경제

이승엽(왼쪽)은 지난 28일 SK 와이번스전에서 1회와 4회 잇달아 홈런을 날리며 삼성 라이온즈의 15-1 대승을 이끌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그 결실을 본 것일까. 삼성의 시즌 22번째 승리는 이승엽의 공이 컸다. 삼성은 지난 28일 문학 SK전에서 15-1 대승을 거뒀다. 실로 오랜만의 ‘낙승’이다.

이승엽이 안타와 볼넷을 기록한 3번의 공격에서 삼성은 13점을 뽑았다. 특히, 그의 1회 선제 2점 홈런에 의해 삼성은 막강 화력을 뽐냈다. 지난 26일과 27일 경기에서 공격 흐름이 번번이 끊기며 총 4득점에 그쳤던 삼성이다. 답답함이 뻥 뚫린 셈이다. 이승엽의 속도 함께. 체증이 씻겨 나갔으리라. “답답했는데,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승엽의 말에는 진솔함이 담겨있다.

이승엽은 참 오랜만이라고 했다. 팀에 보탬이 된 것이. 그러면서 올해 처음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승엽이 기나긴 부진의 터널에 갇혀 있던 건 아니다. 3안타 경기가 3번 있었으며, 3타점 혹은 4타점 경기도 있었다. 그렇지만 팀이 가장 힘겨운 순간, 자신이 승리로 이끌었다는 ‘공헌’은 그가 판단하기에 가장 컸다. 그리고 반등할 계기를 마련했다.

이승엽은 현재 성적으로 매 경기 선발 출전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욱 절실하게 경기를 뛰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이승엽이 꼭 필요한 삼성의 현주소다. 그렇기 때문에 홈런 2방 포함 이승엽의 기지개가 기분 좋은 삼성이다.

나바로(지바 롯데), 박석민(NC)의 이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졌다는 평을 받는 삼성은 더욱 가벼워졌다. 아롬 발디리스, 김상수에 이어 구자욱마저 허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옆구리 근육통의 박한이도 2경기 연속 결장했다. 지난 28일 점검을 했으나 아직 100% 타격하기 힘들었다. 이승엽은 6번에서 5번으로 이동한데 이어 3번까지 올라갔다.

류중일 감독은 박한이의 회복에 따라 타순을 조정할 여지를 뒀다. 올해 주로 2번과 6번 타순에 배치됐던 박한이를 이승엽, 최형우와 함께 중심타선에 넣는 걸 구상하는 것. 여기에 2군 3경기서 타율 5할(8타수 4안타 1홈런)을 친 발디리스의 복귀도 머지않았다. 그럼에도 이승엽의 말처럼 몇 번에서 치든, 이승엽은 늘 중심축에 있다.

물론, ‘3번 이승엽’을 좀 더 볼 가능성도 있다. 보는 즐거움은 물론 하는 즐거움도 있다. 이승엽에겐 3번타자는 많은 걸 의미한다. 지난 이틀간 좋은 기분 속 타석에 들어섰다.

이승엽은 프로의 자세를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진다. 지명타자인 그가 말할 수 있는 결과는 ‘잘 쳐서 팀을 이기게 만드는 것’이다. 이승엽은 28일 밤 문학구장을 떠나면서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내일도 잘 치면 이기겠죠.” 팀은 물론 개인을 향한 메시지일 것이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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