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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자동차 선진국? 주차 문화는 갈길 먼 '후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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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집마다 자동차 한대씩은 보유하고 있을 만큼 우리나라는 외형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이미 '자동차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 있습니다. 하지만 도로 위 교통질서나 운전예절, 주차문화 등 전반적인 자동차 문화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주차문제는 다른 사안에 비해 다소 소홀히 다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저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인데요. 최근 주차문제는 이웃간 살인까지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동차 보유대수는 나날이 증가하는 반면, 이를 수용할만한 절대적인 주차 공간이 부족한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꼽힙니다. 게다가 주차요금이 비싸다 보니 웬만해서는 유료 주차장 이용을 피하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운전자들이 불법 주차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 이면에는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이기심이 존재하는 현실입니다. 도로 위 ‘교통 안전 문화’만큼이나 성숙한 ‘주차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절실한 때라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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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10명 중 6명은 국내 주차문화가 성숙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주차 문제의 원인으로 ‘주차장 부족’과 ‘차주의 이기심’을 많이 꼽았다. 61.8%는 평소 주차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62.2% “국내 주차문화 성숙하지 못하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운전경험이 있는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주차문제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주차문화가 성숙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주차문화가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단 6.7%에 불과했다. 반면 주차문화가 성숙하지 못하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전체 62.2%에 달했으며, 보통 수준이라는 의견은 31.1%였다. 그만큼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주차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실제 각 주차 문제의 유형별로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도 대부분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주차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우리나라의 주차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국내 주차 문제의 원인으로 주차장 부족(52.2%·중복응답)을 첫손에 꼽았다. 주차장 부족이 모든 주차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여성보다는 남성, 그리고 30대와 서울 거주자, 다세대주택 거주자의 이런 문제의식이 보다 뚜렷한 특징을 보였다.

이와 함께 나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차주의 이기심(47.7%)을 주차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목소리도 상당했다. 여성과 20대가 차주의 이기심이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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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공영주차장 부족(39.9%)과 가구당 차량 보유 수 증가(37.4%)를 주차 문제의 중요한 원인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았으며 △가까운 거리도 차를 몰고 나오는 사람이 많고(27.7%) △주차장 이용요금이 비싸며(24.1%) △불법 주·정차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23.6%)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운전자들이 주차문제로 인해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순간도 주차 공간이 마땅히 없을 때(78.9%·중복응답)인 것으로 드러났다. 옆 차량 때문에 주차하기가 어려울 때(63.8%)도 상당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으며, 주차요금이 너무 비싸거나(49.4%) 불법주차차량으로 내 차를 주차하기 어려울 때(49.2%)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운전자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주차난 해결 위해 대중교통 이용 장려해야"

도심의 심각한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대중교통 이용 장려와 주차장 증설에서 많이 찾고 있었다. 먼저 전체 응답자의 82%가 대중교통 이용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다만 지금보다 더 많은 ‘유료 주차장’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는 의견은 적은 수준으로, 주차비에 대한 부담감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주차장 이용 시 이용료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유료 주차장의 요금 수준에 대한 부담감이 다소 크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30분 기준 평균 3000원 정도로 형성되어 있는 서울 시내 유료 주차장 요금 수준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81.2%가 비싼 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주차 어려운 장소 '주택가', '재래시장', '시내 유흥가' 順

평소 운전자들이 주차가 어렵다고 느끼는 가장 대표적인 장소는 주택가(65.6%·중복응답)였다. 또한 △재래시장(59.4%) △주요 시내 유흥가(54.7%) △대학가 근처 번화가(50.4%) △각 지역별 관광명소(39.9%)에서 주차가 어렵다는 의견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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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불법 주차와 관련한 전반적인 인식평가 결과, 전체 76.6%는 앞으로 불법 주차 문제가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바라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10명 중 9명이 요즘 불법으로 주차한 차량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불법 주차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라는 데도 대부분이 공감했다.

그만큼 불법 주차 문제의 심각성이 높은 것으로, 전체 응답자의 84.2%는 주차장이 아닌 것에 주차를 하는 것은 모두 불법 주차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주차 차량이 많은 이유와 관련해선 87.2%가 나 하나쯤은 괜찮다는 이기심 때문이라는 데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불법 주차 차량이 많은 것이 주차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으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만 생각하는 태도라고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불법 주차에 관대한 편이라는 지적도 매우 많았다.

◆불법 주차 과태료 수준, 사회적 논의 필요할 듯

국내 불법 주차 과태료(승용차 기준 4만원)의 수준에 대해서는 42.6%만이 적정하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과태료 금액이 작다는 의견(26.7%)과 크다는 의견(23.2%)이 엇갈리고 있어, 적정한 과태료 수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일반적으로 10만원을 훌쩍 넘는 외국의 과태료 수준에 대해서는 금액이 지나친 것 같다는 의견이 적정하다는 의견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 현재의 과태료를 인상하자는 의견에 쉽게 동의하는 운전자는 적을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했다. 외국의 과태료 수준이 적정하다는 의견은 상대적으로 젊은 층과 운전 빈도가 적은 운전자에게서 많은 편이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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