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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구조조정과 맞물린 미 금리인상...결과는 원화약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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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내수 경기 동반 불안...시장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까

최근 산업은행의 자본 확충 이슈가 불거진 가운데 에너지 공기업들의 기능조정도 수면위로 떠올랐다. 에너지 공기업 기능조정을 두고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의견 차이는 최종안 마련까지 진통이 이어질 것을 암시하고 있다.

산업은행 자본 확충을 위한 일명 ‘한국판 양적완화’와 에너지 공기업의 기능조정의 공통점은 한국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데 있다. 이에 우선적으로 시선이 쏠리는 곳은 단연 채권 시장이다.

‘한국판 양적완화’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이 추진한 ‘양적완화’라는 개념과 다르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이는 같은 ‘양적완화’라도 시장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은 다를 수도 있음을 말한다.

주요 선진국들의 양적완화가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저금리를 유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면 ‘한국판 양적완화’ 자체가 시장 금리를 낮추는 원인으로 작용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시장 금리가 오히려 상승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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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금리 추세 [출처:국제금융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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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실제로 시장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면 그 요인은 무엇일까. 가장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이다. ‘크레딧(신용) 시장’인 채권 시장에서 금리는 해당 주체의 신용도를 나타낸다. 신용도가 높으면 금리는 낮고 신용도가 낮으면 금리는 높다.

한편,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판 양적완화’가 유동성 확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면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낮아진다. 일반적으로 금리 수준은 인플레이션율과 유사한 수준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채권 시장은 ‘낮은 인플레이션율’과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이 대치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 금리가 상승한다면 이는 상당히 좋지 못한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경기호조를 동반한 ‘인플레이션’ 없이 ‘불안’만 남기 때문이다.

‘한국판 양적완화’에서 주목할 사항은 ‘양적완화’가 아닌 ‘구조조정’의 성공적인 진행이다. 하지만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과거 일본과 스웨덴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성장률 둔화와 대규모 실업이 발생한 바 있다. 일본은 이미 ‘잃어버린 20년’의 대명사가 됐고 스웨덴도 구조조정 이후 약 10년간 주도산업이 쇠락했다.

국내 구조조정의 결과가 일본과 스웨덴의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단순한 결론을 내릴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구조조정과 산업재편이 단기간에 마무리될 사안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한편, 에너지 공기업의 기능조정안의 최대 관심사는 대한석탄공사의 단계적 폐업문제다. 만약 에너지 공기업 기능 조정안이 확정될 경우 대한석탄공사는 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퇴출되는 첫 공기업이 된다. 이는 ‘첫 사례’라는 상징성뿐만 아니라 국내 공사채 시장의 신용위험을 부각시키는 요인이 된다.

최근 3년간 ‘공공기관 정상화’는 공사채 발행 잔액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또한 공사채 금리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향후 공사채 발행물량이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즉, 시장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수출ㆍ내수 호조 기대 어려워

증권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이 진행될수록 국책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부실채권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만큼 정부의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울러 에너지 공기업 기능조정 역시 공사채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이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가시화될 경우 대규모 감원에 따른 실업자 증가와 이에 따른 경기 둔화는 불가피하다.

이에 5월 금통위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더욱 눈에 띈다. 이날 이 총재는 “향후 금리정책 결정 때 구조조정 과정에서 파급되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영향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식상한 말이겠지만 구조조정이 실물경제는 물론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정책당국에 따르면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은 오는 6월까지로 계획돼 있다. 따라서 선제적인 금리인하보다는 향후 구조조정 일정과 그 영향을 점검한 후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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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입 증가율 [출처:IBK투자증권]


한편, 한국과 미국간 통화정책 디커플링이 한은의 금리인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 총재의 발언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한은의 통화정책에 큰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의 추가적 금리인상 이후에도 한은은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면 국내 채권시장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채권시장의 강세는 환율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직접적으로 말하면 원화의 강세가 동반돼야 한다.

원화가 강세가 될 수 있는 조건은 크게 두 가지다.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이 양호하거나 기축통화인 달러가 약세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려는 국내 상황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금리인상 기조는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역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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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득 증가율 [출처:IBK투자증권]


이러한 상황에서 한은의 선제적인 금리인하 조치는 상당히 위험하다. 금리를 인하한 후 한국경제에 대한 문제가 더욱 확대됐을 때, 이미 정책 카드를 써버린 상황에서 추가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그 효과는 더욱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 후 한은이 금리인하를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만약 한은이 금리인하를 하게 된다면 그만큼 한국경제의 불안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전문가들은 한은의 통화정책 효과를 기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한은의 금리인하는 ‘원화 약세’라는 입장에서는 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또 원화 약세는 ‘수출에 긍정적’이라는 전망도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교역이 둔화되는 상태에서 한국 수출의 긍정적 전망은 그 말처럼 ‘낙관적’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내수경기를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원화약세에 따른 한국 경제의 둔화가 신용도 하락과 국내 시장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한국의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이러한 상황전개를 거론하면 약 20년 전 한국의 외환위기도 거론될 법하다.

물론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상황과 현재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한국 경제의 앞날이 그만큼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은행은 27일‘지역경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5월 중 국내 경기는 수출 감소세가 지속됐으나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하게 개선됐다.

제조업 생산은 보합권을 나타냈으나 서비스업 생산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지난 5월 6일 임시공휴일 지정 등의 영향으로 도소매업, 운수업 및 관광관련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권역에서 증가했다.

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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