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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증평 80대 할머니 피살…외딴 집에 CCTV 단 사연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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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 절도 잦아 범인 잡으려 지난해 초 설치…범죄해결 일등공신

뉴스1

© News1 DB


(충북ㆍ세종=뉴스1) 장동열 기자,김정수 기자 = 충북 증평 80대 할머니 성추행 살인 사건의 범인을 잡은 일등공신은 집안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였다.

유족들은 고령의 어머님이 자연사로 돌아가신 줄 알고 장례까지 치른 뒤 집에 돌아와 CCTV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괴한이 들어와 어머님을 목졸라 살해하고 욕을 보이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괴한은 이 집 안방에 30분가량 머물렀고, 나올 때는 농작물 등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자루 3개를 들고 나왔다. 살인을 하고 물건까지 훔쳐 유유히 사라진 것이다.

유족들은 어머니 시신을 발견한 당일 CCTV 메모리칩을 경찰에 전했으나 경찰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특별한 외상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데다 병원 검안에서도 특이한 징후가 없다는 이유로 단순 병사 처리했다.

유족들이 장례 뒤 CCTV를 확인한 건 어머니의 기일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였다.

유족들은 곧바로 CCTV 영상에 찍힌 내용을 경찰에 설명했고, 메모리칩을 경찰에 건넸다. 이를 확인한 경찰은 피의자 신모씨(58)를 체포했다.

영원히 묻힐 뻔 했던 억울한 죽음의 전모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유족들이 팔순 할머니가 혼자 사는 농촌 외딴 집에 개인용 CCTV를 설치한 것은 농작물 절도 때문이었다. 2014년부터 쌀, 고추, 깨 등 애써 기른 농작물 절도 피해가 잇따랐다.

집안에 있던 냉장고의 물건이 사라지는 등 도난사건이 자주 발생하자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지만 범인을 잡지는 못했다. 이에 지난해 초 집안에 CCTV를 달았던 것이다.

CCTV는 고화질의 경우 수백만원에 이르는 데 이곳에 설치된 건 수 십만원 짜리로 확인됐다.

당시 절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 사진을 찍은 뒤 문단속을 당부하는 선에서 사건을 일단락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이 절도범은 한 번에 농작물을 싹쓸이해간 것이 아니라 한 품목씩을 훔쳐갔다.

농작물 절도범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마을 주민들은 살해 피의자 신씨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는 A 할머니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당일에도 물건을 자루에 담아 훔쳐 나왔다.

마을 주민들은 신 씨가 오래전부터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등 도벽이 심해 동네에서 골칫거리였다고 말했다.

한 동네주민은 “신씨가 도벽이 심했다는 것은 동네사람들은 다 안다”며 “작은 일로 치부하고 쉬쉬한 것이 더 큰 화를 부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은 오는 29일 오전 이 살인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을 실시한다. 현장검증은 보통 수사를 마무리한 뒤 이뤄지지만, 경찰은 피의자 신씨가 청각·언어장애인으로 조사가 지연될 수 있다고 보고 현장검증을 앞당겼다.
p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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