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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英브렉시트 열풍엔 ‘중장년층의 분노’ 서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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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영국 브렉시트(EU 탈퇴) 열풍엔 ‘중장년층의 분노’가 서려 있다는 분석이 나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경제 상황이 아니라, 중장년 계층이 처한 상황을 통해 들여다봐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이들의 불만을 거칠게 표현하면 ‘젊은 시절 고생해서 일했는데 나이 들어서도 쉬지 못하고, 이 와중에 유럽연합(EU)에 남아있자니 그리스를 돕거나 이민자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브렉시트를 묻는 국민투표가 내달 23일로 다가왔다. 현재 찬반여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지난 25일 벳페어(Betfair)를 비롯한 영국 도박사들은 영국의 EU 잔류 가능성을 82.6%로 예측했다. 영국의 EU 탈퇴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막상 투표장에 들어가면 반대표(영국의 EU 잔류)를 택할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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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EU에 남을 때 생기는 손실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다. 영국은 매년 EU에 100억유로 가량의 납입금을 내고 있고, 상위법인 EU 인권법 적용으로 이민자에 대한 복지를 지급하고 있다. EU에서 탈퇴하지 않으면 이 같은 사항을 계속 이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브렉시트 찬반을 두고 계층 간에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고소득 계층(전문직ㆍ관리직 등)과 청년층(18~24세)은 영국이 EU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저소득층 계층(단순노무자ㆍ실직자 등)과 고령층(60세 이상)은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비율이 높은 영국 60대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지난 1955년 태어난 영국인들이 성년이 된 1975년 영국에서는 국민투표가 있었다. EU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유럽경제공동체(EEC)의 잔류를 놓고 찬반투표를 벌어진 것이다. 당시 영국은 국민 67%의 찬성으로 EU 잔류를 택했다.

이후 1955년생 영국인들이 취업시장에 뛰어들었던 시기는 영국 경제가 극심한 불황에 직면한 때였다. 이들이 취업에 나설 시점에 영국의 실업률은 10% 안팎에 달했다. 이들의 자녀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는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은퇴를 하고 나서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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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의 실업률 하락에는 베이비붐 세대들의 ‘어쩔 수 없는’ 경제활동이 바탕에 깔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영국은 65세 이상 인구 중 일하는 사람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10년 전 이 비율은 6.6%였지만, 지금은 10%를 넘어섰다. 나이가 들어서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해야 하는 것’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이와 함께 중장년층은 독립하지 못한 자녀의 ‘뒷바라지’라는 문제도 떠안게 됐다. 과거보다 사회진출이 늦어지고, 주택임대료가 상승하면서 부모에게서 독립하기 어려워진 캥거루족 때문이다. 현재 부모에게 얹혀사는 20~34세 영국 성인은 300만명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노후불안, 사회보장 미비에 대한 영국 중장년층의 불만이 이민자 또는 그리스와 같은 EU 회원국으로 표출되고 있다”며 “스코틀랜드에서는 EU 탈퇴 찬성 비율이 낮은데, 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이민자수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a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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