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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無동력 한국경제]구조조정, 혹이냐 터닝포인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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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실업자 최대 5만명 예상..KDI "성장률 하방 요인"
'가뜩이나 2%대 저성장 구조인데, 악재 하나 더' 불안감 확산
전문가들 "희망적 상황 아니지만 구조조정 잘하면 변곡점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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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태평로 금융위에서 범정부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주재하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그나마 한국 경제에 희망이 있다."
요즘 정부 빼고는 이렇게 말하는 연구기관, 전문가 등이 거의 없다. 여기에 기업 구조조정 이슈가 더해지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비관론만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이 한국 경제에 중·장기적으로 득(得)이 되길 바라보지만 이 역시 쉽지만은 않다. 시간이 얼마나 들지 가늠하기 어려운데다 '성공할 경우'라는 전제조건까지 붙기 때문이다.

◆조선업 구조조정 본격화..숨죽인 한국 경제=28일 정부, 관련 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이 전날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4대 중소 조선사로 불리는 성동·대선·SPP조선 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법원은 조만간 STX조선의 회생 가능성을 따져 법정관리에 들어갈지, 아니면 청산 절차를 밟을지 결정할 예정이다. 결과가 어찌 되든 대량 감원 사태는 코앞에 닥쳐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 구조조정도 고려하면 해당 업계 실업자가 최대 5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16일 보고서에서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인력의 10~15%인 2만~3만명이 일자리를 잃는다고 정부·업계는 추정한다"며 "하청기업을 포함하면 최대 5만명의 실업자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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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3.1%)보다 낮은 전년 동기 대비 2.7%를 기록했다. 전기 대비 연율로도 1.5%까지 하락, 경기 전반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4일 내놓은 '2016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증가세가 둔화하고 수출 부진도 지속되면서 낮은 성장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진단했다.(그래픽=KD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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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가 24일 발표한 '2016 상반기 경제전망' 내용 일부. 부실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한국 경제 성장세가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구조조정, 일단 경기에 '악재'=이미선 연구원은 "조선업 월평균 임금은 작년 기준 450만원 수준으로 다른 산업보다 높은 편"이라며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던 인력이 실직으로 몰려 소비 둔화와 지역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4일 '2016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기업 구조조정에 따라 실업 증가, 이로 인한 가계 구매력 하락과 소비·투자심리 위축으로 실물경제가 둔화할 수 있다"며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에는 이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포함하지 않았는데 (반영되면) 성장률이 더 떨어질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KDI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2월 제시한 3.0%에서 2.6%로 0.4%포인트 낮춰 잡았다. 내년 전망치로는 2.7%를 제시했다. 한국 경제가 2%대의 저성장 구조에 진입해 안 그래도 할 일 많은데 구조조정이 발목을 잡는 상황, 한마디로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다만 김성태 KDI 거시경제연구부장 겸 금융경제연구부장은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은 구체적인 성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고 앞으로 전개 상황에 따라 (경기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제가 얼마나 둔화할지는 실업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빨리 실업자를 흡수하느냐, 실업자를 주변 산업으로 유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지만, 그 악화 정도는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터닝포인트' 될 순 없나=너무 어두운 얘기들만 많다. '기업 구조조정이 잘 되면 한국 경제가 바닥을 찍고 올라갈 수 있다'는 정도의 가정도 어려운 것일까.

김광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는 "당장은 구조조정으로 생산 규모가 줄어드니 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요소들을 줄이고 생산효율성, 근로효율성을 높이면 경기가 저점을 형성한 뒤 반등할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물론 리플레이스먼트(Replacement), 즉 구조조정 당한 근로자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을 때 생산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며 "실업자들을 다른 일자리로 이동시키고, 이어 생산량을 늘리는 과정이 한두해 걸릴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일단 어떻게든 구조조정을 잘 완수해야 조금이나마 희망이 있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한다. 전봉걸 서울시립대 교수는 "당장 구조조정의 부정적인 영향이 긍정적으로 바뀔 것인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면서도 "구조조정 지연 땐 환부가 커진다는 사실은 자명하므로, '향후 더 나아질 수 있는 기반을 다진다'는 측면에서 구조조정 추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그러면서 "구조조정 자체에만 매몰되면 책임 소재를 따지고 재발 방지책을 논의하는 부분에 소홀해진다"며 "정치색에서 벗어나고 정부의 자기반성도 피하지 않은 채 철저히 경제적, 객관적인 관점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광석 교수도 "▲실질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술'을 진행하고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유실'이 아닌 '고용 이동'을 이룬다는 두 가지 대원칙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추가경정예산 편성, 기준금리 인하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할 때 저점을 벗어나 회복 구간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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