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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유령 집회' 많아도 너무 많다…신고만 해놓고 미개최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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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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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집회 신고한 전체 건수 중 개최율 3.5% 불과

반대 단체 집회 방해 위한 장소 선점 '알박기' 행태
표현의 자유 왜곡, 기본권 봉쇄 해악 근절해야
지난 2월28일 '철회 신고 의무제' 도입에도 여전
내년 1월27일부터는 과태료 부과도 시행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식당이나 숙박업소 등에 예약을 해놓고 결국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 쇼(No-show·예약부도)'가 요즘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를 근절하자는 캠페인이 항공업, 숙박업, 요식업계 등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우선 사업자들이 손해를 입는 것이 문제로 꼽히지만 이와 함께 선(先) 예약자에 의해 다른 사람들이 예약 기회를 박탈 당하는 것도 그 못지 않은 해악으로 꼽힌다.

'노 쇼'의 폐해는 집회·시위 분야에서도 존재한다. '어느 장소에서 언제부터 언제까지 집회를 하겠다'고 경찰에 신고만 해놓고 막상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 '유령 집회'가 그것이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찰에 신고, 접수된 집회·시위는 1년 평균 129만8052건이다. 그러나 실제로 개최된 건수는 4만5410건에 불과했다. 개최율이 3.5% 수준이다.

연도별 신고 건수와 개최 건수는 2013년 112만6921건 중 4만3071건, 2014년 136만3320건 중 4만5319건, 지난해 140만3916건 중 4만7842건이었다. 개최율이 각각 3.8%에서 3.3%, 3.4%로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유령 집회는 다른 단체나 진영의 집회를 방해하기 위한 장소 선점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이른바 '알박기' 집회 신고인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는 주최 측과 이를 반대하는 단체들이 서로 장소를 선점하기 위해 거의 '전쟁'을 치렀다. 상대측보다 빨리 신청서를 접수하기 위해 관계자들이 경찰서 앞에서 며칠 동안 밤을 새우며 줄을 서거나 심지어는 교대할 사람이 없어 캠핑을 하기도 했다.

세월호 1주기 집회를 앞두고는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를 중심으로 행사를 준비하려는 진보단체와 이를 막으려는 보수단체 간에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일부 단체는 앞선 신고자 탓에 의해 집회 장소를 이리저리 옮겨야 했으나 정작 집회 당일에 신고자 측의 집회는 열리지 않았다.

경찰은 이같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 2월28일부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개정안은 집회·시위를 열지 않을 경우 사전에 신고된 집회일시 24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철회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골자다.

또 내년 1월27일부터는 신고한 집회·시위를 개최하지 않고 철회 신고서도 제출하지 않은 선순위 신고자에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 시간과 장소가 중복되는 2개 이상의 신고가 있을 경우 관할 경찰관 서장은 일단 분할 개최를 권유해야 하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후순위 집회에 대해 금지 통고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집시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지만 유령 집회는 여전하다. 올해 1월에는 총 8만9756건 신고 중 3052건(3.4%)만이 개최됐고 2월에도 8만6305건 중 2511건(2.9%)의 집회만 열렸다.

개정안 시행 이후인 3월에는 9만4260건 중 3808건(4.0%)이, 지난달에는 8만6735건 중 3994건(4.6%)의 집회가 진행됐다.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웅혁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집회·시위가 봉쇄된다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어 유령 집회일 경우 당사자들을 제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제재는 금전적으로 할 수도 있고, 미개최 이력이 많은 단체가 집회 신고를 할 경우 후순위로 배치해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유령 집회가 없다면 해당 현장에서 대기해야하는 경찰이 다른 치안 활동을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경찰력 낭비는 기회비용의 문제"라면서 "그러나 무엇보다 다른 집회·시위의 기본권이 봉쇄된다는 점을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유령 집회에 대해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과거부터 '원래' 미개최 집회가 많았다는 게 이유다.

경찰청 관계자는 "우선 집회 신고는 개최 720시간 전부터 최소 48시간 전 사이에 할 수 있다"며 "신고한 날에 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앞뒤로 10일에 걸쳐 신고를 해놓는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부터 집회 미개최율이 95% 이상 돼왔다"면서 "개정안 시행 이후 아직까지는 큰 효과가 없는 것 같다. 6개월 정도 지난 뒤부터 관련 통계를 취합해 효과 등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태료 부과는 1년 유예기간을 둬서 내년 1월27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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