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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인분교수' 징역 12년→8년 감형 '논란'…법원 판결은 옳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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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살롱<117>]'범죄자 인권만 있는 나라' 비판 거세…법원의 감형 판단 근거는?]

머니투데이

'인분교수' 장모씨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한 제자 전모씨 몸에 남겨진 폭행 흔적/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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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사람들이 법을 지키고 싶겠냐?"(ID: wa******)

"한 번 더 하면 4년 나오겠네∼"(ID: we******)

"범죄자 인권만 있는 나라 ㅡㅡ"(ID: ka******)


"이럴 줄 알았다…아 답답하다"(ID: da******)

지난 27일, 제자에게 인분을 먹이고 둔기로 때리는 등 수년간 가혹행위를 일삼은 '인분교수' 장모씨(53)가 항소심에서 징역 8년으로 감형 선고를 받았다는 기사 밑에 달린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댓글들입니다.

한 눈에 볼 수 있듯이 선고 결과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매우 차갑습니다. 1심에서 검찰 구형량인 10년과 대법원 양형기준 최대치인 10년4월을 넘어서는 징역 12년이 선고됐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인데요. 어떠신가요. 징역 8년으로 4년이 감형된 인분교수 장씨, 법원 판단을 납득하기 힘드신가요.

장씨 등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시철)는 40분 쯤 이어진 선고 공판 진행 과정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양형 사유 설명에 할애했습니다. 만약 진행 상황을 꼼꼼히 챙겨 들었다면 조금은 이해가 쉬웠을 텐데요. 이제부터 법원의 판단 이유를 조목조목 따져보려 합니다.

인분 먹이고 호신용 스프레이 뿌리고…"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 사건의 개요는 간단하지만 사안이 결코 가볍지는 않습니다. 사건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디자인 업계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주목받았던 장씨. 그는 제자 김모씨(30)와 자신의 조카인 또 다른 장모씨(25), 정모씨(28·여)와 함께 피해자인 전모씨(30)를 둔기로 폭행하고 인분을 먹이거나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수십차례에 걸쳐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 같은 가혹행위는 3년이 넘게 이어졌다고 합니다. 가혹행위를 일삼은 이유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피해자 전씨는 수년간 이어진 가혹행위로 수술을 받는 등 오랜 기간 병원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말 그대로 엽기적이고도 참혹한 범죄. 이 사건이 처음 알려지자 대중들은 분노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세간의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장씨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제자 김씨와 장씨는 각각 징역 6년에, 정씨는 징역 3년에 처해졌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장씨 등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극악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인간 최소한의 양심도 저버렸고 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정신적 살인행위를 저질렀다"며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주범인 장씨에 대해서는 "디자인업계에서 신적인 존재였던 장씨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공범들에게 범행을 지시했다"며 "공범들의 인격까지도 파멸로 이끌었다"고 준엄히 꾸짖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2심 재판부는 대체 어떤 판단을 내렸기에, 이 같은 극악무도한 범행을 저지른 이들의 형을 감경해준 것일까요.



합의가 주된 감형 사유…"진정성 확인된 피해자 의사 판결에 반영해야"


2심 재판부는 감형 사유에 대해 △피해자가 피고인들과 합의해 처벌을 원치 않고 있는 점 △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 위헌 결정에 따른 적용 법조 변경과 공소사실의 일부 변경 △2심 과정에서의 양형조사와 전문심리위원의 분석 등 3가지로 정리해 설명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특히 이 사건의 주범인 장씨에 집중해서 보겠습니다.

2심 재판부가 장씨의 형을 4년 감경한 가장 큰 이유는 1심과 달리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는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 3월 피고인들의 가족과 만나 합의서를 작성한 뒤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몸과 마음에 끔찍한 상처를 입었던 피해자가 피고인들과 합의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요. 이에 재판부도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진심으로 합의를 한 것인지 궁금했다고 합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법원 양형조사관은 직접 피해자를 만나 4시간이 넘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 자리에서 피해자는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확실히 표현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상상을 초월하는 범행으로 큰 고통을 입은 피해자가 피고인들을 용서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겪은 고통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진정성이 확인된 피해자의 의사를 판결에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는 특히 장씨의 제자인 김씨 가족의 진지한 태도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합니다. 김씨도 처음에는 장씨에게 가혹행위를 당한 적이 있어 함께 피해자 처지에 있었던 적이 있었다고 하네요. 피해자 전씨는 김씨에 대한 용서와 연민의 감정에서 김씨와 합의를 하는 김에 장씨 등 다른 공범들과도 합의를 하게 됐다고 합니다. 만약 김씨가 없었다면 다른 공범들과는 합의를 하지 않았을 거라고도 했답니다. 재판부는 이 같은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 김씨에게는 2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했습니다.

이 밖에 양형에 참작된 사정은 또 있습니다. 피고인들에 대한 적용법조가 바뀌었다는 점인데요. 당초 이들에게는 구 폭처법상 상습흉기휴대상해죄가 적용됐습니다. 그러나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검사는 상대적으로 법정형이 낮은 형벌규정으로 적용 법조를 변경했습니다. 당초 법정형이 '5년 이상 25년 이하의 유기징역'에서 '1년 이상 10년 이하'로 바뀌게 된 것이죠. 재판부는 또 법원 전문심리위원인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범행 당시 피고인들의 심리상태와 내부 역학관계 검토 의견도 참고했습니다.

이 같은 사유들로 피고인들은 모두 감형을 받았습니다. 인분교수 장씨에게는 징역 8년이, 김씨에게는 징역 1년6월이 선고됐죠. 범행에 가담한 또 다른 장씨는 징역 6년에서 징역 4년으로 감형받았고, 정씨는 징역 3년에서 징역 2년으로 감형받았습니다.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켰지만 최대 희생자는 피해자 본인"

재판부는 "일반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켰지만 이 사건의 최대 희생자는 피해자 본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피해자 본인이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치 않고 있는 이상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일정 부분의 감형을 해 주는 것이 옳다는 뜻으로 이해가 됩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상식을 초월하는 정도의 범행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습니다. 합의나 적용 법조 변경을 이유로 큰 폭의 감형을 해 준 것은 아니라는 뜻이겠죠. 재판부에 따르면 장씨 등은 처음에는 알루미늄 막대기로 피해자를 폭행 하다가 야구 방망이 등으로 범행 도구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특히 피해자가 폭행으로 허벅지에 고름이 차는 등 부상을 입어 입원치료를 1개월 받은 이후에도 범행은 이어졌습니다. 피해자 자신의 대소변을 먹게 하거나 비닐봉지를 덮어 씌운 얼굴에 최루가스를 뿌리는 등의 잔혹한 범행 말이죠.

어떠신가요. 아직도 장씨에게 내려진 징역 8년이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한 법조계 관계자는 "폭행이나 상해와 같은 경우 개인적 법익이 침해되는 범죄라는 점에서 피해자와의 합의가 매우 큰 감형 사유로 작용한다"며 "인분교수의 경우 적용 법조까지 달라진 만큼 집행유예를 선고했어도 무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반 대중들의 분노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의견이지만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네요.

이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을 선고하면서 '피해자가 이렇게 끔찍한 범행을 당하고 어느 정도 시기에 어느 정도의 모습으로 복귀할 수 있겠느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피해자를 지켜 본 재판부는 "예상보다는 이르게, 정착이 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첫 걸음을 빨리 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피고인들에 대한 비난, 법원 판결에 대한 지적은 잠시 미뤄 두는 게 어떨까요. 이 사건이 대법원까지 가게 될 것인지, 대법원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질 것인지는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다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모두가 응원하는 것 아닐까요.

김만배 기자 mbkim@mt.co.kr,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양성희 기자 yang@mt.co.kr, 한정수 기자 jeongsuhan@,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이경은 기자 ke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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