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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IF] 우주 속… 금빛 바다를 건너는 돛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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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사이언스 샷] 7~8년에 한 번 태양면을 가로지르는 수성… 그날 태양의 얼굴은

황금색 바다(태양)를 가로지르는 조그마한 돛단배(수성). 지난 9일 수성이 태양면을 가로지르는 일면통과(日面通過) 현상이 지구 반대편에서 관측됐다. 수성이 공전하다가 태양과 지구 사이에 들어오는 이 현상은 아메리카 대륙의 동부 지역과 서유럽에서만 관측됐다.

수성의 일면통과는 7~8년에 한 번꼴로 발생한다. 첫 일면통과가 역사에 기록된 것은 서기 807년으로 추정되지만, 과학적인 관측은 1631년 11월 7일 프랑스 물리학자 피에르 가상디가 처음 기록했다. 다음 수성의 일면통과는 2019년 11월에 발생하지만, 한국에서 관측하려면 2032년 11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조선일보

지난 9일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 30분(미국 동부 시각)까지 진행된 수성의 태양면 통과 장면을 미국항공우주국의 태양활동관측위성(SOD)이 연속 촬영한 사진(위 사진). 아래 10장은 같은 날 SOD가 다양한 파장으로 촬영한 태양의 모습이다. / 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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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통과는 수성과 금성에서만 일어난다. 지구 바깥쪽에 있는 화성·목성 등은 지구와 태양 사이에 끼어들 일이 없기 때문이다. 금성은 수성보다 훨씬 일면통과가 드물게 일어난다. 250년 동안 2번꼴이다. 금성이 수성보다 태양에서 멀리 있기 때문에 더 넓게 돌고, 한 번 공전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6월과 2012년 6월 금성의 일면통과가 지구에서 관측됐으니, 다음에는 2117년과 2125년 12월에나 일어난다. 아마 현재 지구상에 있는 사람 중 누구도 보지 못할 현상이다. 수성과 금성이 함께 일면통과하는 것도 계산상으로는 가능하다. 6만9163년과 22만4508년에 발생할 전망이다.

지구에서 눈으로 바라본 태양은 항상 황금색이다. 하지만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태양활동 관측위성(SDO)이 찍은 태양의 색깔은 형형색색으로 다채롭다. 빨강·노랑·초록·파랑·보라 등 모양만 같을 뿐 전혀 다른 별로 보인다. 이 사진들은 SDO가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이 아니라 엑스(X)선, 극자외선, 자기장 등으로 찍은 사진들이다. 각각의 광선이 내는 파장을 태양이 얼마나 내뿜고 있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이다. 왜 이렇게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는 것일까. 사람의 건강검진과 비슷하다. 뼈에 문제가 있거나 폐를 볼 때는 엑스선 촬영을 한다. 뱃속의 태아를 보거나 갑상샘암 검사에는 초음파가 사용된다. 엑스선 등에 나타나지 않는 깊고 세밀한 곳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해 촬영한다. 검사해야 할 부위가 어디냐에 따라 방법이 다양하다. 태양 역시 맨눈이나 광학 망원경으로는 표면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면 태양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분석할 수 있다.

SDO가 찍은 사진들은 얼핏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세밀한 불꽃의 높이와 위치 등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가장 짧은 9.4㎚(나노미터, 1㎚=10억분의 1m) 파장으로 찍은 사진은 초록색으로 나타난다. 이 파장은 섭씨 630만도 정도인 태양의 영역을 보여주는데, 플레어라고 부르는 태양의 폭발현상이 이 영역에서 일어난다. 노랗게 보이는 사진은 17.1㎚ 파장으로 찍은 것이다. 온도가 초록색 사진의 10분의 1 정도인데, 플레어 윗부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 그보다 온도가 더 높은 지역은 21.1㎚ 파장으로 촬영한 보라색 사진에서 나타난다. 여기에는 고속의 태양풍(太陽風)이 불어 나오는 코로나홀(검은 부분)의 모습이 선명하다. 30.4㎚ 파장인 빨간 사진은 코로나와 그보다 낮은 지역 사이에 떠 있는 물질인 '필라멘트'를 보여준다.

맨눈으로 보면 언제나 고요하고 평온해 보이지만, 현대 과학은 태양의 숨은 모습을 속속들이 찍어내고 있다. 덕분에 태양의 흑점 폭발처럼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현상도 예측이 가능해졌다.











[김록순 한국천문연구원 태양우주환경그룹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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