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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적게 벌어 적게 썼다… 우리 집도 ‘불황형 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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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소비성향 최저치… 세수 증가 ‘담뱃값 인상’ 영향 재확인

실질소득이 감소했지만 소비를 더 줄여 생기는 ‘불황형 흑자’ 현상이 가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평균소비성향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소비지출이 대부분 줄었으나 담배·술 소비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1월 단행된 담뱃값 인상이 금연 확대가 아닌 세수 증가로 이어지고 있음이 재차 확인된 셈이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16년 1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올 1분기 가계 흑자규모는 103만5000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9%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분기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70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1% 늘었지만 소비지출은 266만9000원으로 0.6% 느는 데 그쳤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을 뜻하는 평균소비성향은 72.1%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계가 지갑을 거의 열지 않았다는 뜻이다.

식료품(-0.6%), 의류(-1.8%) 등 대부분 항목에서 소비가 줄거나 오락·문화(1.3%), 교통(2.5%) 등 1~2%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유독 주류·담배 지출액은 지난해보다 22.2%나 늘었다. 주류에는 8.3% 늘어난 1만1600원을, 담배에는 30.6% 늘어난 2만3300원을 썼다. 담뱃값 인상이 처음 반영된 지난해 1분기 담뱃값 지출 증가율은 10.3%까지 내려갔으나 애연가들이 인상된 가격에 적응하면서 증가율이 원래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5만5000원으로 0.8% 늘었다. 그러나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실질소득은 0.2% 줄어들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근로소득은 0.3%로 늘었고, 월세 거래량 증가로 임대소득이 늘면서 사업소득은 3.3% 올랐다. 저금리 탓에 이자소득이 줄면서 재산소득은 21% 줄었다.

김보경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지난해 4분기부터 물가 상승률이 0%대에서 1%대로 올라가면서 실질소득과 실질소비 증가율이 모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처분가능소득 증가에도 불구하고 경기 부진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가구의 소비지출이 전반적으로 둔화했다”며 “임시공휴일 지정,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으로 가계지출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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