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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여성금지 구역’ 그리스 아토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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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생활 지키려 1000년 이어와

일본 오미네산·인도의 사원 등도

그리스 마케도니아의 작은 반도에는 1000년 동안 여성의 발길이 닿지 않은 ‘금녀의 구역’이 있다. ‘성산(聖山)’이라 불리는 오로스아소스(아토스산·사진)이다. 동방정교회 총대주교청이 직접 관할하는 수도원 20곳이 있는 이곳은 산 전체가 하나의 큰 수도원이나 다름없다. 1988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영국 BBC방송은 27일 “그리스를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 아토스섬을 방문한다”며 이곳을 소개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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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이 있는 반도의 해안선 500m 안에는 여성은 물론이고, 수도원 자치공동체 규정상 동물 암컷조차도 들어가서는 안된다. 아이들도 접근할 수 없으며 18세 이상 남성만 수도사나 노동자로 머물 수 있다. 그마저도 하루 동방정교회 신도 100명, 비신도 10명에 한해 최대 사흘간 머무는 조건으로 입장 허가가 떨어진다.

여성의 진입을 막는 이유는 여성이 남성 수도사의 신앙생활과 수도원 공동체를 변질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옛 전설도 영향을 미쳤다. 성모 마리아가 사도 요한과 키프로스섬에 가다가 항로를 잘못 들어 아토스산에 발을 디뎠고, 아름다운 자연에 반해 자신의 정원으로 삼고 싶다고 청했다. 이후 이곳은 ‘신의 어머니의 정원’으로 불리게 됐다. 마리아가 오롯이 여성을 대변하기 때문에 다른 여성은 진입이 금지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성차별적인 금녀 구역은 늘 논란거리였다. 1920~1930년 프랑스 여성작가, 그리스 미인대회 참가자가 남장을 하고 잠입하는 일도 있었다. 1997년 그리스가 유럽 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에 가입하자 수도사들은 아토스산 예외조항이 미흡하다며 반발했다. 유럽의회는 2003년 결의안에서 보편적인 성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며 금녀령 해제를 요구했으나, 수도회의 고집으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일본 나라현의 오미네산도 금녀 구역이다. 헤이안 시대부터 이어진 고대종교 슈겐도 신도들이 사는 이곳은 험난한 육체적 시험을 거쳐서 신앙을 검증받는 관습이 있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샤니 싱나푸르 사원, 케랄라주 사바리말라 사원도 ‘영적으로 불결해진다’며 여성 출입을 막고 있다. 마하라슈트라주 고등법원은 지난달 여성의 종교활동 자유를 억압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판결을 내놨지만 수백년 관례의 벽은 아직 높다. 사바리말라 사원의 여성 출입금지령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인숙 기자 sook9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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