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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꿀빵]동성 커플의 '평등한 사랑', 한국에서도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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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김승환 부부, 동성결혼 신청 각하돼...다른 나라들은 동성결혼 어떻게 받아들이나]



"불과 20년 전 우리나라에서는 동성동본이면 결혼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언젠간 '한국에서 성(性)이 같으면 결혼을 할 수 없던 때가 있었다'고 말하게 될 것입니다."(김조광수 영화감독)

동성 커플이 법적으로 부부가 될 수 있는 '그 언젠가'는 얼마 후에야 올까. 법적으로 부부가 되려는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부부의 바람은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2013년 공개 결혼식을 치르고 부부가 됐다. 같은 해 12월 서울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냈으나 '불수리' 처분을 받았다. 부부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 등록부정정(가족관계등록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을 청구했다. 25일 서울서부지법은 이 신청에 '각하' 결정을 내렸다. "동성 간의 결합을 혼인으로 인정하는 것은 법원이 아니라 국회의 입법으로 결정할 일"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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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혼, 해외에서는 얼마나 허용되나

2016년 5월 현재 동성결혼이 제도화된 나라는 23개국이다. 2001년 네덜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동성결혼이 법제화된 후 벨기에, 캐나다, 스페인, 남아공 등에서 동성 간의 결혼이 차별받지 않게 됐다.

지난해 5월 아일랜드는 국민투표를 통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기도 했다. 결혼을 '성별과 관계없이 법에 따라 두 사람이 맺어질 수 있는 결합'이라고 정의한 문구를 헌법에 추가하는 것에 62%가 찬성표를 던졌다. 같은 해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동성결혼이 제도화되지 않았지만 동성 커플을 '시민결합'(civil union)으로 인정하는 국가들도 있다. 시민결합은 동성결혼의 대체적인 제도로 동성 커플의 동반자적 관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덴마크는 1989년 세계 최초로 시민결합제도를 도입했다. 독일, 헝가리,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그리스 등의 국가들은 각각 법이 보장하는 권리와 의무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동성간 결합을 허용한다. 이달 11일 이탈리아가 동성간 결합을 제도화하면서 유럽연합 내 모든 국가가 동성간 결합을 인정하게 됐다.

시민결합은 동거, 사실혼 등 전통적 가족제도를 벗어난 관계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반면 이성 커플과 동성 커플을 분리하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건강보험, 세제 혜택, 상속, 입양 등 결혼제도로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가 일부 제한될 뿐더러 '결혼'이라는 명칭 대신 '결합', '동반자'라는 말을 쓰면서 동성 커플을 차별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동성간 결합은 허용하면서도 입양을 할 수 없게 해 많은 동성 커플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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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열린 제16회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 주한미국대사관 관계자들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미셸 오바마의 전신 패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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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동성결혼이 이뤄지려면

한국에서도 동성결혼을 제도화하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차별금지법안'이 대표사례다. 차별금지법은 헌법의 평등 이념에 따라 성별, 나이, 장애, 인종, 성적 지향, 출신지 등을 이유로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한국에 채택을 권고하기도 했다.

2013년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했으나 2개월 만에 철회됐다. 동성결혼 제도화를 우려한 기독교계의 반대 때문이었다.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4년 '생활동반자법안'을 추진했다. 이 법안은 기존의 혼인 관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동반자 관계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진 의원은 관련 토론회를 열고 발의를 예고했으나 무수한 철회 요청을 받았다. 이 또한 동성결혼의 법제화를 반대하는 종교계와 학부모의 반발이 원인이었다.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의 동성혼 소송 변호인단은 26일 기자회견에서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의 항고와 함께 2쌍의 동성커플 소송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의 한가람 변호사는 "이와 더불어 다른 활동도 할 계획"이라며 "19대 국회에서는 안타깝게도 생활동반자법안이 무산됐지만 20대 국회에 소수자와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라는 요구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월 방한한 성소수자 연구자인 리 배지트 매사추세츠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 보장에 대해 "문화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선 법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둘 모두) 할 수 있는 운동을 하면서 변화를 측정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슈팀 박지윤 기자 satinbow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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