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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여행] 고난의 돌계단 걸어… ‘황제들의 산’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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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중국 산둥성 태산의 홍덕루와 전망대, 산봉우리가 절경을 뽐내고 있다. 중국 역대 왕들은 하늘에 천하를 평정했음을 알리기 위해 태산에 올라 봉선의식을 치렀다. 태산에 한 번 오르면 10년을 장수할 수 있다는 말도 있어 중국인들은 생애 한 번은 이 곳을 찾는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는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1시간이면 도착하는 곳이다. 시간으로만 따지면 차로 서울시내를 동에서 서로 가로질러 가는 것보다 빠르다. 이곳을 배로 간다면 17시간이 걸린다. 지루함에 질릴 듯싶다. 하지만 이는 기우다. 배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숨은 매력에 지루할 틈이 없다. 울렁대는 배에서 내려 도착하는 칭다오에선 맥주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칭다오 맥주의 원액을 직접 느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 오악 중 하나인 태산의 정취가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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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박물관.


◆페리 위의 낭만과 맥주 맛에 풍덩

인천에서 칭다오로 가는 배는 오후 6시에 출발한다. 도착하면 다음날 오전 9시다. 배에서 푹 자면 될 듯싶다. 하지만 배 이곳저곳에서 열리는 이벤트들을 기웃거리다 보면 잠은 뒷전이 된다. 칭다오까지 다니는 페리의 선상에서 바닷바람과 함께 석양을 바라보며 즐기는 칵테일은 배여행의 낭만과 추억으로 남는다. 또 해가 진 후 배는 파티장으로 변한다. 마술쇼와 댄스 그리고 노래자랑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배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오후 10시쯤 시작되는 화려한 불꽃 쇼다. 주변이 암흑 천지인 망망대해 위에서 펼쳐지는 불꽃 쇼의 화려함은 여행객의 탄성을 끊임없이 자아낸다. 객실에서 잠을 청한 후 가능하다면 좀 빨리 눈을 뜨는 것도 좋다. 날씨가 허락해야 하지만 바다 위에서 보는 일출은 낭만의 ‘끝판 왕’이다. 석양과 일출의 붉은 하늘을 모두 품었다면 배여행의 낭만을 채울 수 있는 만큼 채운 셈이다.

멀리 높은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곳이 칭다오다. 산둥성에서 남부 해안에 있는 도시다. 청나라 때 독일의 조차지(다른 나라에 일시적으로 빌린 영토)였기에 중국 속 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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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무엇보다 독일에서 기술을 전수받은 칭다오 맥주가 여행객을 기다린다. 칭다오 공장 입구 주변엔 화려하고 큰 간판의 술집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밤이 되면 이곳은 맥주를 마시러 나온 중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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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칭다오에 있는 맥주공장 전시실.


1903년부터 맥주를 만든 칭다오 공장에선 여행객들이 원료를 직접 만져보고 제조 공정 등을 직접 볼 수 있도록 전시실과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전시실엔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도 술에 취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민 방이 있다. 들어갈 때는 호기심에 가득 차 웃지만 나올 때는 비틀비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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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다오 맥주 공장의 신선한 원액을 맛볼 수도 있다. 원액은 일반적으로 마시는 맥주에 비해 쏘는 맛이 적고, 고소하고 시원하다. 칭다오 맥주 맛의 비밀은 공장 인근 라오산의 지하수에 있다. 중국의 어느 곳보다 물맛이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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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화 연상케 하는 비 내리는 태산

중국에서는 동쪽의 태산(1545m), 서쪽 화산(2437m), 남쪽 헝산(1265m), 북쪽 헝산(2052m), 중부의 쑹산(1440m)을 오악으로 치고 신성시했다. 그중에 태산은 해가 뜨는 동쪽에 위치해 최고로 친다.

칭다오 시내에서 태산이 있는 타이안까지는 차로 5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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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이 신성시하는 태산에는 ‘우중등태산(雨中登泰山)’이란 말이 전해져 온다. ‘태산에 오를 때 비를 맞으면 큰 뜻을 이룬다’는 말이다. 흐린 날씨 탓에 태산의 풍광을 제대로 못 보는 것을 위로하는 말일 것이다. 날이 좋을 때의 멋진 풍경을 기대하긴 힘들어도 운해로 둘러싸여 천국으로 가는 길을 연상케 하는 태산의 모습은 우중충한 날씨에도 꼭 올라가 봐야 할 듯한 기운을 내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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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은 하늘에 천하를 평정했음을 알리기 위해 중국 왕들이 올라 봉선의식을 치른 곳이다. 왕들이 다닌 산이었던 만큼, 태산을 오르면 왕의 기운을 받고 내려온다고 전해진다. 또 태산에 한 번 오르면 10년을 장수할 수 있다는 말도 있어 중국인들은 생애 한 번은 찾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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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악중 태산이 제일이라는 의미의 오악독존(五岳獨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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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은 걸어서 올라가거나 케이블카를 이용해 올라가는 방법이 있다. 천외문으로 가서 셔틀버스로 20분 정도 가파른 산길을 타고 오르면 중천문에 도착한다. 케이블카 매표소다. 여기서부터 1633개의 돌계단을 올라가거나, 그것이 싫다면 케이블카를 타고 가면 된다. 중천문부터 남천문까지 타고 가는 케이블카 안에서 내려보이는 벼랑들은 아찔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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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를 탔다고 정상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남천문에 도착해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안개가 자욱해 한 치 앞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태산은 자신의 진짜 모습은 다음에 보여주겠다며 몸을 숨기기 바쁜 듯했다. 남천문부터 정상인 옥황정까지는 30여분 정도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일부 중국인들은 비바람으로 젖은 몸을 이끌고 기어코 일출을 보겠다며 이불을 한 짐 싸들고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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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 중턱에 있는 여신을 모신 사원 벽하사와 정상 옥황정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태산의 여신 ‘태산성모벽하원군’을 모시는 사원 벽하사가 나온다. 붉은색을 좋아하는 중국답게 벽하사 사당의 벽은 모두 붉은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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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하사를 지나 역대 중국 왕들이 제를 지낼 때 쓴 글들을 보며 오르다 보면 드디어 태산의 정상 옥황정(1545m)에 이른다. 태산 정상을 표시 한 비석 주위에는 자신의 소원을 꼭 이뤄달라는 듯 수백개의 자물쇠들이 채워져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운해에 가려 아쉬움이 남지만 운해 중간중간 튀어나와 있는 산봉우리들을 보면 태산의 웅장함이 전해져 온다.

칭다오·타이안=글·사진 김시은 기자 dre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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