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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자신있게 찍었는데…1만원 날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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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스포츠 통]

기자가 해 본 스포츠토토


한겨레

지난 2월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시회(SPOEX) 때 한 부스에서 스포츠토토 무료체험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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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온라인 스포츠도박이 횡행하고 있다. 2014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실태 분석을 보면, 불법 스포츠도박 시장 규모는 스포츠토토(체육진흥투표권) 등 합법 시장의 약 10배인 31조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케이토토(Ktoto)에 위탁해 운영하는 스포츠토토를 좀더 활성화해 음지의 사람들을 합법적 공간으로 끌어들이면 불법 스포츠도박의 폐해를 줄일 수 있을까? 토토 현장을 들여다봤다.

국내는 물론 유럽·일본 경기 포함돼
2~10경기 골라 10만원까지 베팅

알고 보니 참 쉬운 방식
아시아 챔스 전북 걸었다가 낭패

지켜보던 어르신 “공부 안하면 안돼”
“토토 재미있는데 불법 도박 왜 하지?”


“도대체 토토는 어떻게 하는 거지?”

지금껏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지라 이런 궁금증을 안고 지난 17일 오후 3시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복권판매점을 찾았다. 편의점을 겸하고 있는 이 복권판매점은 로또와 토토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여러 대의 컴퓨터 앞에 프로축구·프로야구 팀들에 대한 정보가 제공된 공간에서 50대 남성이 혼자 토토를 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토토 하러 사람들 많이 옵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죠. 로또보다 토토를 훨씬 많이 해요. 자기가 좋아하는 경기에 베팅하고 경기도 골라서 볼 수 있으니 그런 것 같아요. 유럽 축구 시즌이 끝나서 요즘 토토 하는 사람이 없는 편이지, 시즌 때는 훨씬 많습니다.” 복권판매소 직원의 설명이다.

아무리 훑어보고 설명서를 봐도 어떻게 베팅을 해야 하는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남성 2명이 복권판매점으로 들어왔다. “어~ 저번에 여기서 뵌 분이네요.” 두 사람은 안면이 있는 듯 서로 반가워했다.

“전북 현대 올해 1강인 줄 알았는데…. 거~ 키다리 선수 안 돼, ○○도 이제 나이 들어 잘하지 못하고….”

“전북은 원정경기라 아마 오늘 밤 멜버른 빅토리와 최소 비기려는 작전으로 나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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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토토. 사진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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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듣고 있자니 두 남성의 축구에 대해 이해도와 분석력이 남달랐다. “K리그는 내가 알거든. 그래서 축구토토만 하는 거지, 다른 건 안 해…. 요즘 그 팀의 흐름을 알아야 해. 상승세냐 내리막이냐? K리그도 할 만해….” 공직생활을 오래 했다는 76살의 남성은 축구전문가처럼 의기양양했다. “불법 스포츠도박 그런 거 뭐하러 해요. 재미로 토토 해야죠. 원래 스포츠 좋아하는데, 토토 하면서 더욱 좋아하게 됐습니다.” 사업을 한다는 57살의 남성은 이렇게 거들었다.

이들의 설명을 잠시 듣고 일단 ‘승패 알아맞히기’ 방식인 ‘프로토’(Proto)를 해보기로 했다. 프로토는 유럽 클럽축구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K리그, 한국 및 일본 프로야구 경기 중 최소 2경기, 최대 10경기까지 선택한 뒤 홈팀이 이기는지 지는지 또는 비기는지를 결정하고 최대 10만원까지 베팅하도록 돼 있다. 월요일인 전날 발행된 ‘프로토 40회 참고자료’(축구)를 보니, FC도쿄-상하이 상강 등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경기들과 K리그 챌린지 경기들에 대한 정보가 자세히 나와 있었다. 각 팀이 리그 몇 위인지, 최근 다른 팀과의 전적 등이 빼곡히 벽면에 붙어 있었다. 계산대에서는 프로토(승부식)에 대한 배당률 정보도 제공했다.

일단 이날 저녁 열리는 프로야구 삼성-한화 경기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멜버른 빅토리-전북 현대 경기 등 2경기를 택하고 1만원을 걸기로 마음먹었다. ‘삼성 승, 멜버른 패’로 결정하고 ‘프로토 승부식’이라고 적힌 표에 정해진 양식대로 표기를 하고 1만원을 카운터에 제출했다. 스포츠 기자로서 2경기의 승패 여부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예상 적중배당률 3.40배, 예상 적중금 3만4000원이 적힌 용지가 계산대에서 나왔다. 예상대로 결과가 나오면 2만4000원을 버는 셈이었다. 알고 보니 참으로 쉬운 방식이었다. 물론 선택한 경기 수가 이보다 많아지면 배당률은 높아지겠지만 틀릴 확률은 그만큼 높아진다.(참고로 이날 저녁 경기에서 삼성이 이겼지만, 멜버른과 전북은 1-1로 비겨 결국 1만원을 날리고 말았다.)

“이것 공부 안 하면 못 맞혀. 팀 많이 연구해야 돼, 골치 아파. 그런데 무리하지 않으면 괜찮아, 재밌어.” 70대 남성은 이렇게 말하며 최근 축구 4경기에 프로토 방식으로 5만원을 베팅했는데 승패를 모두 맞혀 142배 배당을 받은 적도 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결국은 손해다. 안 될 확률이 90%다. 4경기 이상 선택하면 백전백패”라며 “1만~3만원 정도 베팅하면서 경기를 즐기는 게 좋다. 너무 많이 하지는 말라”고 충고했다. 50대 후반의 남성도 “한 3~4경기 무리하지 않게 베팅하면 많이 맞힌다. 건전한 편”이라면서도 “그러나 하다 보면 욕심이 생겨 무리하게 돈을 거는 경우가 생긴다”며 절제된 베팅을 주문했다. 김무균 케이토토 본부장은 이에 대해 “적은 돈을 가지고 토토를 재미로 즐기고, 설사 돈을 잃더라도 스포츠 발전을 위해 쓰인다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했다.

케이토토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스포츠토토 매출액은 3조5000억여원으로 이 중 60~70% 정도는 당첨금으로 고객들에게 환급되고, 30% 안팎이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들어가 체육단체나 엘리트·생활체육 지원 등에 쓰인다. 상상을 초월하는 돈이 지하로 흘러가는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와 다른 점이다. 전국의 토토 판매점은 6400여개에 이른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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