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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삼일·안진서 빠진 회계법인 일감 몰려…삼정·한영 `어부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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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국내 빅4 회계법인 삼일 안진 삼정 한영의 명암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삼일과 안진이 회계법인으로서는 치명적인 신뢰와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반면 삼정과 한영은 어부지리로 컨설팅 등 일감을 쓸어담다시피 하고 있다.

긴박한 구조조정 국면에서 회계법인의 도움이 절실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은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삼일과 안진 대신 삼정과 한영에 일감을 몰아주는 분위기다. 삼정과 한영은 갑자기 쏟아지는 일감을 주체하지 못해 대거 인력 확충에 나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정은 최근 삼일에서 조선·해운 관련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해온 매니저급(이사 및 부장급) 인력 4명을 영입했다. 일반 회계사 40~50명도 대거 충원할 계획이다. 한영 역시 적극적으로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안진에서 부실기업 구조조정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매니저급 인력을 상당수 영입할 예정이다. 그동안 구조조정 국면에서 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과 많은 일을 해왔던 삼일과 안진이 사실상 아웃되면서 어부지리를 얻은 꼴이다. 삼일은 최근 안경태 회장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에게 미공개 사전정보를 유출했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사태에 직면했다. 업계에선 국내 최고 회계법인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안 회장의 혐의가 확정될 경우 삼일은 당분간 국책은행이나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M&A) 용역을 맡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극비를 요하는 구조조정과 M&A 과정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대우조선해양 부실회계 문제로 금융감독원의 감리를 받고 있는 안진은 책임이나 분식 혐의가 확정되기도 전에 벌써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퇴출당하다시피 했다. 안진은 대우조선해양 재무제표를 수정한 뒤 기존에 맡아오던 현대상선 실사와 금호타이어 매각 자문 실사, 성동조선 구조조정 모니터링 등의 업무에서 모조리 배제됐다.

안진은 이번 사태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감사팀은 물론 구조조정 및 M&A 컨설팅 관련 팀들까지 사실상 출입금지 조치를 받았고, 연간 70억원 규모 자문 업무를 잃었다. 안진에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해온 매니저급 이하 20여 명이 조직을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초비상 상태다.

하지만 일각에선 일부 회계법인에 일감이 몰리는 게 다소 위험할 수 있다는 염려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구조조정 업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해온 삼일과 안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험이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김효혜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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