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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STX조선해양, 법정관리 몰리게 된 '두 가지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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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해양 2006년까지 양호한 실적, 2007년부터 중국 대련조선소 투자와 아커야즈 인수가 패착]

머니투데이

STX조선 해양 조선소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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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2015년까지 16년 중 10년간 영업이익 흑자달성, 2006년부터 2011년까지 6년 연속 흑자'

2006년 당시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빚인 유동부채비율 78.6%, 단기차입금 '0(zero)', 매출 4조 5132억원에 영업이익 1685억원, 영업활동현금흐름 플러스 3556억원. 총부채비율 212%였던 회사가 10년만인 지난 25일 법정관리 신청을 예고했다. 세계 4위 조선소로 불렸던 STX조선해양에서는 지난 10년간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1997년 부도 후 20년…다시 정리절차 맞는 STX조선의 운명=STX조선해양은 1967년 4월 동양조선으로 시작해 국내 최초 컨테이너 전용선을 건조하다가 1973년 안전조선과 국제창고를 흡수합병해 대동조선으로 이름을 바꿨고, 1975년 서린건설에 흡수합병됐으나, 1997년 1월 부도로 그해 10월 회사정리절차 개시에 들어갔다.

2001년 10월 STX가 인수해 이듬해 STX조선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제 2창업에 나섰지만 2013년 11월 산업은행이 대주주가 됐다. 그 후 3년, STX에 인수된 지 16년, 1997년 부도가 난 이후 20년째 되는 해에 다시 부도 위기에 몰려 법정관리를 앞둔 기구한 운명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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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어떤 일이 있었길래…=머니투데이가 2000년부터 2015년까지 16년간 이 회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아쉬운 대목이 여럿 눈에 띈다. 특히 조선업종이 호황에 접어들었던 2000년대 중반의 호기에 무리하게 진행한 두 가지 실수가 STX조선해양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는 해외투자, 또 다른 하나는 해양플랜트 사업의 합병이었다. 강덕수 당시 회장이 더 큰 기업을 이루겠다는 꿈에서 비롯된 패착이었고, 여기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 몫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 이후 STX조선해양의 행로는 이 당시의 부실을 만회하기 위한 무리한 저가수주의 악순환과 산업은행의 관리 부재의 결과라는 게 조선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회사의 재무제표를 보면 2006년에 영업을 통해 현금 3550여억원을 벌었고, 여기서 외부자금 810억여원을 조달해 3660여억원을 투자해 큰 무리가 없는 상태였다.

문제는 2007년부터였다. '호황기에 불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산업계 격언을 새기지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 당시 조선호황을 맞으면서 4조 중반대였던 매출은 7조 5000억원까지 뛰었고, 영업이익도 6000억원 이상이 발생했다. 특히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조 7100여억원에 달했다.

◇호황이 영원할 것으로 믿었던 무리수= 이 때 '욕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강 전 회장이 더 큰 조선소에 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중국 대련조선소에 2조원 이상을 쏟아부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영업을 통해 1조 7000억원 가량 벌어들인 것을 고스란히 투자에 쏟고도 5700억원 이상을 더 금융권 등을 통해 조달했다.

이어 2008년에도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1조원 이상의 현금을 포함해 2조 700여억원을 투자에 쏟아부었다.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믿고 벌어들인 것보다 2배를 투자한 것이다. 이를 위해 재무활동을 통해서도 8600여억원을 조달했다.

2008년 12월 중국 대련에서 1단계 조선단지가 완공됐고, 2009년 2월 1조원 이상을 들여 아커야즈 지분 100%를 확보하는 한편, 그해 6월 STX중공업의 해양플랜트 부문을 합병했지만 더 이상의 호황은 없었다.

금융위기에 따른 수주감소로 2009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 1조 6200여억원이 발생했고, 외부로부터 2조 2000여억원을 조달했다. 2010~2013년까지는 저가수주를 통해 '선수금'으로 연명했지만 이를 버티지 못해 2013년 채권단 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채권단 관리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수주가 발생하면 그 선수금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해 사용해왔는데, 최근 6개월간 수주가 전혀 없어 운전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상황에 도달해 채권단이 더 이상의 자금 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오동희 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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