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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G7 이세신궁으로 이끈 아베…"그 속내 알고보면 끔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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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일의 [세상곰파기] 이세신궁과 전쟁가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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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G7 정상회담 첫날인 26일 (현지시간) 미에 현에 있는 이세신궁을 방문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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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이 26일 오전 미에(三重)현 이세시마(伊勢志摩)에서 개막한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첫 공식 일정으로 정상들을 이세신궁(伊勢神宮)으로 안내했다. 각국 정상들을 극진히 반기는 아베 총리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첫 일정을 이세신궁으로 잡은 데에는 여러 설명이 따른다.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은 "일본의 정신문화와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이라고 했지만 기저에 깔려 있는 종교적 국가주의(내셔널리즘) 색채를 말끔히 지울 수는 없다. 이세신궁이 일본 보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세신궁은 신사본청(神社本庁)의 최고 성지이다. 신사본청은 일본 전역에 있는 약 8만개의 유명 신사를 산하에 거느리고 있는 민간 종교 법인으로 1947년 설립됐다. 메이지 시대 추진했던 신도 국교화(국가 신도) 정책이 패전으로 중단되자 신도 사상의 보존을 위해 만들어졌다.

앞서 메이지 정부는 일왕(천황)에 일체의 가치를 두는 것으로, 근대 국가의 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신도를 지배 이데올로기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신사를 국가 관리하에 두면서,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던 신사를 이세신궁을 정점으로 서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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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G7 정상회담 첫날인 26일 (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과 함께 미에 현에 있는 이세신궁을 방문하면서 신도 승려의 환영인사를 받고 있다.©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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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신도에서 국민은 일왕에 대한 절대적 충성을 강요받았다. 일왕을 중심으로 한 국가관은 '팔굉일우'(八紘一宇ㆍ일왕이 세계를 통치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사상으로 발전해 침략 전쟁을 정당화시켰다. 즉, 국가신도는 일왕 아래 군국주의, 국가주의와 결합해 2차 세계대전에 뛰어드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패전 뒤 시간이 흐르면서 신사본청은 노골적인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1960년대 들어서 국가신도 부활의 움직임을 강화하면서 정치무대로 나선 것이다. 1969년 신도정치연맹(신정련), 1970년에는 신도정치연맹 국회의원 간담회를 설립했다.

신정련의 설립 취지는 Δ왕실과 일본 문화 전통을 소중히 하는 사회 만들기 Δ일본의 역사와 국민성을 감안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헌법 제정 Δ야스쿠니(靖國神社) 영령에 대한 국가 의례 확립 등이다. 신정련 국회의원 간담회에는 현재 300여명의 중의원이 가입돼 있으며 회장은 아베 총리다.

일본 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적기)'는 지난해 10월 3차 아베 개조 내각이 출범했을 때 각료 20명 중 17명이 신정련 소속이라고 보도했다.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또 다른 극우 단체 '일본회의', '다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을 더하면 19명이 이들 모임에 속해 있다.

지난 2000년 모리 요시로(森喜朗) 당시 총리는 "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신의 나라"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는데, 이 발언은 신정련 설립 30주년 기념 축하 인사에서 나온 것이다.

아베 총리는 매년 새해 업무 시작에 앞서 각료들과 함께 이곳을 참배하고 있으며, 2013년 10월 이세신궁의 '식년천궁(式年遷宮)' 행사(20년 주기로 새 궁을 짓고 이사한 뒤 헌 궁을 허무는 행사)에 현직 총리로선 84년 만에 처음 참석해 헌법이 규정한 '정교(政敎)분리'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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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등 G7 정상과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이 G7 정상회담 첫날인 26일 (현지시간) 미에 현에 있는 이세신궁을 방문하여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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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수정주의적 행보를 거침없이 보이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정책은 신정련의 취지와 일맥상통한다. 또 신정련과 연관된 단체들은 시민 사회에서 아베 정권의 평화헌법 개정, 공립학교에서 국가 제창과 공공장소 국기 게양 의무화 등 우향우 행보를 돕고 있다.

정상들은 이세신궁을 산책하고 식수를 하면서 정치적 의미는 떠올리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G7 회의 장소를 이세시마로 결정했을 때부터 신도와 국가 간 관계를 과거처럼 보다 끈끈하게 하려는 극우 인사들의 기대와 바람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정상들의 방문을 숙원인 평화헌법 개정과 이를 통해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만들려는 생각에 대한 승인으로 받아들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의 정신을 접해볼 수 있는 좋은 장소"라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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