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5·18 성희롱 발언' 보훈청 간부, 무릎 꿇고 사죄

댓글 1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오월어머니 "어머니 마음으로 용서"

뉴스1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물의를 일으켰던 광주지방보훈청 A 과장이 26일 오후 광주 동구 양림동 오월어머니집을 찾아 어머니들께 사죄를 하며 무릎을 꿇고 있다. 2016.5.26/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광주=뉴스1) 최문선 기자 = '성희롱적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국가보훈처 간부가 26일 피해자 측인 오월어머니집 어머니들에게 무릎꿇고 사과했다.

이날 오후 1시께 성희롱 발언 당사자인 국가보훈처 광주지방보훈청 소속 A과장과 이병구 광주지방보훈청장, 이외 관계자 2명 등 총 4명이 광주 남구 양림동의 오월어머니집을 방문했다.

이들은 먼저 전청배 오월어머니집 이사 등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수십여명의 어머니들이 모여있는 강당 쪽으로 이동했다.

A과장과 이 보훈청장이 어머니들 앞에 마주보고 서자 한 어머니는 이들을 향해 "처음엔 분했는데 뉘우치고 하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 뜻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늘을 우러러 정말 진실된 용서를 빌러 왔는가. 무릎꿇고 사과하지 않으면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단호한 발언도 나왔다.

이에 이 보훈청장은 "직원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다. 마음 아프게 한 일 있으면 용서해 주시고, 저희 사과를 받아달라"고 한 뒤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A과장은 아무말 없이 사죄의 절을 하고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는 고개는 들지 못하고 바닥만 응시한 채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한 어머니가 "아들 같아서 말씀을 드리는데 사람이 살아가면서 거짓말이나 거짓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이번에 아마도 크게 뉘우쳤을 것"이라며 "거짓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 했다면 이번 기회에 고치고 함께 거짓없는 삶을 살아갑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알겠죠?"라고 물으니 A과장은 고개는 들지 못하고 작게 "네"라고만 답했다.

보훈청 당사자들의 사죄에 대한 오월어머니집의 입장도 발표됐다.

전청배 이사는 "우리 어머니집에서는 관용과 용서,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용서를 구해 온다면 이번 사건에 관한 모든 것을 불문에 추칠 것이며 따라서 국가보훈처도 해당 간부에 대한 징계를 포함한 일체의 불이익이 없게 사건을 종결해 주실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동대응을 모색하고자 하는 시민사회단체 및 여성단체 등에게 양해를 구해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이나 기타의 활동을 자제할 것"이라며 "언론이나 지역여론에 더 이상의 사건 확대를 원치않는다는 점을 밝힌다"고도 했다.

입장 발표 후 박수로 화답한 어머니들은 A과장이 무릎을 꿇은 채 일어나지 않자 "일어나세, 일어나세. 이렇게 진실로 하니 용서할 수밖에 없지"라며 A과장을 일으켜 세우고 손을 꼭 잡아주며 격려했다.

이 청장에게도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고 과장님을 잘 거둬서 지도편달해 달라"고 청했다.

A과장은 어머니들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는 피해 당사자인 노영숙 관장에게도 무릎꿇고 사과했다. 노 관장은 "진정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를 구했기 때문에 어머니된 마음으로 용서한다"고 했다.

뉴스1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물의를 일으켰던 광주지방보훈청 A 총무과장이 26일 오후 광주 동구 양림동 오월어머니집을 찾아 노영숙 오월어머니집 관장(62)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16.5.26/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편 이날 오전엔 국가보훈처 감사관실 관계자 3명이 관련 사건 조사차 오월어머니집을 방문했다.

이와 관련, 전 이사는 "보훈처 관계자들이 조사차 나왔을 때 내용을 파악하고 왔더라. 그래서 우리는 사건확대를 원하지 않는다. 진실한 사과가 있으면 용서하겠다고 했다"며 "(오늘 성희롱적 발언자와 보훈청의 사과로) 구체적인 조사 진행은 거의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moonsun@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