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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재난현장 누비다 성할 날 없어…119 인명구조견의 기구한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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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물불 안 가리고 재난지 출동…혹독한 훈련 거친 명견들

5년간 33마리 배출…3마리 은퇴, 3마리는 폐사
안전처 "내년중 구조견 추모탑 설립"

【서울=뉴시스】변해정 기자 = 오는 27일 은퇴하는 119 인명구조견 '죠'는 운이 좋은 케이스다. 일반인에게 분양돼 제2의 삶을 살게돼서다.

구조견 중에는 나이가 많고 몸이 성하지 않다는 이유로 분양처를 찾지 못하는 탓에 안락사에 처해질 위기를 맞기도 한다.

구조견은 사람보다 1만배 발달된 후각과 50배의 청각 능력으로 재난 현장에서 실종자의 위치를 탐색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산에서 조난되거나 건물 붕괴시 매몰된 사람을 찾아내는 경우다.

구조대원이 접근하기 힘든 곳까지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30명 이상의 역할을 너끈히 해낸다고 평가 받는다.

하지만 구조견의 삶은 녹록지 않다.

30㎏ 안팎의 날렵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500~600g의 사료만 먹는다. 사람으로 치면 밥 한 공기 정도다. 언제 출동해야 할지 몰라 배불리 음식을 섭취할 수 없다. 식사 후 곧바로 달리면 위가 뒤틀려 죽을 수도 있기 때문.

훈련 과정 또한 혹독하기로 잘 알려져 있다. 18개월 이상 핸들러(훈련교관)의 통제 하에 양성 교육을 받은 뒤 단계별 평가를 거쳐야만 비로소 국가공인 구조견이 될 수 있다.

강인한 체력을 위해 쉼없이 뜀박질하는 것은 기본이다. 자신의 몸 길이보다 수 배 높은 장애물을 넘거나 아찔한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극한의 훈련을 겪어내야 한다.

구조 업무 특성상 어떤 순간에도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는 온순한 성품과 험한 산악 지형 등 악조건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대담성이 요구된다.

출동에 투입되면 길게는 일주일간 수색에 참여한다. 때문에 장시간 계속되는 생존자 탐사를 견뎌내는 지구력도 길러야 한다.

구조견 1마리를 배출하는데 아이를 키우는 일 못지 않은 노력이 필요한 셈이다. 예산도 1억~2억원 가량 든다.

구조견 사관학교 격인 인명구조견센터가 구조견을 양성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4월부터다. 그간 33마리의 구조견을 탄생시켰다.

이들 구조견은 국민안전처 중앙119구조본부와 9개 시·도 소방관서에 배치됐는데, 지난달 말 기준으로 3289차례 출동해 279명(생존 124명·사망 155명)을 구조했다.

현재는 활동 중인 구조견이 27마리 뿐이다.

죠를 포함해 3마리는 은퇴했다. 2014년 5월17일에 경북소방본부 소속 '수성'이 질환으로, 지난해 12월23일에는 부산소방본부 소속 '세중'이는 고령을 이유로 각각 구조 현장을 떠났다.

나머지 3마리는 폐사했다. 2013년 8월10일 강원소방본부 소속 '깜'이 숨을 거둔 데 이어 지난해 4월과 올해 1월에는 제주소방본부 소속 '강산'과 '누리'가 정확한 원인도 모른 채 연이어 죽었다.

위험한 재난 현장을 누비다 보면 성한 곳이 있을리 없다. 관리 소홀 등으로 병을 얻기도 한다. 은퇴하더라도 분양이 쉽지 않은 이유다.

현행 '인명구조견 관리운용 규정'에 따라 일반에게 무상 분양을 우선 추진하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하면 안락사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제2의 구조대원으로서 평생을 인명 구조에 헌신하는 구조견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동주 인명구조견센터장은 "내년에 센터 내 구조견 추모탑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jp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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