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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억울한 죽음 만든 ‘엉터리 검안서’ 충북 증평 사건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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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의사 형식적 검안 허위서류 발급…관행 솜방망이 처벌이 화 키워

뉴스1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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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ㆍ세종=뉴스1) 장동열 기자,김정수 기자 = 시골 마을을 충격에 빠트린 ‘증평 80대 할머니 살해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23일 충북 증평의 한 마을에서 숨을 거둔 어머니 B씨(80)의 장례를 치른 A씨는 집에 설치한 폐쇄회로(CC)TV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 한 남자가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는 CCTV 메모리칩을 들고 경찰을 찾았고, 피의자 신모씨(58)는 이날 오후 6시30분께 긴급체포됐다.

잡고 보니 신씨는 이웃마을에 사는 청각장애인으로, 이날 B씨의 집에 들렀다 "물을 주지 않아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를 통해 신씨의 범행전모가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A씨가 CCTV를 보지 않았다면 단순 병사로 묻혀버렸을 황당한 사건이었다.

이후 경찰의 엉성한 초동수사와 함께 살인사건을 단순 병사라며 허위 검안서를 발급한 해당병원의 과실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 병원은 지난 21일 오후 할머니의 사망 원인은 ‘미상’으로 사망 종류는 '병사(病死)'로 기록한 사체검안서를 6만원을 받고 발급했다.

그러나 검안서 발급 의사는 당시 검안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안서를 작성한 의사는 주말 시간제로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이른바 ‘알바의사’였다.

뉴스1 취재결과 검안서에 적혀 있던 의사는 이날 낮 12시30분까지 근무한 뒤 퇴근해 사체가 도착한 오후 4시30분께는 진료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원의 운영전반을 조사하고 있는 증평보건소 관계자는 “병원 측은 사체가 도착했을 당시 부패가 심한데다 유족측이 부검을 원하지 않아 (허위)검안서를 발급했다는 입장”이라며 “오늘(26일) 현장에 나가 의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검안서 발급이 일부 병원에서 너무 허술하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2014년 4월 대구에서는 뇌출혈을 일으킨 생후 27개월 딸을 방치, 숨지게 했음에도 단순 병사로 허위검안서를 작성해 준 의사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의사는 “목욕탕에서 넘어져 다쳤다”는 부모의 말을 듣고도 사망진단서를 발급했다.

검안의는 의사가 발급한 사망진단서만 보고 검안도 하지 않은 채 사망 원인을 뇌출혈, 사망 종류를 병사로 쓴 허위 검안서를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해 1월 전남에서는 공중보건의 6명은 야간에 30만원, 공휴일엔 50만원을 받고 응급실에서 근무하며 병원 의사 명의로 허위 진료기록부와 사체검안서 등을 작성했다가 적발됐다.

2012년 12월 경기도 한 대학병원 응급실 의사는 “어머니가 노환으로 새벽에 돌아가셨다”는 아들의 말만 듣고 ‘직접사인-노쇠’, ‘사망의 종류-병사’로 기재해 검안서를 떼줬다.

얼마 뒤 이 사건은 아들이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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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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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경기도 동두천 사례도 비슷하다. 당시 의사는 시신 등에 칼자국이 뚜렷한데도 사망 원인을 ‘심폐정지’, 사망의 종류를 ‘기타 및 불상’이라고 검안서를 발급했다.

이 밖에도 2010년 노숙 여성을 살해한 뒤 자신이 죽은 것처럼 꾸민 부산 ‘시신 없는 살인사건’ 등 타살사건을 검안의가 병사로 처리해 완전범죄가 될 뻔한 사례도 있다.

청주의 한 병원 관계자는 "일부 농촌병원의 경우 의사를 구하기 힘들다보니 공중보건의나 임시의사를 고용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들이 근무할 때 사체가 들어오면 전문의를 호출하기보다는 유족 편의 등을 고려해 사망진단서와 검안서를 발급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증평보건소 관계자는 “정확한 건 더 조사해봐야겠지만 (증평) 해당의사의 경우 의료법에 따라 1개월간 의료면허가 정지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찰 조사가 마무리되면 행정처분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료법은 허위검안서 등을 발급하다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 금고나 7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p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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