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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STX조선 법정관리 후폭풍]충당금 폭탄 맞은 농협銀 자산매각 등 자구책 마련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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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NH농협은행이 조선업체발(發)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달 내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행이 기정사실화됐고, 재분류 작업을 진행중인 대우조선해양 여신이 고정이하로 떨어질 경우 두 조선사로만 1조50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은 비상회의를 열고 점포 통폐합 및 유휴자산매각, 인력슬림화를 위한 신규채용 최소화 등을 핵심으로 한 자구책 마련에 착수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빅배스(Big Bathㆍ대규모 부실반영)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서도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헤럴드경제

▶농협은행, STX조선 법정관리 9월까지 유예 요청= STX조선 채권단(산업ㆍ수출입ㆍ농협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이 다음 주 회의에서 STX조선의 법정관리 전환에 대한 최종 결정을 논의하는 가운데, 농협은행은 최대한 법정관리 전환 시기를 유예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현재 STX조선이 52척의 배를 건조 중인 만큼 배를 선주에 인계해 선수금환급보증(RG)를 최대한 회수한 뒤 법정관리를 신청하자는 것이다.

법정관리에 가면 RG콜(선수금환급 요구)이 발생해 은행들이 선주들의 요구에 따라 선수금을 대신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선주 입장에서 저가로 발주하는 등 배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RG콜을 하지 않겠지만 해운시장이 좋지 않고 배를 굴릴 곳이 없다면 돈을 돌려달라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올해 2분기 349억원, 3분기엔 1198억원의 RG 회수를 앞두고 있다.

총 1544억원으로 전체 차입금(RG+대출금, 7700억원, 4월 말 기준)의 22%에 달하는 액수다.

이달 내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선주의 요구에 따라 최대 1544억원을 대신 물어줘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다른 채권기관은 최대한 빠른 법정관리 돌입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결정은 채권보유비율을 기준으로 75%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데, 현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만으로 80%가 되는 만큼 농협은행의 요구가 반영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국책은행은 손실이 나도 정부로부터 보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괜찮지만 농협은행은 자체적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골치가 아플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농협은행의 한 관계자는 “조선ㆍ해운 RG 대부분은 2008년 미국 리먼사태 이후 국내 은행들의 신용도가 떨어져 외국 선주에게 RG발급이 힘든 상황일 때 특수은행인 농협이 ‘독박’을 쓰게 된 것”이라면서 “역할은 반 국책은행인데, 손실은 모두 감수해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다 줄여라”…유휴자산 매각, 인력구조조정 및 신규채용 최소화= 수 조원의 충당금 부담이 예고되면서 농협은행은 자체적인 자구책 마련에 착수했다.

농협은행은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돌입할 경우 6500억원, 대우조선해양이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될 경우 7000억원 등 두 조선사에만 1조 5000억원에 육박하는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최우선 지점 통폐합 및 유휴자산 매각, 신규직원 채용 최소화를 통해 비용절감에 나설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연내 50여개 수준의 지점을 통폐합 할 계획이다.

인력 조직개편을 위한 컨설팅도 맡긴 상태다.

고정비 감축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도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인력 구조조정의 경우 퇴직 비용이 들기 때문에 한꺼번에 대규모로 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비용마련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조원대의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빅배스(big bath)’에 대해서도 내부 고민 중이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이 지난 3일 지난 빅배스로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겠다고 밝혔지만 재원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에 브랜드 사용료나 농민 배당 축소 등을 건의하기로 했지만 5000억원에 불과해 빅배스에 나서긴 한참 부족하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이 털어내야 할 조선ㆍ해운 부실은 3조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농협중앙회 고위 관계자는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빅배스를 할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 아직 시기나 방법 등은 구상 단계”라고 말했다.

코코본드 발행과 농협금융지주로부터 출자받는 방식은 장기적인 대책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 고위 관계자는 “두 가지 방법은 BIS 보통주 비율이 떨어졌을 때 고려할 사항”이라면서 “현재는 당국의 요구치를 맞추고 있는 만큼 향후 바젤 3 규정에 따라 비율을 높여야 할 경우 고려해보겠다. 지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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